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찾은 한국경제..1분기 고비

2009. 12. 13.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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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주종국 정준영 기자 = 한국경제가 지난해 경제위기 이후 쏟아냈던 비상조치들을 속속 거둬들이면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출구를 찾고 있다.

재정과 세제 쪽 출구전략이 모습을 드러낸 데 이어 미시적, 한시조치들의 종료 일정이 제시되면서 남은 것은 기준금리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기준금리는 그 정책성격상 시기와 폭이 미리 제시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르면 내년 1분기부터 단계적 인상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가 악재들을 잘 수습하며 더블딥 가능성을 제거해 나간다면 한국경제의 출구전략도 사실상 내년 6월까지는 모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출구에 선 한국경제..빠른 회복출구전략 시행시기를 둘러싼 논란이 점화된 것은 지난 4월을 전후한 시기부터다. 위기를 맞아 시장에 푼 막대한 유동성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었다. 물론 고민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당시에는 유동성이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 거품 조짐을 보이자 부동산 대출규제로 대응하면서 잠잠해졌다.

논란은 다른 나라의 금리 인상 소식이 전해지거나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게 나올 때도 재부상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부가 지난 10일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정리돼가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출구전략이란 말을 쓰지는 않았지만 경제정책방향에서 대강의 출구 진입 일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애초 예정보다 늦춰진 것이 적지 않다. 중소기업 신용보증 확대 및 패스트 트랙 프로그램이 종료시점을 6개월 늦춘 것이 대표적 사례다.

대표적인 일자리대책인 희망근로사업도 6개월 더 시행하기로 했다.정부가 여전히 확장적 기조를 표방하면서도 출구를 보여준 것은 2분기에 전기 대비 2.6%에 이어 3분기 3.2% 성장하고 내년에도 5% 성장을 내다보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비상조치를 길게 끌면서 나타날 도덕적 해이도 우려했다.

◇조금씩 소리없이 거둬들인다하지만 정부의 출구전략은 조금씩 서서히 진행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출구전략의 한 축을 이루는 재정정책에서는 지난 9월말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과 2009~2013년 재정운용계획에서 출구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내년 총지출은 291조8천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2.5%(7조3천억원) 늘었지만 추가경정예산 대비로는 3.3%(10조원) 줄었기 때문이다.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재정집행도 속도조절에 들어간다. 상반기 재정집행 진도율은 올해의 65%에서 내년에는 60%로 감속할 예정이다. 물론 조기집행 기조가 이어지면서 예년보다는 꽤 빠른 속도다.

내수 부양을 위해 시행한 파격적인 자동차 세제혜택도 연장 없이 연말로 종료되며 지방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해 지난 2월 도입한 양도세 감면 조치도 내년 2월11일을 끝으로 없앨 예정이다.

위기 이후 첫 조치였던 외화 유동성 공급도 사실상 끝났다. 한 때 195억달러나 풀었던 일반 외화유동성을 모두 회수했고 수출입금융용으로 수혈한 108억 달러도 대부분 거둬들였다.

1천억 달러 한도로 시행된 은행 외화차입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은 연말로 끝난다. 2건에 12억8천만달러의 보증실적만 올렸다.

◇진짜 출구는 내년 1분기에 이후로 전망결과적으로 출구전략의 핵심이자 진짜 출구인 기준금리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에서도 문제가 이미 현실화되고 나서 대책을 쓰면 늦다", "적당한 시기에 문을 빠져나가려면 미리 문쪽으로 조금씩 이동해야 한다", "현재 물가 상승률이 2.4%이고 기대인플레이션이 3%를 넘는 상황에서 내년 5% 성장이 확실해지면 2%의 기준금리는 엄청나게 낮다" 등의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이는 내년 1분기중 조금이라도 올릴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5.25%였던 기준금리를 2.00%까지 내리는데 다섯달이 걸린 만큼 올릴 때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된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 쪽 시각과는 온도 차가 느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기획재정부 허경욱 제1차관은 지난 11일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위험요인이 훨씬 많지 않나 생각한다"며 금리인상에 대해 신중론을 폈다.

허 차관은 "지금 중환자실에서 막 나온 상태인데 뛰겠다고 바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안된다"고 했다. 중환자실에서 일반환자실로 가서 기운을 회복한 뒤 퇴원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반기로 미뤄야 한다는 뉘앙스가 강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상황에 비춰 내년 1분기에는 금리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한은의 스탠스에 비춰 외부로부터의 큰 충격이 추가로 가해지지 않는 한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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