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택공사 세종시 재원 조달 가능할까
세종시 개발에서 초기 부지 조성과 기반시설 건설 등의 사업을 시행하는 주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다. LH가 이 같은 사업에 투입할 예정인 돈은 14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통합법인 출범 이후 LH는 막대한 부채로 기존 사업 시행조차 못하는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세종시 건설비용을 조달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결국 정부 재정으로 메울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토해양부와 LH에 따르면 '수정 세종시'에는 정부재정 8조5000억원, 과학비즈니스벨트법 통과 시 지원될 3조5000억원, 민간투자 4조5000억원, LH공사 14조원을 포함해 총 30조5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중 LH공사가 부담할 14조원은 원안 때부터 계획됐던 비용으로, 부지를 매입해 도로 등 기반시설을 만드는 데 들어간다. LH는 2007년부터 사업에 착수해 이미 5조원가량을 보상비 등으로 집행한 상황이다. 세종시 계획 수정으로 일부 변동은 있겠지만 세종시 사업이 완료될 2020년까지 9조원 정도는 더 투입될 것으로 LH는 보고 있다.
문제는 LH가 이만한 돈을 조달할 여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통합법인 출범 후 LH는 자산규모는 128조원(지난해 9월 기준)으로 불었지만 부채비율 역시 500%를 넘는 등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졌다. 자금난으로 토지 보상이 늦어지면서 LH가 시행 중인 각종 신도시와 택지지구 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당장 올해에만 보금자리주택사업과 수도권 택지지구 사업 등을 합쳐 보상금액만 20조원 가까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정부는 세종시에서 원형지 형태의 땅은 3.3㎡당 36만~40만원, 개발된 땅은 3.3㎡당 50만~100만원에 공급한다는 계획으로 이는 세종시 조성원가(3.3㎡당 227만원)보다 턱없이 싼 상황이다. LH로선 땅을 팔수록 적자가 커지는 셈이다.
정부는 세종시내 상업용지를 가장 나중에 분양해 LH가 시세차익을 볼 수 있도록 하고 공사입찰을 최저가 낙찰제로 진행해 LH의 적자를 메운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종시 개발이 본격화돼 기업과 연구시설 등의 입주가 시작되면 그 일대 땅 값이 '금 값'이 되지 않겠느냐"며 "또 세종시 수정으로 매각 대상인 자족용지가 늘어나면서 원안보다는 LH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업용지를 분양해 개발이익을 거두기 전까지는 당장 초기 개발비용이 필요한데다 채권발행을 통한 재원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결국 정부 재정으로 메우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경실련 윤순철 시민감시국장은 "LH가 돈이 없어 다른 신도시 개발 사업도 정리하는 와중에 세종시에 14조원을 몰아줄 여력이 있겠느냐"며 "추후 개발이익을 얻더라도 일단 개발할 돈이 필요한 만큼 정부가 지원해주지 않으면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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