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프로의 진화..이야기도 먹는다

2010. 1. 1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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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케이블·IPTV 인기아이템으로 자리잡아

자체제작도 늘어…지상파는 EBS 우뚝

"레시피대로 만들어봤는데…. 제가 뭘 잘못했을까요."(아이디 **ong)

2000년 10월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해 2400회를 넘긴 프로그램 교육방송의 <최고의 요리비결>(이하 <최요비>). 지난 6일 촬영 현장을 찾았다. "쉬었다 갈게요!" 예상치 못하게 달궈진 냄비에 촬영이 중단됐다. 불과 칼과 요리 재료들이 모두 '위험한' 주인공인 까닭에 긴장감으로 날이 서 있다. 국물을 뜨는 순간, 공중에서 촬영하는 지미집을 비롯해 4대의 카메라가 달려들어 클로즈업. 가장 맛있는 순간을 잡아내기 위한 긴장감은 스포츠 중계 현장과 다를 바 없다.

맛있게 보이는 비법은?

없다. <최요비>의 최경숙 요리연구가는 "그런 게 어딨냐"고 되물었다. 최씨는 "요리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빛깔이 안 나온다고 불평하지만 그 빛깔은 조명이 좌우한다"며 "십수년 사이 요리 프로그램도 조명이 많이 달라져서 재료의 신선도에 예전처럼 공들이지 않아도 될 만큼 맛깔스럽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굳이 비결이라면 식탁 조명에 좀더 공을 들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요리가 가장 맛깔스럽게 보이는 순간은 있다. "촬영 중 누가 왔다갔다 해!" 제작진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접시에 제육볶음이 담겨진 순간이다. 2년째 <최요비>를 진행하고 있는 박수홍은 "칼에 베이거나 국물에 데어도 '그' 순간만큼은 응급처치 후 계속 진행한다"며 "요리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요리'"라며 웃는다.

쉽게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영국 비비시의 제이미 올리버의 프로그램도 따라 만들기가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시큼하다는 제이미의 표정을 이해하기 힘들 때가 많다. 예능 프로그램 등에 자문을 담당하는 여경옥 요리사는 "식재료나 조리 도구가 다르니까 당연하다"며 "어떤 상표의 간장을 쓰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게 요리"라고 말했다. 그는 "제이미의 요리 철학만 배우면 다 배운 것"이라며 "시장에 가서 제철음식으로 나온 요리를 제이미처럼 즐기면서 만들면 된다"고 했다.

식당 소개 프로그램은 많은데…

<최요비>를 빼면 전통적인 의미에서 지상파 요리 프로그램은 전무하다. <패밀리가 떴다> <1박 2일>처럼 먹거리가 놀잇감이 될 정도로 요리는 부엌을 넘어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왔지만 정작 요리 소개 프로그램은 지상파 방송 3사에서 자취를 감췄다. 직접적 이유는 시청률. 한 방송 관계자는 "아침 드라마가 등장하는 시점에서 요리를 다루는 정적인 프로그램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며 "인터넷 발달과도 무관하지 않지만 더 큰 이유는 시청률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송 프로그램에 자문을 담당하는 요리사들은 시청률 부진에 대해 공통적으로 '이야기'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방송 <6시 내고향>에 출연중인 윤정진 요리사는 "휴먼 다큐 같은 이야기들이 음식 하나하나에 녹아 있다"며 "제이미 올리버가 인기를 끄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제이미는 학교급식 문제 등 요리를 사회적인 의제로 만들어내면서 큰 인기를 끈 영국 요리사다. 윤씨는 "제이미처럼 요리에는 이야기가 담겨야 한다"며 "맹물에 감자와 밀가루, 논고둥으로 만드는 가리장처럼 간단한 음식도 섬진강변 사람들 이야기, 농촌 현실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경옥 요리사도 "연예인들이 나와서 짜다, 달다 정도의 인상비평만 하는 것으로 요리를 단면적으로 평가하면서 순간 시청률에만 신경쓰다 보니 요리 프로그램이 일회성에 그치게 됐다"며 "농촌 실상 등 재료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케이블은 요리 프로그램 각축

지상파와 달리 케이블채널, 아이피티브이에서 요리 프로그램들은 인기 있는 아이템이다. 레시피를 찾기 위한 재방송이나 인터넷 다시보기 또한 인기다. 고든 램지나 제이미 올리버, 마사 스튜어트 같은 유명 요리사들이 만드는 프로그램 재방송은 올리브, 스토리온, 동아티브이, 온스타일 등의 케이블채널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직접 제작에 나서는 프로그램들도 있다. 케이블채널 큐티브이의 경우 지난해 말 두바이의 7성급 호텔인 버즈 알아랍의 셰프 출신 에드워드 권이 진행한 <예스 쉐프>의 성공으로 시즌2를 계획중이다. 아리랑티브이도 폴 솅크라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명 호텔 셰프가 직접 나서서 한식 프로그램 (<코리아 콘피덴셜>)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밖에 아이피티브이 채널 에스는 요리사 임정식씨를 내세워 <뉴코리안 다이닝>을 방송중이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사진 교육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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