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민영 주택시장 '3大 악재'로 비상
상한제 폐지 무산, 세제혜택 종료 등민간 주택공급 위축, 미분양 증가 우려(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연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내년도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그동안 상한제 폐지를 기다리며 신규 사업을 미뤄왔던 건설사들은 이번 조치로 또다시 분양 시기를 연기하거나 포기할 공산이 커졌다.
새 아파트 및 미분양에 적용해오던 정부의 양도소득세와 취득·등록세 등 세제혜택은 올해 말~내년 초 종료될 예정이어서 미분양 부담도 심화할 전망이다.
이른바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은 민간 건설사의 분양가 책정에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민간 분양시장에 예상되는 '3大(대) 악재'들이다.
◇ 상한제 연내 폐지 물 건너 가 = 13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여야 의원들의 반대로 민간택지 내 분양가 상한제 연내 폐지가 사실상 무산됐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처음 상정된 이후 4월, 6월, 9월, 12월 국회까지 다섯 번이나 국회 통과를 시도했지만 여야 의원들의 소극적인 태도와 집값 상승에 대한 우려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는 이번 국회에서 집값 급등 지역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대상에서 제외하는 '절충안'을 제시해 법안(주택법)을 통과시킬 계획이었지만 이미 의원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법 개정은 내년에도 장담할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6월로 예정돼 있어 의원들이 상한제 폐지에 더 소극적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가운데 반대의견이 없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자유치 촉진이 필요한 지역의 아파트와 관광특구 내 초고층 복합건축물에 대한 상한제만 연내 폐지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여파로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건설사들은 비상에 걸렸다.당장 내년 상한제 폐지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해온 건설사들은 사업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내년에 수원지역에서 대규모 아파트 공급을 앞둔 한 대형 건설사는 "사업이 장기화하고 공사비 부담이 커지면서 분양가 상한제 아래에서는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상한제 폐지 때까지 분양시기를 늦춰야 할지, 손해를 무릅쓰고 상한제로 분양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신규 자체 사업을 포기하는 건설사도 늘어날 전망이다.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상한제 시행 후 '시행(땅매입)-시공(건설)' 구조로 진행돼온 민간택지 사업이 사업성 문제로 대부분 중단한 상태"라며 "상한제 폐지가 무산되면 건설사들의 신규 주택사업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상한제 폐지가 물 건너 가면서 내년도 민간 주택 공급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분양된 민영아파트 물량은 10만294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터졌던 전년 동기(15만5천40가구)보다도 35%가 감소한 것이다.
◇ 양도세 혜택 종료…보금자리주택도 '부담' = 더욱이 미분양과 신규 분양 아파트의 세제혜택이 올해말~내년초 종료되면서 내년 아파트 분양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축 아파트에 주어지는 취득·등록세 감면 혜택은 올해 말에, 양도소득세 감면 및 면제는 내년 2월 11일에 각각 끝난다.
이 가운데 취득·등록세는 지자체별로 기간 연장을 검토 중이나 양도세 혜택은 기획재정부가 세수 부족 등을 이유로 연장에 반대하고 있어 내년 초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계는 세제 혜택이 사라지면 신규 분양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미분양도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수기인 올해 11~12월에 주택 분양물량이 늘어난 것은 양도세 등 세제혜택을 받기 위한 밀어내기식 분양 때문"이라며 "내년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는 한 양도세 혜택 폐지로 미분양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연 2회 사전예약 형태로 쏟아질 그린벨트 내 보금자리주택도 민간 건설사들에는 달갑지 않은 존재다.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50~70%에 책정되면서 분양가가 시세와 비슷하거나 높은 민영 아파트는 가격 경쟁력이 사라졌다.
최근 재개발, 재건축 사업을 통해 공급된 고분양가 아파트들이 저조한 계약률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상한제 폐지 무산과 세제혜택 종료로 민영주택 신규 공급물량 감소와 미분양 증가를 우려해야 할 상황"이라며 "공공아파트만으로는 주택공급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만큼 민간 주택공급 감소에 따른 대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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