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건설사 주택사업본부장에게 듣는 새해 전망
올해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 내 집을 마련해야 하는 실수요자나, 목돈을 부동산에 묻어 두려는 투자자 모두 집값이 오를 것인지, 내릴 것인지, 투자 적기는 언제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주택시장 변화를 예의 주시하며 새해 전략을 짜는 국내 대형 건설사 주택사업본부장들의 고민도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 이들은 올해 전국에서 분양될 아파트 25만가구 중 10% 안팎의 공급을 손에 쥐고 결정한다. 특히 서울ㆍ수도권 알짜 지역 공급은 대형 건설사들이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다.
한국 아파트 시장의 공급을 좌지우지하는 5대 건설사 주택사업본부장들의 새해 부동산 전망을 들어본다.
◆ 집값 완만히 오른다
= 5대 건설사 주택사업본부장들은 올해 부동산 시장 최대 변수로 실물경기 회복과 출구전략을 포함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지방선거 등을 꼽았다.
변수 중에는 주택가격 하락 요인보다는 상승 요인이 우세한 것으로 전망했다. 집값은 완만한 오름세를 보이겠지만 상승폭은 제한적이고, 지역 간 차별도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수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부사장)은 "집값은 연초 약보합세를 보이다가 2분기 말부터 하반기까지 상승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역별ㆍ상품별 변동성은 지난해보다 커질 것"이라며 "서울 도심권 공급 부족과 재건축 기대감 등으로 주택가격은 4% 안팎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언기 삼성물산 주택사업본부장(부사장)도 5% 내외 완만한 성장을 예상했다.
이 본부장은 "경기지표가 좋아지고 있지만 불황 그늘이 완전히 걷히지 않은 상황이라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상승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6월 지방선거에서 어떤 개발 공약이 나오느냐가 시장 회복 속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본부장은 "시장 회복 여부는 결국 경기 동향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며 특히 정부가 언제쯤 출구전략을 쓰느냐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주동 대우건설 주택사업본부장(전무)은 "2010년에도 정부 정책의 영향력이 클 것"이라며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이 공존하지만 상승 요인이 더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충희 GS건설 주택사업본부장(전무)은 하반기 출구전략이 구체화될 때 까지는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임 본부장은 "출구전략 시행 시기가 최저점일 것"이라며 "출구전략 이후엔 단기 하락 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병찬 대림산업 건축사업본부장(전무)은 "서울은 전세금 상승과 뉴타운 개발, 강남 재건축 추진 등이 맞물리면서 1분기 상승 가능성이 높지만 서울을 제외한 전체 주택시장 상승은 더딜 것"이라고 말했다.
◆ 내 집 마련 상반기가 적기
=5대 건설사 주택사업본부장들은 내 집 마련이 필요하다면 집값이 오르기 전인 상반기에 움직일 것을 권했다.
이언기 본부장은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2월 11일 전에 신규 분양 아파트 계약을 마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영수 본부장은 "3분기 이후엔 회복세가 빨라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실수요자라면 상반기에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충희 본부장은 7~8월을 매수 적기로 꼽았다. 이는 심리적으로 출구전략 시행 전에 집값이 선행해 보합 또는 소폭 하락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 이 시기는 통상적으로 상반기 이사철이 지나고, 하반기 이사철을 앞둔 비수기이므로 이때 희망지역 급매물을 중심으로 매수하면 좋다는 것이다.
이병찬 본부장은 신규 분양은 2월 11일 이전, 서울과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은 상반기로 매수 시기를 꼽았다.
김주동 본부장도 2월 11일 이전에 분양조건이 완화된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기 전(상반기)에 수도권 지역 역세권 대단지 아파트나 신도시 택지지구 내 아파트를 노려볼 것을 조언했다.
◆ 신규 분양ㆍ재건축아파트가 유망
=임충희 본부장은 서울ㆍ수도권 유망지역 내 재건축ㆍ재개발을 추천했다.
서울ㆍ수도권 지역은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는 지역이지만 공급이 이에 못 미치는 지역이라서 3~4년 후에는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는 "1인가구, 고령인구의 꾸준한 증가로 역세권 소형 오피스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소형 오피스텔도 노후에 고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안정적 투자상품"이라고 말했다.
김영수 본부장은 "서울에서 신규 분양되는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가 싸기 때문에 앞으로 이 제도가 폐지되면 가격 메리트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언기 본부장은 "현재 재건축 아파트 값이 상당히 올라 있지만 입지가 좋은 강남권에 위치해 있고,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이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상승 여지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이외 상품으로는 역세권 오피스텔이 장기임대를 통한 수익 창출처로 적합하다고 밝혔다.
