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안 모델 獨 드레스덴, 기업 1200여개 유치 '독일의 실리콘밸리'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에 외국 성공사례를 많이 참고했다. 그 모델은 독일 드레스덴, 미국 동부 노스캐롤라이나주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TP), 스위스 제네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등이다. 매일경제신문 기자들이 드레스덴과 RTP를 최근 다녀왔다.
세종시 모델로 꼽히는 독일 드레스덴의 구시가 곳곳에서는 요즘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늘어나는 해외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해 호텔을 포함해 백화점, 위락시설 등 대단위 건설공사가 진행 중이다. 드레스덴이 관광뿐 아니라 쇼핑도시로 소문나면서 기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체코와 폴란드의 부자들까지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재래시장 슈탈호프에서 만난 한스 씨는 "드레스덴이 과학연구도시로서 유명했는데 이제는 인근 국가의 소비자들까지 끌어들여 경제적으로 활력이 넘친다"고 말했다.
구시가에서 택시를 타고 10여 분을 달리면 고풍스러운 유적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첨단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독일 국민차 '폭스바겐'의 최고급 모델인 '페이톤'을 생산하는 공장은 건물 전체가 투명유리로 돼 있어서 눈길을 끈다.
여기서 5분을 더 가면 독일 기초과학의 산실인 막스플랑크연구소가 나온다. 노벨상 수상자를 32명이나 배출했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대개 연구소 하면 주변에 대단위 연구단지가 조성돼 있을 것으로 연상하지만 막스플랑크연구소 옆에는 주택들이 밀집해 있다.
일요일에 업무차 출근한 그레첼 씨(32)는 "집이 두 블록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걸어다닐 수 있다"며 "생활여건이 편리한 것이 드레스덴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드레스덴은 과거 동독에 속해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배합돼 있다. 작센주 주도로서 '독일의 피렌체'라고 불릴 정도로 엘베강을 따라 중세 바로크 양식의 츠빙거궁전, 프라우엔교회 등 유서 깊은 건축물들이 잘 보존돼 있다.
하지만 지금의 드레스덴 모습은 잿더미 위에서 다시 건설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폭격을 받아 유적들은 파괴됐고, 이후 동독에 속해 산업중심지로 재편됐지만 사회주의권의 경제 침체로 도시는 활력을 잃었다.
드레스덴이 자족도시로서 활기를 되찾은 것은 통일이 된 뒤였다. 파괴된 유적에 대한 본격적인 복원사업과 동시에 유수 연구소와 기업들을 유치하면서 산학(産學)도시로서 위상을 높여갔다.
현재 인구 50만여 명의 드레스덴에는 독일 최대 기술대학 중 하나인 드레스덴공대를 비롯해 10개 대학, 3개의 막스플랑크연구소, 10개의 프라운호퍼연구소, 5개의 라이프니츠연구소 등 세계적인 연구기관이 있다. 연구인력만 1만5000명이 넘는다. 이러한 연구능력에다 독일 정부와 작센주의 기업유치 노력에 힘입어 드레스덴에는 폭스바겐, 지멘스뿐 아니라 AMD, 인피니온 등 반도체기업이 대거 입주했다. 현재 1200여 개 기업이 4만2000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빗대어 드레스덴을 '실리콘 색스니(작센)'로 부를 정도다.
산학도시로서 드레스덴의 지위는 통독 후 부상했지만 동독시절부터 화학 물리 기계 섬유 등 연구기능과 산업이 발전했던 곳이다. 전통 있는 역사와 문화, 과학, 산업적 토양이 드레스덴 성공 신화의 밑바탕이 된 것이다. 더욱이 작센주는 드레스덴에 연구소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보조금 등 경제적 혜택 외에 문화와 교육, 일상생활에 편리성을 제공하는 데 힘을 쏟았다.
[드레스덴 =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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