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아파트 청약 저조한 이유는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도입했다가 지난해 11ㆍ3 부동산 조치에 따라 폐지했던 후분양제 재건축아파트가 곳곳에서 후폭풍을 맞고 있다. 당초 전세난을 피해 입주가 임박한 실수요자나 단기간에 분양권 프리미엄을 기대하는 투자자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분양은 분양대로 저조하고 고분양가에 논란만 일으켰다는 원성을 듣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삼성물산이 경기 고양시 성사동에서 분양했던 '래미안 휴레스트'는 전체 8개 평형 중 117~151㎡ 중대형 평형이 전부 미달됐다. 주택시장이 침체기를 걷고 있다고 하지만 수도권 대단지 청약에서 삼성 래미안 브랜드로 중대형에서 참패한 것은 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분양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은 후분양제 시행에 따른 단기간 내 잔금 지불 부담과 턱없이 비싼 분양가다. 최근 분양한 후분양아파트는 2007년 9월 이전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분양가상한제를 피한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이들 조합이 분양시장 활황에 힘입어 분양가를 올리면서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원당역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중대형의 경우 5억원이 넘는 잔금을 내년 6월까지 내야 하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인근 화정역 역세권도 3.3㎡당 1000만원 안팎의 시세를 보이는 데 비해 200만~300만원 이상 비싼 분양가도 인기가 시들했던 이유"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한신공영이 경기 안양시 박달동 안양뉴타운 인근에 재건축한 '한신 휴플러스' 아파트 역시 입주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까지 분양이 마감되지 않고 있다. 최소 평형인 59㎡만 간신히 3순위에서 마감됐으며 이외 84~122㎡형이 모두 미달됐고 특히 122㎡형의 경우 단 한 건도 청약이 들어오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다. 분양가는 3.3㎡당 900만~1100만원대 초반. 주변 아파트 시세가 평당 900만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주변 최고가를 경신했던 셈이다.
지난 11월 12일 1순위를 접수받은 부천시 역곡역 e편한세상의 경우 391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382명이 접수시켰다. 이 중 15가구를 공급한 66㎡형만 1순위에 마감됐을 뿐 나머지 4개 주택형은 3순위에서 겨우 마감됐다. 같은 날 분양한 안양시 석수동 '석수 아이파크'는 3순위에조차 모집가구 수를 채우지 못했다. 고분양가로 분양된 후분양아파트는 청약이 끝난 뒤에도 시장에서 가격변동이 거의 없는 편이다.
서울 고덕동 고덕아이파크 인근 B공인중개업소는 "주변 시세가 3.3㎡당 2400만~2500만원인 데 비해 고덕아이파크 평균 분양가는 2600만~2700만원에 달하고 시장이 침체돼 더 오를 여력이 없다"며 "조합원분을 비롯해 매물이 쌓여가지만 매수세는 실종됐다"고 말했다.
김주철 닥터아파트 팀장은 "재건축 후분양은 청약시장에서 어느 정도 분양성을 담보받아 왔는데 청약률이 갑자기 뚝 떨어지고 있다"며 "후분양의 경우, 보통 3~6개월 내에 중도금과 잔금을 모두 마련해야 하는데 DTI 규제 확대 후 기존 주택 처분이 어려워지면서 청약자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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