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부동산시장 가보니

2010. 1. 1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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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값이 분양가보다도 많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주말에 시간 내서 직접 방문해 보세요."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한 11일 오전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소재 J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마침 투자문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J공인 관계자는 "최근 투자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며 "아직 시세가 오르지는 않고 있지만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세종시 예정지 인근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들은 세종시 개발이 지지부진하면서 인근 지역 토지ㆍ주택시장은 한동안 극심한 침체에 빠졌다고 말한다. 한 중개업자는 "조치원의 경우 2006년 '대우푸르지오 1차'(802가구)를 시작으로 GS자이(1429가구), e편한세상(681가구) 등 총 3000여 가구가 분양된 후 3년여가 지난 현재 시세는 분양가 대비 20% 넘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분양 당시 100대1이 넘는 청약경쟁률을 기록해 화제를 모았던 대우푸르지오 105.6㎡는 현 시세가 1억6000만원 선으로 분양가(2억2000만원)의 73%에 그치고 있다. 최대 규모 단지인 GS자이는 분양률이 70~80% 선이다.

공사가 중단된 곳도 있다. 조치원 읍내에서 천안 방향으로 가다 보면 채 완성되지 않은 소규모 아파트 단지가 흉물스럽게 서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정부가 세종시를 기업중심도시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D공인 관계자는 "삼성 등의 입주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문의가 늘었다"며 "행정도시가 이상적인 발전방향이지만 기업도시 역시 지역발전 차원서 이익이라는 공감대가 투자자 사이에 형성된 것"으로 해석했다.

세종시 주변 지역에 포함된 연기군 금남면 일대도 최근 투자문의가 미약하게나마 살아나고 있다. 금남면 역시 세종시 개발이 난항을 겪으면서 한때 토지와 아파트 시세가 많이 빠졌다. 세종시 예정지와 맞붙어 있는 대평리 토지는 2008년 3.3㎡당 최대 80만원 선에 거래됐지만 현재 50만~60만원 선이다. 인근 원봉리, 국곡리 토지 역시 3.3㎡당 40만~50만원 선으로 1년여 전과 비교해 20~30% 하락했다.

세종시에 토지를 수용당한 원주민들에게 지급되는 '이주자택지분양권' 가격은 소폭 회복세다. 택지분양권 소유자들은 세종시 민간택지 분양 시 조성원가의 70% 선에서 토지를 인수할 수 있다. 이주자택지분양권 가격은 한때 최고 1억1000만원까지 올랐다가 세종시 개발이 지지부진하면서 지난해 초 1700만원 선으로 추락했지만 최근 4000만원 선까지 회복됐다. 대평공인 관계자는 "투자문의자 대부분이 원하는 가격대가 매도자와 큰 차이가 있어 실제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원주민은 도시개발 지연에 따른 피해보상청구소송에 이어 토지 환매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해 주목된다. 행정도시주민보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정부가 공용 목적으로 토지를 수용한 뒤 당초 목적과 다르게 이를 사용하면 원래 토지 소유자가 환매를 요구할 수 있다"는 '공공용지 취득 및 손실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곧 원주민 4000가구를 상대로 환매소송 제기를 위한 서명운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연기 = 이명진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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