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이 만난 사람]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2010. 1. 1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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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법 통과만 되면 사업 초스피드로"기업들에 '시간은 돈' 법 개정·착공 늦어지면 경쟁서 뒤처질 수밖에미분양 추이 예의주시 필요땐 추가대책 검토

"법안 개정이 얼마나 빨리 이뤄지느냐에 세종시의 운명이 달려 있습니다. 기업들에 '시간'은 곧 돈이자 경쟁력이기 때문입니다."

정종환(61•사진) 국토해양부 장관은 세종시의 성공 여부는 시간에 달려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에 세종시에 들어오는 산업 기능은 개별 기업들에는 모두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새로운 먹을거리들입니다.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죠."

정 장관은 "삼성이나 한화 등은 모두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경쟁하는 기업들"이라며 "법안 개정과 착공이 늦어지면 그만큼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연내 착공이 가능하도록 법안 개정을 서둘러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장관으로부터 국정 최대 현안인 세종시 문제와 거래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동산시장에 대한 인식과 해법을 들어봤다.

-세종시에 원형지를 공급하는 것에 대해 특혜 시비가 있는데요.

▲일부에서 특혜 얘기를 하는데 절대로 아닙니다. 원형지든 기반시설을 설치한 땅이든 조성원가로 주는 것은 같습니다. 다만 원형지로 공급하고 기업이 스스로 목적에 맞게 개발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죠. 비용이 줄어들면 이는 정부가 땅을 싸게 줘서 그런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잘해서 그런 것입니다. 혁신도시나 기업도시에 대해서도 기업 등이 일정 규모 이상의 원형지를 공급해달라고 요청하면 타당성을 검토해 공급할 수 있습니다.

-세종시 수정방안 발표 이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아직도 지역민을 중심으로 반발이 심합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데요.

▲아마 세종시가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 기존 방안을 뒤집는 것에 대한 정치적인 반감 등이 크게 작용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세종시로 이전하는 기업들은 모두 새로운 사업이나 이와 연계된 사업들을 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플러스 알파를 만들어내는 것이니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생각을 발전지향적으로 해야 합니다. 평등만을 얘기해서는 결코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 좀 더 냉정하게 미래를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정치적인 고려보다는 실용적인 고려가 앞서야 합니다. 기존 계획으로는 자족형 도시를 만들 수 없습니다.

-세종시 발전방안이 '장밋빛' 일색인데다 사업 진행속도도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2개월 만에 급조됐다는 비판도 있고요.

▲세종시 수정안은 결코 단기간에 급조된 계획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터진 촛불사건 등으로 공론화하지 못했을 뿐이죠. 사실 세종시 문제는 대통령 인수위원회 때부터 고민돼왔던 일입니다. 저 역시 장관에 취임한 후 세종시에 대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해왔습니다. 공론화 계기를 찾지 못한 것일 뿐 2년 가까이 고민한 것을 지난 2개월 동안 다듬고 종합한 것이죠. 22조원을 들여 하는 사업인 만큼 나라의 먹을거리, 지역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입니다.

-사업추진 속도가 빨라 실행 단계에서 계획대로 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요.

▲법이 개정되면 사업을 속도감 있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세종시 사업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세종시에 입주할 예정인 기업들은 하루빨리 착공해서 성과를 내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되도록 빨리 법이 국회를 통과해 사업이 진행돼야 합니다. 일단 결정만 되면 초스피드로 갈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특징은 일을 속도감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중대사를 대통령이 직접 챙기기 때문에 과거 정부에 비해 의사결정이 빠르고 관계부처 간 협의도 잘됩니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분양도 1년6개월 걸릴 것을 4개월 만에 끝낼 수 있었습니다. 세종시 역시 법이 통과되면 반드시 현 정부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해외건설 수주가 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고 지난해 말에는 아랍에미리트에 사상 첫 원전을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해외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이 궁금합니다.

▲해외건설은 반도체•조선•자동차와 함께 정부가 차세대 주력 수출사업으로 육성할 방침입니다. 올해만 해도 최소한 400억달러 이상의 수주를 기본 목표로 삼겠습니다. 특히 원전이나 고속철도는 민관이 힘을 합치면 앞으로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올해는 원전뿐 아니라 고속철도와 SOC사업 분야의 수출을 더욱 확대할 계획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본사 이전을 놓고 지자체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언제 결론을 낼 수 있을지요.

