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출판사, 세계문학전집 '도전장'


[한겨레] 편집위원회가 작품·번역자 선정
1차분 20권 발간…내년까지 100권
소설가 김영하·하창수 등 번역 참여
세계문학전집 시장에 문학 전문 출판사 브랜드를 앞세운 문학동네가 뛰어들었다. 문학동네 출판사는 우선 1차분으로 20권을 내놓았는데, 새해 2월에 2차분 20권을 묶어낸다. 1차분 발간까지 5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친 문학동네는 새해 안에 100권을 펴낼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문학동네판 세계문학전집은 출판사에서 목록을 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언어권별 문학 전공자들로 8인의 편집위원회를 꾸려 그들이 작품 선정에서부터 번역자 선정, 번역 의뢰까지 책임졌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문학평론가 황종연 교수(시카고대 한국문학)와 시인 겸 문학평론가 남진우씨, 그리고 박유하 교수(세종대 일문학)와 민은경(서울대 영문학), 변현태(서울대 노문학), 송병선(울산대 중남미문학), 이재룡(숭실대 불문학), 홍길표(연세대 독문학) 교수가 그들이다.
한때 세계문학은 유럽과 미국의 문학을 가리켰다. 문학동네판 세계문학전집 1차분 목록을 보노라면 '달라진 세계문학의 지형'을 반영하고자 한 편집위원들의 고심이 엿보인다. 우선, 세계문학전집의 첫 작품으로 러시아 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1~3권이 배치됐으며, 두 번째 작품(전집 제4권)으로 중남미 페루 소설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가 자리했다. 오에 겐자부로의 최신작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등 일본문학도 두 권이 20권 안에 들어갔다. 황종연 교수 등 편집위원들은 기존의 통용되는 고전에 대한 상식을 존중하면서도 지난 반세기 동안 일어난 정전의 변동을 고려하여 목록을 선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20권 가운데 프랑스문학의 거장 오노레 드 발자크의 대표작 <나귀 가죽>을 비롯하여 미국 현대 작가 필립 로스의 <휴먼 스테인 1·2>, 오에 겐자부로의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카프카가 사랑한 독일 작가 로베르트 발저의 <벤야멘타 하인학교> 등 다섯 권이 국내 독자와 처음 만나는 초역이다.
기왕에 그 분야 권위자에 의해 번역됐으나 지금은 유통되지 않는 작품도 되살렸다. <안나 카레니나 1·2·3>은 톨스토이 연구의 대가 박형규 교수가 번역한 작품이며,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번역으로 1997년 한국번역대상을 받은 바 있는 이경식 교수가 번역한 것이다.
소설가들이 번역에 참여한 것도 눈에 띈다. 소설가 김영하씨가 이미 여럿 번역돼 있는 미국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작품 <위대한 개츠비>를 발랄한 감각으로 새로이 번역했고, 영국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의 소설 <킴>은 소설가 하창수씨가, 2008년 노벨문학상 작가 르 클레지오의 <황금 물고기>는 소설가 최수철씨가 번역했다.
문학동네는 100권 목록 가운데 30% 가까이가 초역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 나머지는 기왕의 번역본들과 '경쟁'하게 되는 셈이다. 황종연 교수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도 다수의 영어 번역본이 존재한다. 한국도 이제 여러 종의 번역본이 나올 시기가 되었다"며 "반드시 한 텍스트에 한 번역본만 있는 것을 문학번역 시장의 정상적 상태로 간주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세계문학전집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민음사판 세계문학전집은 230여권까지 출간된 상태다. 10여년간 700만부가 판매됐다. 문학동네판 세계문학전집은 현재 100권까지는 목록이 확정된 상태인테, 편집위원들은 100권 안에 들어가지 않은 중국문학 작품들을 비롯하여 100권 이후의 목록 선정을 논의하고 있다.
새해 초에 나올 2차분에는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루마니아계 독일 작가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 1967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과테말라의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의 <옥수수 인간>, 한국 태생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바 있는 재미작가 고 김은국의 <순교자> 등도 선보인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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