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투자, 2억이면 거뜬 실수요도 탄탄
#1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용준 씨는 최근 광진구 자양동의 소형 빌라 한 채를 2억8000만원에 매입했다. 김씨는 대지지분 23㎡, 전용면적 39㎡인 방 2개짜리 빌라를 신혼부부에게 전세 보증금 8000만원에 임대했다.
결국 김씨가 실제로 투자한 금액은 2억원. 김씨는 "아파트 가격 오름세가 주춤해진 것은 물론이고 서울시내에서 2억원을 투자해 살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지인 소개로 빌라 투자에 눈을 돌렸는데 빌라 투자를 권한 지인은 3개월 전 같은 지역에 투자해 이미 수천만 원의 차익을 얻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빌라가 의외로 임대가 쉽게 되고, 미래 투자가치도 기대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대지지분을 기준으로 3.3㎡당 4000만원 안팎의 가격이 형성돼 있는 자양동 일대에는 이처럼 실투자금액 2억원이면 살 수 있는 물건이 꽤 많다. 지분이 많고, 면적이 넓으면 매매가는 더 비싸지만 전세 보증금을 더 받을 수 있어 실투자액은 2억원 안팎이면 충분하다.
#2 분당신도시에 사는 최철민 씨도 두 달 전 마포구 합정동의 200㎡ 규모 단독주택을 사들였다. 최씨는 지인과 공동 투자한 이 단독주택을 헐고 빌라를 지어 분양할 계획이다. 2종 주거지인 이 땅에는 전용면적 59㎡ 규모 빌라 7~8가구를 지을 수 있는데 한 채당 3억원에 분양하면 20%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씨는 "최근 신규 빌라 공급이 줄어든 데다 서울 전역이 전세금 상승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 빌라 분양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거주가 가능하고 개발 기대도 해볼 수 있는 지역이라 벌써부터 분양 문의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확대되고, 내년 부동산 경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아파트 거래가 한풀 꺾인 것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소규모 투자가 가능한 단독주택과 연립ㆍ다세대 등 빌라 투자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소액 투자가 가능한 데다 서울 전역에 재개발 등으로 인한 이주로 임대 수요가 풍부하다는 점도 단독ㆍ연립주택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아파트 전세금이 오르면서 빌라를 사려는 수요가 늘고 있어 단독ㆍ연립주택 매매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10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에서도 단독주택과 연립주택은 각각 0.3%와 0.5% 상승세를 기록했다.
빌라 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다다 D&C 채익종 대표는 "DTI 규제가 강화된 데다 전반적인 경기 상황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아파트에 비해 소액을 투자하는 빌라 등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성이 높고, 높은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다"며 "특히 한강변이나 도심, 역세권을 중심으로 투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채 대표는 "과거 서민들의 애환이 깃든 달동네가 뉴타운ㆍ재개발로 속속 사라지고 그 자리를 아파트가 메우고 있지만 서민들이 105㎡를 기준으로 5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입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결국 빌라가 서민들의 주거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개발 기대감에 따른 투자 목적뿐만 아니라 서민들의 실거주용 수요까지 늘어 빌라의 인기는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분쪼개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용면적 59㎡ 이하 빌라 공급이 끊겨 소형 빌라를 구하기 어려워진 것도 빌라 가격 강세의 한 요인이다.
조금 더 큰 규모로 투자를 원하는 경우 단독주택이나 낡은 빌라를 사들여 빌라를 신축해 분양하기도 한다.
빌라 매매가 활기를 띠는 지역은 송파구 삼전동과 송파동ㆍ방이동 일대와 광진구 자양동, 마포구 합정동과 도심 역세권 지역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DTI 규제 강화 이후 아파트 매매를 위한 상담은 급감했지만 단독주택이나 빌라 매매 상담은 꾸준하다"며 "주로 망원동 자양동 등 한강변과 양재동 포이동 등 강남권의 단독주택을 사들여 빌라 분양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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