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뛰자 소액 다세대 경매 인기

서울 낙찰가율 88.7%로 반등수도권도 감정가 웃도는 매물 늘어

지난달 18일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서울북부지방법원 경매법정.감정가 1억3000만원인 동대문구 회기동 한솔빌라(전용 54.8㎡)의 낙찰자가 발표되자,장내에선 '아휴' 하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지어진 지 5년밖에 안된 빌라인 데다 지하철 1호선 회기역에서 가깝고 주변은 이문 · 휘경뉴타운과 재개발구역으로 둘러싸인 '흙속의 진주'였기 때문.총 43명이 치열한 입찰경쟁을 벌인 끝에 감정가보다 무려 34%나 높은 1억7389만원에 낙찰됐다.

전셋값이 불안해지자 소액으로 내집마련이 가능한 연립 · 다세대 주택 경매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시작된 전셋값 상승세가 수도권으로 옮겨붙으면서 경기지역 연립 · 다세대 주택 경매에 응찰자들이 몰리고 있다.

8일 부동산경매 컨설팅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연립 · 다세대 주택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8.7%를 기록,작년 12월에 비해 3.5%포인트 높아졌다. 작년 10월 92.8%였던 낙찰가율이 12월 85.2%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평균 응찰자수도 지난해 10월 5명에서 전달엔 4.2명으로 떨어지다 1월 들어 5.4명으로 상승 커브를 그렸다.

이에 반해 수도권 아파트 경매의 낙찰가율은 계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10월 86.4%에서 12월엔 83.9%로,다시 1월엔 83.6%로 바닥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10월 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제2금융권으로 확대된 이후,금액 자체가 큰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떨어지는 반면 연립 · 다세대 주택의 낙찰가율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연립 · 다세대주택 경매의 인기는 감정가 이상의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 지난 1월 낙찰된 다세대 주택 가운데 36%는 낙찰가가 감정가를 웃돌았다. 전달인 12월에 이 비율이 29%였던 것과 비교하면 7%포인트 높아졌다. 전세가 상승의 진원지인 서울의 경우,1월에 낙찰된 91건 중 35건(39%)이 감정가를 넘었다.

경기와 인천지역에서도 전셋값 상승세가 확산되면서 감정가를 웃도는 경매물건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21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입찰에 부쳐진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대경에센스빌 502호(전용 57.1㎡)에는 총 16명의 응찰자가 몰려 감정가(1억원)의 154%인 1억4610만원에 낙찰됐다. 인천에선 지난달 18일 감정가 5400만원으로 인천지방법원에서 입찰에 부쳐진 인천 남구 주안동 환희빌리지가 감정가의 148%인 8039만원에 낙찰됐다. 이들 주택은 준공된 지 10년이 안돼 주거 여건이 좋은 데다 역세권에 있어 실거주에 불편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이사철을 맞아 전세가격이 치솟자 전세금으로 싸게 살 수 있는 경매물건에 대한 문의가 많아졌다"며 "소액에다 DTI 규제가 없어 대출받기 쉬운 다세대주택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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