▲LH 본사 이전 문제는 주무부처 장관인 제가 책임지고 결정해야죠. 오는 2012년에 본사가 옮겨가는데 차질이 없도록 할 생각입니다. 계획대로 되려면 올 상반기에는 어떻게든 결론을 낼 생각입니다. 이전의 기본 원칙은 통합의 정신을 살리면서도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빨리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연초부터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시장의 주요 지표인 신규 아파트 분양률, 경매 낙찰가율 등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거래가 되지 않는 것이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시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있으며 모니터링을 면밀히 하고 있습니다. 시장 정상화는 중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필요 없는 규제를 해소하고 공급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당장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하는 등의 결정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다행히 전문가들도 향후 시장이 크게 요동치지 않고 완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동산은 살아 있는 물건이니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결국 무산됐는데.

▲지난해 풀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국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정무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법안 통과가 쉽지 않습니다. 차선책으로 분양가상한제 현실화 등을 통해 시장에서 불합리하다고 지적돼온 것들을 먼저 풀면서 상한제 폐지를 위한 설득작업을 계속 벌일 계획입니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8개월 만에 다시 늘었습니다. 특히 지방 미분양이 심각한데 추가 대책은 없는지요.

▲최근 미분양이 늘어난 것은 한시적인 양도세 면제 혜택을 염두에 둔 밀어내기 분양 탓이 크다고 봅니다. 양도세 면제 혜택 연장 여부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한 만큼 종료하는 쪽으로 결정됐습니다. 시장상황을 보면서 정책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해도 늦지 않습니다. 물론 미분양이 장기화할 경우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향후 미분양 추이와 주택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미분양 해소방안을 검토해보겠습니다.

-지난해 철도파업 때 철도에 경쟁체제 도입을 시사했는데 코레일과 경쟁할 민간회사가 등장하는 것입니까.

▲코레일의 누적 영업적자가 2조4,000억원에 이르고 있지만 공기업의 구조적인 한계와 독점 운영으로 인한 폐해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여객과 화물 부문의 회계를 분리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내부 경쟁력을 높일 계획입니다. 아울러 철도건설과 운영과정에 민간 참여를 활성화해 철도산업에 경쟁환경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약력▲1948년 7월 충남 청양 ▲청양농고·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워싱턴대학석사 ▲행정고시 10회 ▲1989년 교통부 공보관 ▲1996년 건설교통부 기획관리실장 ▲1998년 철도청장 ▲2001년 충남발전연구원장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2003년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이사장 ▲2004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2007년 우송대학교 철도건설환경공학과 석좌교수 ▲2008년 국토해양부 장관

"가장 큰 복은 일복"… 특유의 추진력 발휘세종시·4대강·보금자리 등굵직한 정부현안 모두 담당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

"복 중에 가장 큰 복은 일복이죠."자신의 주특기가 일하는 것이라고 서슴없이 밝히는 정종환 장관. 그는 요즘 세종시, 4대강 살리기, 보금자리주택 등 굵직한 정부 현안들을 모두 담당하는 국토해양부의 수장으로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단순히 바쁘다는 표현 이상으로 요즘 일정은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써야 할 판이다. 정 장관과의 인터뷰 일정과 장소도 불과 일주일 사이에 네 번이나 바뀌었다. 결국 인터뷰는 정부 과천청사가 아닌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서 이뤄졌다.

정 장관이 이렇게 바쁜 것은 쏟아지는 일도 일이지만 현장을 중시하는 업무 스타일 때문이다. 그는 현장을 중시한다.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현장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철도청장으로 재임할 때 기차를 타고 한 달에 최소 2,000~3,000㎞, 2년 동안 전국을 3바퀴나 돌며 현장을 직접 방문해 직원들을 지도 및 감독한 것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몸에 밴 현장중심의 업무 스타일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수시로 현장을 방문해 각종 현안을 직접 챙긴다. 매주 4대강 살리기 현장을 방문하는 것은 물론 노후 임대주택 현장, 재래시장 등을 돌며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정책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렇다 보니 중요한 결재는 일요일에 이뤄진다. 그는 매주 일요일 오후2시면 어김없이 청사로 출근한다. 평상시에는 대외 활동으로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많은 탓이다. 그나마 한가?일요일 오후에 중요한 결재를 하거나 국ㆍ실장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의견을 교환한다.

정 장관과 같이 일해본 사람들이 그를 생각할 때 떠올리는 단어는 '뚝심' '열정'이다. 지난 1972년 행시 10회로 관직에 입문한 후 공직생활과 기관장 등을 거치며 선이 굵은 행동가형 리더로서 특유의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왔다는 게 주변의 평이다.

무슨 일이든 열정을 갖고 열심히 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은 '박카스'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정 장관은 시종일관 거침없이 자신의 입장을 명쾌히 밝혔다.

대담=이용택 부동산부장 ytlee@sed.co.kr정리=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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