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가르치는 교사들
교실에 들어온 교사 10여 명이 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들 곁으로 다가가더니 곧장 무릎을 꿇었다. 흡사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주문을 받으러 온 종업원 같은 자세였다. 더 의아한 것은, 그런 교사를 전혀 개의치 않는 아이들이었다.
남녀 각각 두 명씩 네 명이 한 조를 이룬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소곤거리거나 제 앞에 놓인 A4 용지를 들여다보느라 바빴다. A4 용지에는 오늘의 문제 3개가 세 줄로 적혀 있었다. '남자 4명과 여자 2명이 한 줄로 서려면 모두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까?' 같은 확률 문제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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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원리조트 안석순 제공 '나미키 소학교를 견학 중인 한국 교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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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은 교사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이들을 하나하나 눈으로 좇고 있었다. "이렇게 푸는 거 아닐까?" "글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아이들이 대화를 주고 받을 때면 들고 있던 공책에 이를 열심히 받아적기도 했다. 교실 앞쪽에 오늘의 수업을 담당한 수학 교사가 서 있었지만 그쪽은 이들의 관심 밖인 듯했다. 교사들은 그보다 아이들의 표정과 몸짓, 대화 한 마디 한 마디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몇몇 교사는 교실 이곳저곳을 돌며 이 모든 광경을 비디오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배움의공동체' 첫 견학지로 소개받은 일본 모토요시와라 중학교(시즈오카 현 후지 시)의 공개 수업 풍경이다. '배움의공동체'는 일본 도쿄 대학 교수이자 교육학자인 사토 마나부가 창안한 공교육 혁신 모델이다. 소학교 2000여 곳, 중학교 1000여 곳 등 현재 일본 공립학교의 약 10%에 해당하는 학교에서 이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그중 한 곳인 모토요시와라 중학교를 한국 교사 80여 명이 방문한 것은 지난 1월20일. 본래 일본 배움의공동체 학교 견학을 기획한 것은 이우학교 부설 함께여는교육연구소였다. 이광호 소장은 "일본 공교육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했다는 배움의공동체 학교를 직접 자기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교사들이 많았다. 그래서 견학 프로그램을 만들어본 것인데, 희망자 모집 공고를 내보낸 지 불과 반나절 만에 정원이 차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함께여는교육연구소와 함께 '해피스쿨' 연수(하이원리조트 사회공헌위원회 지원)를 진행하며 강원도 폐광 지역에서 학교 살리기 방안을 모색해온 초·중·고교 교사, 공립형 대안학교 설립을 모색 중인 교사, 김상곤 교육감이 추진 중인 경기도 혁신학교 교사, 참여소통교육등 연구모임 소속 교사 등이었다.
이는 비단 한국 교사만의 관심사가 아닌 듯했다. 이날 일본 내 다른 학교에서 왔다는 교사 20여 명도 모토요시와라 중학교 수업을 참관했다. 이 날 새벽 교토에서부터 신칸센을 타고 후지 시로 왔다는 교사 구리타 히로유키 씨는 "한 수 배우러 왔다"라고 말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무토베 중학교(교토 현 후쿠지야마 시)도 몇 년 전부터 배움의공동체 방식을 도입하려 애쓰고 있지만 아직 서툰 점이 많아 견학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국 연예인 '길'을 닮은 민머리 스타일에 정장 차림인 그는 이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오전·오후 공개 수업에 이어 교사 평가회가 진행되는 대여섯 시간 동안 비디오 카메라를 손에서 잠시도 놓지 않았다.
