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Biz]연매출액 200억..'이건 개그 아닙니다' - 개그맨 이승환

2009. 12. 1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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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의 코너 '갈갈이 브라더스'의 '느끼남'.KBS 공채 개그맨 출신인 사업가 이승환(33) 씨를 수식하는 말이다.코너가 끝난 지 벌써 여러 해, 이제는 '벌집 삼겹살'로 대박 신화를 만든 주인공이라고 해야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260여 개의 체인점을 거느린 외식 프랜차이즈 '벌집 삼겹살'은 연매출 200억 원을 기록했고 그 벌집 삼겹살의 최고경영자(CEO)가 바로 이승환 씨다.

"단일 브랜드에서 소모하는 삼겹살로는 아마 전국 1~2위의 양을 다툴 거예요. 충북 오창에 있는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전국의 웬만한 도시에는 체인점이 다 들어가 있어요. 내년까지 서울을 집중 공략해 체인점을 전국 300개까지 늘려갈 생각입니다."

이승환 대표는 TV에 얼굴을 비칠 때와 달리 진지한 표정으로 사업 현황을 또박또박 설명해 나갔다. 2005년 1월 브랜드를 출시한 이후 만 5년 동안 커진 사업만큼이나 그 자신도 많이 성장한 모습이었다. 벌집 삼겹살은 초창기부터 '이승환의 벌집 삼겹살'이 아니었다. '맛있기로 소문난 벌집 삼겹살의 대표가 알고 보니 개그맨 출신 이승환이더라'는 식으로 거꾸로 소문이 퍼져 나갔다.

"만일 체인점에 연예인을 필요로 하는 행사가 있으면 다른 연예인을 섭외해 보내 줍니다. 제가 체인점을 돌아서 장사가 잘될 것 같으면 그렇게 해야겠죠. 하지만 CEO는 반짝 행사 없이도 1년 내내 손님을 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외식 업종과 좋은 궁합 보여벌집 삼겹살이라는 프랜차이즈의 이름은 독특한 모양에서 나왔다. 대부분의 삼겹살이 고기를 얇게 썬 슬라이스 형태인데 비해 이곳에서는 두툼한 통삼겹살에 벌집 모양으로 칼집을 넣는다. 이 고기는 매실·와인 등 각종 양념에 저온 숙성 과정을 거쳐 숯불에 초벌과 재벌구이를 한다. 이와 함께 양파 초절임에 파채와 콩나물을 얹어 먹는 사소한 부메뉴까지 차별화를 꾀했다.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맛이 핵심 경쟁력이 됐고요. 다음으로 보통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가격을 책정했죠. 인테리어는 한정식집 못지않게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냈습니다. 서비스도 본사의 매뉴얼에 따라 전 매장이 우수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벌집 삼겹살이 누가 봐도 성공했다는 소리를 듣는 요즘, 이승환 대표는 또 다른 프랜차이즈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직화 요리 주점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온 '요란'이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장소에서 요란하게 즐기다 가라는 뜻을 담았다. 100여 종의 메뉴를 취급하는 요란은 본사에서 1회 분량에 맞게 포장된 요리를 공급한다. 이 때문에 비용 절감과 표준화된 맛이 가능하다. 대신 중국 요리에 사용하는 센 불을 도입해 음식의 맛을 지켜냈다.

"1년 동안 서울의 여의도와 매봉에 있는 직영점을 비롯한 시험 매장에서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양재·마포·홍대점이 재공사 중이고 대전·대구·울산·광주·전주에서 개점을 준비 중입니다."

이승환 대표는 어떤 사업이든지 1년여의 시험 기간을 꼭 거친다고 했다. 성공도 해봤지만 실패도 여러 번 겪은 그다. 다행히 실패는 앞으로의 성공에 연습이 되고 있다. 그는 얼마 전에 부부가 함께 출연한 TV쇼에서 자살까지 생각했던 과거를 고백하기도 했다. 그가 고비를 넘긴 것은 아내를 비롯해 동업을 하고 있는 지인들의 도움이 컸다.