이병찬 본부장은 서울 재개발ㆍ재건축과 광교신도시, 김포 한강신도시의 분양 아파트를 권했고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방 미분양 아파트도 노려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김주동 본부장은 서울, 특히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를 1순위로 추천했다. 부동산시장이 상승 국면으로 전환되면 재건축 연한 완화와 함께 그동안 다소 주춤했던 재건축 시장이 다시 한 번 강력한 상승 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김 본부장은 "광교, 김포 한강, 파주, 양주 등 2기 신도시 분양 아파트 가운데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아파트 단지도 노려볼 만하다"고 권했다.
◆ 강남 재건축 회복 시도할 듯
=김영수 본부장은 올해가 강남 재건축 시장이 과거 수년간 공백기에서 벗어나 활성화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개포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한 용적률 상향, 압구정 여의도 등 초고층 재건축 계획안 수립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 상가 문제 등으로 조합 설립이 어려웠던 둔촌주공, 고덕주공 등 재건축 단지에서 조합 설립이 진행되고 있어 올해는 사업 진척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소형평형의무비율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중대형이 많은 강남 재건축 시장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언기 본부장은 "강남 지역에서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면 부동산 시장 회복의 시발점 노릇을 하게 될 것"이라며 "가격 상승폭은 예상치보다 큰 10% 내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충희 본부장은 "강남 재건축은 정책 변경에 민감한 지역이라 예측이 쉽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공급 대비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곳이어서 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주동 본부장은 "지난달 대치동 청실아파트가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안'을 통과하면서 강남 재건축 시장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며 "이 같은 움직임이 고덕주공, 잠실 주공5단지 등 중층 단지와 13개 지구에 해당되는 서울시 고밀도 아파트 지구에 작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서울 전세금 계속 오르고 수도권은 미분양 늘어날듯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안심리가 팽배해 있어 매매를 포기하고 전세에 머무르는 사람이 많은 데다 재개발 이주 수요도 많아 서울 전세금 상승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김주동 본부장은 "가계소득 감소와 부채 조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 주택 구매 수요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며 "주택 구매 연기, 주택 거주비용 절감 등을 위한 전세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본부장은 "대규모 재정비사업 착공은 주택 멸실을 수반하게 되며 이에 따라 사업지 인근 지역 전세금 상승이 우려되고 재건축ㆍ재개발에 따른 이주 수요, 학군 수요 등으로 전세금은 꾸준한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언기 본부장은 "서울은 입주물량이 별로 없는데 진입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어 전세금 상승 추세가 뚜렷할 것"이라며 "수도권은 신도시ㆍ인천 등지에서 입주 물량이 지난해에 비해 10% 늘어나는 등 공급 우위 상황이 지속돼 전세금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도세 감면 혜택이 종료되는 2월 11일 이후 분양시장 변화도 예상됐다.
이병찬 본부장은 "지난해 말 수도권에 집중된 신규 분양 대부분은 수요 공급보다는 양도세 감면 혜택을 통한 수요 유인효과에 기인한 것"이라며 "이 같은 혜택이 종료되면 건설업체는 신규 분양 시기 선택에 신중을 기할 것이고 투자자 역시 정부의 후속 정책에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유보적 입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주동 본부장은 "2월 전까지 밀어내기식 대규모 공급물량이 쏟아질 것을 고려하면 2월 이후 미분양 주택은 다시 급증할 것"이라며 "추가 대책을 기대하는 실수요자들까지 계약을 미루게 돼 미분양 대란이 재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언기 본부장은 "감면 혜택을 가장 많이 본 인천ㆍ경기 지역은 혜택 종료 후 투자 수요 감소로 분양 시장이 위축될 것이며 지방 투자환경 역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양도세 감면 혜택 대상이 아닐뿐더러 유입 수요가 많은 서울은 경기 회복에 따라 꾸준하게 호조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임충희 본부장은 "현재 각 건설사들이 미분양 장기화를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판촉책을 전개하고 있지만 지방 미분양 해소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수 본부장은 "양도세 감면이 2월에 끝나고 취득ㆍ등록세를 감면해 주는 조례 적용도 6월 말로 끝나기 때문에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지방 미분양은 장기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이들은 정부의 규제 완화도 요구했다. 양도세와 취득ㆍ등록세 감면 시한 연장,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 완화 등이 대표적이다.
[심윤희 기자 / 이은아 기자 / 김선걸 기자 / 이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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