배움의공동체가 이처럼 관심을 끄는 것은 일차적으로 이들이 보여준 성과 때문이다. 모토요시와라 중학교와 같은 후지 시에 있는 가쿠요 중학교의 경우 지역에서도 손꼽히는 문제 학교 중 하나였다. 그러나 배움의공동체 모델을 도입한 뒤 학교가 달라졌다. 이른바 부등교 학생(연간 30일 이상 결석하는 학생) 수가 1년 만에 36명에서 4명으로 줄었고, 후지 시 최저 수준이었던 평균 학력이 몇 년 뒤에는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중산층 자녀가 주로 다니는 모토요시와라 중학교의 경우는 배움의공동체 모델을 도입한 뒤 학력이 전국 상위 20% 수준까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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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원리조트 안석순 제공 '배움의공동체' 만들기는 교실을 공개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수업을 참관하는 교사들은 아이 하나하나를 중점적으로 살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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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특이 사례가 아니라고 사토 마나부 교수는 말한다. 지난 10여 년간 배움의공동체 만들기에 나선 학교들을 분석한 결과 보통 개혁을 시작하고 2년 지나면 부등교 학생 수가 개혁 전 30%에서 10% 수준으로 급감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아무리 황폐화된 학교라도 배움의공동체를 시도한 약 1년 뒤부터는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갈등이나 학생 간 폭력 행위가 완전히 없어지거나 거의 사라지는 상태가 되고, 학생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적극적으로 배움에 참가하는 상태로 변하게 된다"라고 사토 교수는 말했다. 이에 따라 개혁 1년 뒤면 성적이 낮은 학생들의 학력이 대폭 향상되고 개혁 2년 뒤면 성적 상위자의 학력도 향상되면서 학교 전반의 학력이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경쟁교육에서 공생교육으로
도대체 이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사토 교수는 '경쟁'에서 '공생'으로 교육 철학을 바꾸는 것이 개혁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일단 가장 큰 외형적인 변화는 외부에 수업을 공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학교 개혁의 중심은 교실 개혁에 있다"라고 그는 잘라 말한다. 교사가 더 이상 교실에서 제왕으로 군림하려 해서는 안 된다. 자기 수업의 경험을 동료 교사나 학부모, 나아가 다른 외부인과도 나누려는 데서 변화는 시작된다. 이에 따라 배움의공동체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교사는 1년에 최소 한 차례 이상 수업을 공개해야 한다.
물론 한국에나 일본에나 그 전부터 공개 수업이라는 게 있기는 있었다. 그러나 배움의공동체 학교에서 하는 공개 수업은 분위기가 다르다. 대전 동화중 승광은 교사(새로운학교대전네트워크 준비위원장)는 "기존 공개 수업은 철저하게 교사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교사를 도마에 올려놓고 수업 수행 능력을 평가하며 난도질하는 게 주 목적이었다. 그런데 배움의공동체 학교에 와서 보니 철저히 학생 중심으로 공개 수업이 진행된다는 게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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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원리조트 안석순 제공 '배움의공동체' 학교(위)는 난이도 높은 과제를 제시한다. 어려운 문제를 함께 푸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더 성장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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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위치가 '가르치는 전문가'에서 '함께 배우는 전문가'로 변하는 것도 배움의공동체가 보여주는 특징이다. 사토 교수는 21세기 학교에서는 '가르치는 것'보다 '듣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눈만 뜨면 사방에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더 이상 쓸모 있는 수업이 아니다. 그보다 진정한 수업은 다른 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배움의공동체에서는 '공부' 대신 '배움'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일방적으로 지식을 주입받고 혼자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공부'라면, '배움'은 타자와의 관계를 전제로 한다. 서로의 생각에 귀 기울이며 지식의 지평을 넓혀가는 것이 배움이다.
이에 따라 배움의공동체 교사들에게는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아이들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파악하며, 적절한 타이밍에 아이들을 도와주는 역할이 요구된다. 물론 가르치는 데 익숙한 교사들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날 공개 수업을 담당한 수학 교사 다나카 와타루 씨는 "이 학교에 부임한 3~4년 전만 해도 자꾸 가르치려는 버릇이 나와 애를 먹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말투부터 바뀌었다. 문제를 푼 아이에게 "왜 그렇게 이해했는지 나한테 가르쳐줄래?"라고 묻는다.
