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21일째, 양승조 의원 정 총리와 설전
목소리는 작았지만 비판은 매서웠다. 세종시 수정안 반대 단식투쟁을 21일째 이어가고 있는 양승조 민주당 의원(충남 천안)은 휠체어를 타고 국회 본회의장에 섰다.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세종시에 관한 대정부 질문을 하기 위해서다. 단식 3주 동안 11kg이 빠졌다는 양 의원의 얼굴은 수척했다. 양 의원이 홍영표 민주당 의원의 부축을 받아 단상 앞으로 나오자 김형오 국회의장은 "단식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양 의원을 위해 마이크 볼륨을 높여 달라"고 말했다.
양승조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정운찬 총리 |
양 의원은 "단식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음식 이야기가 금물인 걸 아느냐"라며 정 총리의 만찬 초대부터 문제 삼았다. 정 총리는 지난 28일 국회 인사청문특위 위원을 2월19일에 있을 총리실 주재 만찬에 초대했는데, 그 중에 양 의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정 총리는 "본의 아니게 불편하게 해서 유감"이라고 답했지만 양 의원은 "보좌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또한 양 의원은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면 사회주의 도시가 된다"라는 권태신 국무총리 실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문제제기하며 보좌진 해임을 잇달아 촉구했다.
이어 양 의원은 본 회의장에서 한 동영상을 틀었다. "내가 당선되면 세종시를 수정할 거라고 중상모략하는 사람이 있다"는 등의 2007년 대선 후보자 시절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관련 발언을 모아 놓은 화면이었다. 양 의원은 대통령이 20차례 넘게 거짓말을 했다며 "정직한 사람이 당당하면 아름답지만 거짓말쟁이가 당당하면 뻔뻔하다. 이 정도면 대통령직에서 내려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 총리는 양 의원이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해 정부 부처 개수를 묻자 "퀴즈 하듯이 묻지 말라"고 대꾸했다. 정 총리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본회의장 곳곳에서는 야유가 섞인 고성이 튀어나왔다. 정 총리는 지난해 11월 대정부 질문에서도 "장학퀴즈 하듯이 물어보지 말라"며 민족문제연구소에 관해 묻던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반박한 적이 있다.
질문을 마친 양 의원은 국회 본청 앞에서 대기 중이던 응급차를 타고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직행했다. 종합 검사를 받은 양 의원은 링거액이나 기타 약물 투여를 거부하고 계속 단식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양 의원의 보좌진은 "의원은 단식을 계속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나, 내일 나오는 검사결과를 보고 단식 지속 여부에 대해 적극 건의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 smile@sisain.co.kr- 정직한 사람들이 만드는 정통 시사 주간지 < 시사IN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시사IN 구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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