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정의 승무원 칼럼] 사랑-설렘이 있는 일본 오타루의 추억

2009. 12. 2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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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최고의 겨울 여행지를 뽑아주세요~!" 전 세계 많은 곳을 다녀 본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겨울 여행지 베스트를 설문조사하고 있는 모양이다. '최고' 나 '제일 좋은' 과 같은 수식어가 붙은 질문을 받을 때는 항상 난감하다. 특히 여행지에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여기는 이래서 좋고, 저기는 저래서 좋은데 꼭 하나만 선택하라니 쉽지가 않다.

 그래도 이번에는 평소보다 고민을 덜 하고 설문지를 적었다.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 정해둔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성을 마친 후 발송버튼을 눌렀다. 벌써부터 결과가 궁금해진다. 과연 승무원들이 추천하는 최고의 겨울 여행지는 어디일까?

 겨울은 여행하기에 녹록하지 않은 계절이다. 아무리 두껍게 껴입어도 겨울바람의 시린 칼날을 비껴나기 어렵다.

 그러나 여행을 할 때, 겨울 만큼이나 매력적인 계절이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얀 눈으로 덮인 순백의 세상을 만나는 두근거림. 처마 밑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고드름이 불러오는 기분 좋은 추억들…. 하늘에서 펑펑 눈이라도 쏟아지기 시작하면, 우리는 모든 불편함을 잊은 채 거리로 뛰쳐나간다.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는 매년 겨울이 오면 한국보다 더 추운 곳으로 여행을 다녀온다. 바람도 훨씬 차고, 눈도 더 많이 와서 정말 겨울 같은 겨울을 즐길 수 있는 곳? 가까운 나라 일본 홋카이도에 위치한 '오타루' 같은 곳 말이다.

 '오타루'는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일본의 겨울 관광지이다. 11년 전 영화 '러브레터'를 통해 처음 한국에 알려진 이후, 뮤직비디오, 드라마, 영화 등 수많은 영상매체의 단골 촬영장소가 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스크린 속 이미지 때문일까? 오타루의 겨울은 사랑을 닮았다. 어느 순간 하늘에서 흩뿌려지기 시작하는 하얀 눈은 사랑의 설렘을 떠오르게 하고, 끝도 없이 쏟아지는 함박눈은 사랑의 열정을 상기시킨다. 하얀 눈 속으로 파묻힌 순백의 세상은 사랑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는 순수함 그 자체와 다를 바가 없으며, 손 끝에 닿아 녹아 내리는 눈꽃은 가슴 아린 이별의 눈물 같아 애처롭다.

 강산이 변할 만큼의 세월이 흘렀지만, 오타루의 시계는 멈춘 듯 하다. 마치 기억 속에 남겨진 첫사랑처럼 시간을 잊은 도시는 옛모습 그대로 우리를 맞이한다.

 고풍스러운 유럽식 석조건물과 가스등불이 은은하게 불을 밝히는 이국적인 운하의 풍경. 하얗게 쏟아져 내리는 눈을 그냥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오타루의 겨울여행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하얀 눈이 소담스럽게 내리던 오타루의 겨울 밤이 그리워진다. 차가운 겨울 날씨도 잊은 채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맞으며 걸었던 이름 모를 골목길, 그 길의 끝에서 만났던 것은 추억이었다. 밤잠을 설칠 만큼 가슴 두근거렸던 사랑도, 심장을 녹일 듯 뜨거웠던 사랑도, 얼음보다 차가웠던 잔인했던 이별마저도 이제는 담담하게 웃으며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추억이 됐구나. 불현듯 오타루로 떠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하얀 눈과 겨울 그리고 사랑이 그리운가 보다.

  <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사무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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