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 "톨레랑스는 차이를 용인하는 자세"
칼럼니스트 홍세화(63·한겨레 기획위원)가 10년 전 번역한 필리프 사시에의 < 왜 똘레랑스인가 > 가 < 민주주의의 무기, 똘레랑스 > 라는 제목으로 다시 출간됐다. 홍씨는 15년 전 <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 에서 처음 톨레랑스를 소개한 뒤 이 말을 전파하고 실천해왔다. '톨레랑스'는 16세기 서양의 종교 맥락에서 논의된 말이지만, 한국에서 톨레랑스는 곧 '홍세화'와 동의어다.

홍세화씨가 지난달 29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무실에서 < 민주주의의 무기, 똘레랑스 > 재출간과 톨레랑스 10년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1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홍세화가 말하는 '톨레랑스'의 개념과 외연은 확장된 듯하다. 지난달 29일 서울 공덕동에서 만난 홍씨는 흔히 '관용'으로 알려진 톨레랑스의 뜻부터 다시 정리했다.
"간단하게 줄인다면 '관용'보다는 '용인'입니다. 아랫사람의 실수나 잘못을 '너그럽게 받아들인다'기보다 종교나 사상이 달라도 그 '차이' 자체를 다른 그대로 '참고 받아들인다'는 정신 자세입니다."
말하자면 톨레랑스는 지은 죄나 잘못한 일에 대해 덮어둔다는 뜻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용납한다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홍씨는 '톨레랑스'를 두고 많은 사유를 한 듯했다. 톨레랑스는 자연철학과 동양철학에도 닿아갔다. 그는 "더 나아가 군자는 획일화되지 않으면서 서로 평화롭다는 '화이부동'에 아주 가깝거나 거의 같다고 생각한다"며 "군자가 '다른 것'을 그대로 놔둔 채 평화롭게 공존한다면 소인은 별 차이도 없는데 불화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홍씨는 "인간은 탐욕을 채우기 위해 다른 인간을 지배하고 처치해오다 자연까지 파괴하게 된 상황이 됐다"며 "자연을 극복 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멈추고 자연을 자연 그대로 용인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생각에 '자연과의 톨레랑스'란 이름을 붙였다.
그렇다고 홍씨가 '지금 여기'의 현실에서 벗어난 건 아니다. '도구이성'에 대비되는 '성찰이성'을 강조했다. "사람들은 공상 과학 소설에서 똑같은 인간이 만들어지는 걸 끔찍해 하면서도 또 다르다고 시비를 건다"며 "성찰이성이 성숙되지 못한 인간이 빠지기 쉬운, '너보다 좋은 학교를 나왔어' 같은 저급한 비교 우위로 자기 만족하려는 속성이 일차 원인"이라고 말했다. 또 "사익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이 성찰이성이 미숙한 사람들을 부추기고 활용한다"고 했다.
'앵톨레랑스(불용인)'에 대한 단호한 태도는 그대로다. 재출간 의미를 묻자 그는 "현 정권이나 뉴라이트들이 주장한 '잃어버린 10년'이 재출간 의미를 거꾸로 증언하고 있다"며 "이 세력들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불관용이 훨씬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앵톨레랑스의 두 가지 관점이 그들의 가장 강력한 권력 기반인데, 하나는 '너 빨갱이지?'이고, 또 하나는 '너 전라도 사람이지?'라는 물음"이라며 "국가보안법과 공격적 지역주의가 바로 그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또 낫과 곡괭이를 들고 가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파헤치는 퍼포먼스를 했던 사람들을 예로 들면서 "한국 사회의 비극은 집권 우파 세력이 극단주의 세력의 앵톨레랑스 행위를 제어하지 않는 데 있다"고 말했다.
"'차이를 용인하라'는 말은 억압하고 배제하는 인간들의 정신 자세와 행동에 대해 단호한 반대를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성소수자·국가보안법·지역·종교의 앵톨레랑스에 단호히 반대하는 것입니다. 앵톨레랑스에 맞서 싸우고 저항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톨레랑스는 소수자·약자의 권익을 위한 사상적 무기이자 민주주의 성숙의 무기입니다."
< 글·사진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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