"지금은 힘들어도 너에게 외식 사업만큼 잘 어울리는 것은 없다. 꼭 성공할 것이라는 격려를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사업을 통해 사람 부자가 됐습니다.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업은 사람을 남기는 거예요. 운도, 돈도, 명예도 사람을 따라오는 것입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사람을 좀 더 소중히 여겼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여행과 교육 사업에도 진출이승환 대표의 사람과 사업에 대한 생각은 최근 '벌집 삼겹살 CEO 이승환의 사람부자 만들기'라는 책으로 출판됐다. 그는 한 주에 한 번 이상 창업 관련 강연에 초청을 받는다. 그의 강의를 들은 한 출판사 편집장이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책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승한 대표가 비슷한 종류의 책을 찾아봐도 이거다 싶은 책이 없어서 직접 나섰다.

"자신을 부자로 만들어 줄 사람들이 넘치게 하는 사람 부자 되는 법을 썼습니다. 사소해 보여도 현실에 바로 쓸 수 있는 내용들을 묶었습니다. 개업식 때 들어오는 화분 관리하는 법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읽히는 책이 될 겁니다."

전해 줄 것이 많은 그의 사업은 외식에서 끝나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새해부터 정식으로 선보이게 될 '벌집 투어'다. 여행도 외식 사업과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다. 의무 쇼핑을 넣어 값만 떨어뜨리는 패키지가 아닌, 제대로 즐기고 오는 여행 상품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시작한 사업이다. 벌집 투어에는 맛있고 재밌는 여행 스케줄 제안을 이승환 대표를 비롯한 이사들이 책임진다. 우선 태국과 하와이에 직영 여행사를 뒀고 차차 늘려갈 계획이다.

12월 둘째 주에는 이승환 대표가 가이드로 나서 특별한 여행을 떠난다. 벌집 삼겹살 점주들과 함께하는 벌집 투어 맛보기 여행이다. 오늘날의 회사를 있게 한 점주들을 위한 여행이라는 의미도 있어서 경비는 회사가 부담한다. 3박 5일의 태국 일정에는 반나절의 현지 복지관 위문도 포함돼 있다. '사랑의 날개'라는 이름의 행사로, 앞으로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 밖에 벌집 삼겹살에서도 '사랑의 삼겹살'이라는 이름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초청해 외식을 제공하는 행사도 열고 있다. 봉사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승환 대표는 침착하게 답했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얼마나 잘 벌기에 남에게 퍼주느냐는 소리를 할 수도 있겠지요. 물론 어느 정도 벌었기 때문에 사회에 되돌려야 한다는 생각도 맞습니다. 그보다 봉사 활동을 통해 얻는 것이 많습니다. 좋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고, 잘되고 있는 회사라는 믿음을 줄 수 있어서 프랜차이즈 사업에도 득이 됩니다."

벌집 삼겹살에서부터 요란, 벌집 투어에 이르기까지 벌써 법인이 세 개다. 이승환 대표는 교육 사업을 위한 네 번째 법인을 설립했다. 유아 미술 교육으로 유명한 '요미요미'와 손을 잡고 요리와 교육 프로그램이 한데 어울리는 '키즈 카페'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 역시 1년째 시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자신과 함께 경영에 나설 후배도 6개월째 훈련을 시키고 있다고 했다.

"교육 사업에서 실패한 적이 있지만 이번만큼은 성공하고 싶습니다. 그때는 시대를 너무 앞서간 것 같아요. 35개월, 7개월 된 두 아들 덕에 교육에 관심도 많고 잘할 자신도 있습니다."

이따금 TV쇼나 경제 프로그램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이승환 대표이지만, 그는 더 이상 개그맨이 아니었다. 이 대표는 '100원짜리를 1000원으로 느끼게 하는 사람이 스타지만, 그런 스타는 사업에서 고객에게 실망을 안겨 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업가는 100원이든 1000원이든 내용물과 껍데기가 일치하는 내실 있는 경영으로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성공을 과시하기보다 실패를 이야기하고, 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이 스타였던 시절보다 그를 더욱 빛나게 한다.

김희연 객원기자 foolfo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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