우락부락한 인상에서 어떻게 저렇게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오는지 신기할 정도다. 이 과정에서 교사도 깜짝 놀랄 깨달음을 얻을 때가 있다. "오늘 아이들이 수형도(樹形圖)를 그려가며 복잡한 확률 문제를 이해하는 걸 보고 놀랐다. 보통 공식으로 풀면 쉽게 풀릴 문제인데 '아, 저런 식으로 이 문제를 풀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귀 기울여 듣는 것은 학생 간에도 중요하다. "서로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의 지혜를 빌릴 때 배움에 '점프'가 일어난다"라고 마루야마 가쓰히코 교장은 표현했다. "함께 공부하는 친구를 경쟁 상대로만 여기면 아쉽게도 아이들은 더 이상 향상되지 않는다"라고 그는 말했다. 못하는 아이가 점점 뒤떨어지게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잘하는 아이의 배움 또한 일정한 지점에서 멈춰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로 도와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자기 수준보다 난이도가 높은 문제도 어느 순간 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그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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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원리조트 안석순 제공 공개수업을 참관하는 외부 인사들의 열기로 모토요시와라 중학교 교실 내부는 터져나갈 듯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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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배움의공동체 학교 대부분이 수업 중 모둠(그룹) 활동을 도입했다. 모토요시와라 중학교에 이어 방문한 나미키 소학교(이바라키 현 쓰쿠바 시)는 50분 수업 중 모둠 활동을 두 차례 벌이는 것을 장려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교사가 오늘의 수업 주제를 10분간 설명한 뒤 1차 모둠 활동을 하고, 다시 10분간 전체 토론을 거친 뒤 2차 모둠 활동을 하는 식이다. "자, 지금부터 모둠 활동을 해볼까요?" 교사가 말하자 교실 배치가 눈 깜짝할 사이 달라졌다. 마치 매스게임을 하듯 아이들이 자기 책상을 돌려 4인1조 모둠 대열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2단계 로켓을 날린다"
이렇게 헤쳐 모인 아이들은 모둠 단위로 문제를 풀었다. 기자 가까이에 있는 모둠에서는 한 남학생이 "다 풀었다"라며 연필을 놓자 다른 아이들이 "어떻게 풀었어?"라고 물었다. 한참을 설명하는데 곁에 있던 여학생이 "난 이 방식이 맞는 것 같은데?"라고 이의를 제기하자 남학생은 다시 이렇게 말했다. "그럼 이번에는 네가 나한테 다시 이 문제를 설명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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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원리조트 안석순 제공 네모토 미쓰코(쓰쿠바 시 나미키 소학교 교장)쓰쿠바 시는 '일본의 대덕 단지'라 할 만하다. 30여 년 전 연구·교육도시로 개발됐다. 나미키 소학교도 이때 생겨났다. 연구원·학자 등 고학력 학부모가 많다. 학교는 이들을 자원봉사자로 적극 활용한다. '훌륭한 아이들을 더 향상시키기 위해' 경쟁보다 함께 배우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네모토 교장은 말한다. 현재 이바라키 현 교장 10여 명과 '배우는 교장들의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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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키 소학교 네모토 미쓰코 교장은 2단계 모둠 활동을 일러 '2단 로켓을 날린다'라고 표현했다. 1단계에서는 모든 학생이 알아야 할 기본적인 내용을 풀게 하고, 2단계에서는 조금 더 어려운 심화 과제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평균 수준의 과제보다 어려운 과제, 이른바 '질 높은 과제'를 제시하는 것은 배움의공동체 학교 대부분의 교육 방침이기도 하다.
"과제가 높을수록 아이들은 더 성장한다"라고 네모토 교장은 말했다. 학력도 덩달아 신장된다. 그러나 학력은 부수적 결과물일 뿐, 더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주변과 관계를 맺으면서 스스로 배울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되는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평생을 배우는 힘이 여기서 나온다는 것이다.
쇼지 야스오 교수(사이타마 대학·교육학)는 배움의공동체에서 양질의 배움이 일어나는 이유를 '내러티브적 사고의 힘'으로 설명했다. 1월20일 모토요시와라 중학교 수업을 참관한 그는 "자기가 알게 된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말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이해가 더 깊어지는 것이 보였다"라고 논평했다. 논리적 이해를 통한 학습(Logical Thinking Style)을 중시했던 과거와 달리 교육계도 최근에는 언어로 사물을 표현하고 이해하는 학습 방식(Narrative Thinking Style)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부연 설명이다.
