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시끄럽지만..SK 장례문화센터는 '고요'
[머니투데이 연기(충남)=최석환기자][故최종현 전 회장 유지따라 건립해 세종시 기부]지난 15일 오후. 서울에서 2시간여를 달려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건설이 진행 중인 충남 연기군으로 가는 길에선 시끄러운 정치권의 대치 상황이 그대로 느껴졌다. 버스가 지나치는 도로 좌우로는 '원안 사수' 등과 같은 문구가 강렬한 붉은 색 깃발에 새겨져 나부끼고, 간간히 '수정안을 찬성한다'는 의견이 적힌 현수막도 보였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감이 도시 안팎을 감싸고 있는 형국이었다.
↑SK 장례문화센터 전경 |
그러나 막상 세종시에 첫번째로 완공된 건물인 SK그룹의 장례문화센터로 들어서자 삶이 죽음의 경계를 넘는 장례시설의 엄숙함 때문인지, 사면을 에워싼 야트막한 산이 주는 아늑함 때문인지 갑작스런 고요가 찾아왔다. 좀 전까지 아우성치던 세종시를 둘러싼 긴장감도 일순간 적막 속에 묻혀버렸다.
연기군 남면 고정리 은하수공원 내에 조성된 장례문화센터는 SK가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는 고(故) 최종현 전 회장의 유지에 따라 세종시에 기부한 것이다.
1998년 8월 폐암으로 타계한 최 전 회장은 평소 화장을 통한 장례문화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생전에 시간을 아끼기 위해 헬기를 타고 울산 정유공장을 자주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전국 산하를 뒤덮고 있는 묘지를 보면서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 면에서 우리나라의 장묘문화가 문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화장만이 좁은 땅덩어리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실제 최 전 회장은 화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SK는 이런 최 전 회장의 뜻에 따라 애초 서울 서초구 원지동에 화장장을 지으려 했으나 주민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2007년 말 세종시에 현재 터를 확보, 2년여의 공사 끝에 국내 최고 수준의 화장시설을 지었다.
↑SK 장례문화센터 '화장장' |
총면적 36만㎡의 장례문화센터는 화장로 10기와 유족대기실 10개소를 갖춘 화장장, 2만1442기를 수용할 수 있는 납골 봉안당, 접객실과 빈소 각 10개소, 영결식장 2개소를 갖춘 장례식장, 홍보관 등과 함께 각종 부대 편의시설을 갖췄다.
↑SK 장례문화센터 납골 봉안당 |
화장로는 자동화된 최첨단 무공해 시스템을 통해 분진과 냄새, 매연을 완벽히 처리하는 무색·무취·무연의 '3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시공됐고 고급 마감재 등을 사용한 장례식장은 서울시내 일류병원 못지않았다.
↑납골 봉안당 앞 설치된 예술조각품 |
입구에 대형 예술조각품을 설치해놓은 봉안당은 미술관이라고 소개해도 착각할 만큼 세련된 모습이었다.
홍보관은 고대 이후 우리나라 장묘문화 변천사와 세계 선진국의 장례 문화, 화장의 역사와 장점, 수목장·바다장·산호장 등 각종 자연장을 소개하는 전시·영상물로 꾸며졌다. 이곳엔 개인 휴대폰으로 '모바일 유언장'을 작성, 멀티스크린에 공개하는 체험관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또한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조성한 은하수공원 내엔 화장시설과 함께 새로운 장례문화로 주목받고 있는 수목장, 장미를 활용한 화초장, 비석과 봉분이 없는 잔디장 등을 할 수 있는 6만8000㎡ 규모의 자연장지도 마련됐다.
SK 관계자는 "장례문화센터 개관은 우리나라 장례문화 선진화를 앞당기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SK의 장례문화센터는 세종시의 자족 기능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정진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세종시 내 산재해 있는 2만4000기의 묘지를 이전하고 도시 내 장사수요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장사시설 건립이 절실한 과제였다"고 전제한 뒤 "SK가 장례문화센터를 기증함에 따라 어려운 문제가 쉽게 해결됐다"고 강조했다.
SK 관계자도 "세종시는 다른 지역에서는 주민 반대 등으로 부지 선정조차 여의치 않은 화장시설을 도시 건설 초기에 확보, 사회적 갈등에 따른 경제 비용의 낭비를 원천 방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정 청장은 "현재 예산기준으로 25% 정도의 공사가 진행됐으며 차질이 빚어지거나 지연되고 있는 것은 없다"며 "20% 정도가 개발보상비로 지급됐고, 5%가 도로 등 기반시설 조성에 투입된 초기단계라 도시의 용도가 바뀌더라도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업용 용지는 현재 30만 평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아 1차 선정 이후 추가로 기업들에게 줄 수 있는 땅은 거의 없다"며 "주민들은 수정안이든 원안이든 상관없이 확실하게 빨리 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이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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