친이 선전 포고에 고심하는 친박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2010. 2. 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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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를 둘러싼 한나라당의 파열음이 커져가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강도론' 공방에 이어 이번에는 친이계가 포문을 열었다. 친이계 의원 71명이 회원인 '함께 내일로'는 16일 서울 강북구 수유아카데미에서 워크숍을 열고 세종시 당론 변경을 위한 첫발을 뗐다. '함께 내일로'는 친이계 최대 계파 모임이다.

이 날 워크숍에는 안경률, 심재철, 정두언, 장광근 의원 등 46명이 참석했다. 함께 내일로는 "세종시에 관해 본격적으로 설득잡업에 나서겠다. 이번 주 안에 의원 총회 소집안을 내겠다"라고 밝혔다. 더 이상 세종시 논의를 길게 끌고 가지 않겠다며 결의를 다지는 모양새다.

함께 내일로 대표를 맡고 있는 안경률 의원

당론 변경을 위한 시간표도 나왔다. 친이계는 의총요구서 소집요구서를 제출(18일)하고 첫 의총을 22일~23일께 열기 시작해 광역단체장 후보 경전 전(3월 말)에 끝내기로 했다. 의총은 재적의원 10분의 1인 17명의 제청으로 열릴 수 있다. 이날 오전에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안상수 원내대표도 "요건을 갖춰 세종시 관련 토론을 위한 의총 소집을 요구한다면 이를 받아들여 의총을 여는 게 의무"라고 말해 친이계 주장에 힘을 실었다.

친이계가 당론 변경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데는 지난 12일 이명박 대통령의 "당이 중심이 돼 결론을 내렸으면 한다"는 발언이 엑셀러레이터 구실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론 변경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2/3 찬성이 있어야 한다. 현재 한나라당 의원은 169명. 당론 수정을 위해서는 113명이 동의해야 한다. 이날 워크숍에서 발제를 맡은 정태근 의원은 "현재 수정안 찬성 100명 내외, 원안 고수 50명 내외, 절충안 및 입장 유보가 20명 정도이다. '매직넘버 113명'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승부를 벌일만하다"라고 내다봤다. 정태근 의원의 공개 발제 이후 비공개 토론이 2시간 30분 가량 이어졌다.

함께 내일로 워크숍에서 발제를 맡은 정태근 의원

친이 친박 누구도 장담 못하는 '매직넘버 113'

토론이 끝난 후 임해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참석 의원의 절반 이상이 발언을 했고, 당론 변경을 위한 설득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사실에 합의를 봤다. 의총 소집부터 요구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용태 의원은 "중도 성향, 친박계 의원들 등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만나서 수도 분할을 뜻하는 세종시 폐해를 알리고 설득하겠다"라고 말했다. 진수희 의원도 "현재로서는 (당론 변경 실패)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노력할 뿐이다"라며 당론 변경에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당론이 변경되면 친이계는 회에서 수정안 통과도 자신한다. 분당까지 염두에 두지 않고서야 박근혜 대표가 당론으로 채택된 수정안에 반대표를 던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당론 변경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한 친이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가 배수진을 친 상황에서 113명 동의가 쉽지 않다. 까봐야 안다"라고 말했다.

친이계 내부에서는 당론 변경이 실패할 때 손익 계산도 조심스럽게 따져보는 분위기이다. 한 친이계 핵심 의원은 "설사 당론 변경이 되지 않더라도 100여명이 넘는 사람이 세종시 원안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또 다르다"라고 말했다. 당론 변경이 부결되어도 친박계 힘이 빠지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박근혜 책임론이 제기돼, 밑질 게 없다는 심산도 깔려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계에 대한 날 선 비판은 이 날 워그숍에서도 이어졌다. 최병국 의원은 "요즘 정치권에서 공자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데, 군자표변 소인혁면(君子豹變 小人革面)이라고 했다. 잘못을 보면 군자는 즉시 잘못된 것을 고치려고 하고 소인은 구구한 변명을 한다는 뜻이다. 과거 10년 동안 열심히 해서 정권을 창출했는데 요즘은 그 근처에서 얼쩡거리고 방해하던 사람이 발목을 잡고 있다"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정두언 의원은 "당헌당규는 당원이 정한 원칙과 신뢰다. 그걸 못하게 하는 게 원칙과 신뢰에 어긋나는 거다"라며 박 전 대표의 신뢰론을 반박했다.

결별이냐, 복원이냐? '강도론'을 두고 정면 출동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세종시 당론 변경 여부가 친이 친박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함께 내일로'의 결의안에 대해 "관심도 없고 일일이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의총 참여에 대해서는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하고 "의총장에 가서 세종시 백지화를 위한 당론 폐지가 얼마나 반민주적이고 비의회적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히겠으나 표결은 무의미하다"라고 말했다. 이혜훈, 현기완 의원은 의총 불참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친박계 내에서는 친이 선전 포고에 맞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김은지 기자 / smile@sisain.co.kr- 정직한 사람들이 만드는 정통 시사 주간지 < 시사IN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시사IN 구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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