'경쟁'에서 '공생'으로,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는 배움의공동체 모델은 최근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는 핀란드 교육 모델을 연상케 한다. 교육의 공공성과 민주주의적 운영 원리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실제로 핀란드 모델과 배움의공동체 모델은 기본 철학이 동일하다고 사토 마나부 교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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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원리조트 안석순 제공 마루야마 가쓰히코(후지 시 모토요시와라 중학교 교장)후지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위치에 학교가 있다. 농촌 지역이라 고령 인구가 많은 편이다. 브라질·페루 등 다문화 가정 학생도 10%가량 된다.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높은 편이다. 특히 학력이 전국 상위 수준에 이르면서 배움의공동체에 대한 호응이 뜨겁다. 학교 개혁에 성공하려면 지역 사회 협조도 중요하다고 마루야마 교장은 말했다. 지역 행사 등에서 학교를 적극 알리는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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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개별 교사의 자율성을 전제로 하는 핀란드 모델과 달리 배움의공동체는 교사들의 동료성을 강조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배움의공동체에서는 교사들의 협력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교사들은 공개 수업을 한 뒤 비디오로 녹화한 서로의 수업을 돌려보며 평가회를 갖는다. 이때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모든 과목 교사들이 참여할 것, 모든 교사가 한 마디 이상 발언할 것, 부정적인 논평은 가능한 한 삼갈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때로 "학생 A가 하품을 하고 딴짓을 하는데도 교사가 앞에서 수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었다. 수업 중 아이들을 좀 더 주의깊게 살펴야 할 것 같다" 같은 따끔한 지적이 쏟아진다.
배움의공동체 모델이 한국에서도 유용할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 다시 다룰 예정이다. 일본 교육계 내부에서는 배움의공동체가 지나치게 집단주의를 강조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가 차원에서 교육의 틀을 다시 짠 북유럽과 달리 배움의공동체 모델은 개별 학교 내지 개별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하는 만큼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만 교육 개혁의 출발점은 교사 개인, 그리고 교실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배움의공동체 모델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손우정 박사(하자센터 배움공방 연구소장)는 말했다. 사토 마나부 교수의 제자로 지난 1년간 하자센터에서 배움의공동체 교사 연수를 진행한 손 박사는 "많은 교사를 만나면서 깨닫게 되는 게 교사들의 영원한 화두는 수업이라는 거다.
단 한 명도 배제되지 않는 교실
젊은 교사, 나이 든 교사 할 것 없이 수업을 잘하고 싶어한다. 이런 열망을 품고 있는 교사들이 먼저 나서서 자신들의 수업을 공개하기 시작할 때 한국 교육도 조금씩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현재 손 박사가 이끄는 모임에는 자기 수업을 녹화해 가져오는 교사도 많다고 한다. 같은 학교에 뜻이 맞는 교사가 없다 해도 이런 모임을 통해 동료 교사들로부터 수업 평가를 받다보면 자기 수업의 장단점을 깨닫고 교사 스스로 성장하게 된다고 그녀는 말했다.
손승현 교수(고려대·교육학)는 무엇보다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교육'을 현장에서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배움의공동체 모델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배움의공동체는 핀란드 교육과 마찬가지로 '한 사람도 낙오되지 않고 배제되지 않는 교육'을 지향한다. 네모토 미쓰코 교장은 아이들이 "이 문제 잘 모르겠는데, 나 좀 가르쳐 줄래?"라고 아무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을 때 배움의공동체가 궤도에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정도가 되어야만 아이들이 교실을 안심할 만한 장소라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쇼지 야스오 교수는 "교실로부터 스스로를 배제시키는 아이가 없게끔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빈부격차가 커질수록 더 그렇다. 학습이 뒤처지면서 점점 자신감과 의욕을 잃어가는 아이들이 '나는 가능성이 없으니까'라고 지레 포기하기 전에 '나도 여기서 배울 수 있다'라고 여길 수 있게끔 교실에 '내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렇게 아이들이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찾을 수 있을 때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교육도 가능해진다고 이광호 소장은 말했다. 자기 성찰과 이질적인 집단에서의 소통 능력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미래 핵심 역량이기도 하다.
김은남 기자 / ken@sisain.co.kr- 정직한 사람들이 만드는 정통 시사 주간지 < 시사IN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시사IN 구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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