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너가는 '5 + 2' 광역경제권 개발
세종시 계획이 전면 수정되면서 현 정부의 지역발전 정책인 '5+2 광역경제권' 개발이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전국을 7개 광역 및 특별경제권으로 묶어 특화산업을 육성시킨다는 구상이지만 세종시에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제공될 경우 다른 지역으로 기업 등을 분산 유치하는 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는 2013년까지 전국을 수도권·충청권·대경권·호남권·동남권 등 5대 광역경제권과 강원·제주권 등 2개 특별경제권으로 나눠 지역별 선도산업을 육성한다는 내용의 지역발전 5개년 계획을 지난해 9월 발표한 바 있다.
충청권은 그린반도체 등 정보기술(IT)과 의약바이오, 호남권은 태양광산업 등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 부품소재, 동남권은 수송기계·융합부품소재, 대경권은 그린에너지와 IT융복합, 강원권은 의료융합·의료관광, 제주권은 물산업·관광레저 등을 각각 집중적으로 키우고 이를 위해 2013년까지 총 126조4000억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최근 세종시의 성격이 교육·과학·산업 기능 위주로 바뀌고 정부가 입주업체에 원형지 공급, 세제 지원 등 파격적인 혜택을 주기로 하면서 당초 권역별로 산업을 특화시키려던 계획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1일 발표된 기업들의 세종시 투자 계획과 정부가 광역권별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산업들이 적잖이 중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세종시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태양·연료전지 등 그린에너지와 헬스케어 산업은 정부가 '5+2' 계획에 따라 육성키로 한 대경권의 그린에너지 및 강원권의 의료산업과 겹친다.
또 한화가 세종시에 짓기로 한 태양전지 및 태양광 모듈 생산 공장 역시 호남권에 계획된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정책과 중복된다.
정우택 충북도지사는 1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세종시 문제가 나온 뒤 충북도의 투자유치 협의가 이전보다 10분의 1 정도 줄어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며 "5+2 광역 산업도 세종시에 들어가는 주력 기업들의 성장산업과 상당히 중복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와 국토부는 "세종시에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신규 투자되는 내용 등은 지난해 광역경제권 계획을 짤 때에는 예상치 못한 부분"이라면서도 "세종시 수정안을 만들 때 5+2 광역개발안과 어떻게 연계시킬지 등을 충분히 검토했기 때문에 거점별 육성산업이 세종시에 일부 들어간다고 해서 5+2 개발안 자체가 무산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세종시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다른 지역으로의 투자를 결정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광역경제권 개발에 들어가는 126조4000억원 중 30조9000억원을 민자로 조달한다는 계획이지만 '세종시 블랙홀'이 현실화될 경우 재원 마련부터 삐걱거릴 수 있다.
단국대 조명래 교수는 "현 정부는 광역권개발이나 세종시, 혁신도시 등을 정치적으로만 접근했으며 중복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검토한 적이 없다"며 " '5+2' 계획도 참여정부 시절의 균형정책을 부정하는 것에 바탕을 두고 나왔지만 그 계획을 만드는 데만도 2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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