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회장, 연내 경영복귀 저울질?

2010. 2. 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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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면복권 땐 "……" 한달 지나 "회사 약해지면 돕겠다"

그룹 안팎 '연말 넘기지 않을 것' 전망 우세

평창 겨울올림픽 결과·세종시 처리 등 변수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지난해 말 단독 사면 이후 대내외 보폭을 넓혀가면서, 그의 경영복귀 시점과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5일 부친이자 삼성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의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경영복귀 여부에 대해 "아직은 빠르다. 회사(삼성)가 약해지면 돕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경영복귀와 관련해 "아직 멀었다"(1월10일), "생각중이다"(1월21일)라고 말한 바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정부가 지난해 말 이 전 회장을 사면할 때 조기 경영복귀를 하지 않는다는 다짐을 받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점이다. 한 임원은 "이 회장의 영향력에는 차이가 없는데, 굳이 복귀를 서두를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그룹 안팎에선 복귀 시점이 그룹 인사와 조직 개편이 이뤄지는 연말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재계에서는 경영환경이 급변할 경우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전경련 회원사의 한 임원은 "애플의 공세나, 도요타 위기 같은 안팎의 경영환경 변화가 더 심해져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한 임원은 "이 전 회장은 복귀를 하면 회장보다 명예회장을 맡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기념식장에서 "복귀라기보다는 도와줘야죠"라며 뒷받침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는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경영권을 당장 넘기지는 않더라도 후계자의 입지를 넓혀주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룹 사령탑인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의 처리도 관심거리다. 삼성은 비자금 사건의 책임을 지고 2008년 전기실의 간판을 내렸지만, 그룹을 유지하는 한 사령탑은 계속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한 임원은 "계열사 독립경영을 선언했지만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내부적으로 사령탑 복원에 대한 검토가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경영에서 물러난 이학수 전 전기실장(현 고문) 등 전 핵심 임원들의 거취도 관건이다. 이 고문은 미국 전시회, 공항 귀국, 창업자 탄생 100돌 행사에서 이건희 전 회장의 옆을 빠짐없이 지키는 등 예전의 그림자 수행을 재개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이 고문과 김인주 보좌역(전 전기실 차장) 등은 사면복권을 못 받았다. 그룹 사령탑이 복원되더라도 이전처럼 계열사 위에서 절대권한을 행사할지는 불투명하다. 이 전 회장이 기념식장에서 "이제 계열사별로 컨트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도 변화를 예고한다.

이 전 회장의 행보에 영향을 끼칠 또다른 변수는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다. 겨울올림픽 유치는 단독 사면의 명분과 조건이었다. 이 전 회장으로서는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뒤 복귀를 하면 홀가분할 수 있다. 문제는 2018 겨울올림픽의 개최지 결정이 내년 7월에야 확정된다는 것이다. 삼성 안에서도 유치 전망이 엇갈린다. 한 임원은 "평창 유치가 경영복귀의 전제조건은 아니지 않으냐"고 미리 선을 그었다. 삼성과 청와대 사이의 '빅딜설'을 낳은 세종시 수정안의 처리도 변수다. 관련법이 조기에 처리되지 못하고 장기 표류할 경우 입주 대상인 연료전지 등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 투자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사면복권을 위해 그룹의 미래를 위태롭게 만들었다는 원죄론이 불거질 수 있다.

곽정수 김회승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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