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회의 정조치세어록]첫 조참(朝參)을 받고서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2009. 12. 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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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조참(朝參)을 받고서 나라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길은 백성에게 있고, 백성을 배양하는 길은 먹을 것에 있으며, 먹을 것이 풍족해야 교육이 가능하다. 교육하고 난 다음에도 반드시 조심스럽게 지켜주고 도와주는 이익을 베풀어야 한다. 이것이 나라를 보존하는 큰 근본이다. 아! 오늘날 나라의 형편을 한번 살펴보라! 개혁하는 것이 옳겠는가? 아니면 답습하는 것이 옳겠는가? 큰 저택이 기울면 기둥 하나로 막기 어렵고, 온갖 냇물이 한꺼번에 터지면 조각배로는 건너기 어렵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과인의 마음은 정말 슬프다. 그러나 이것은 과인의 의지가 확고하지 않고 과인의 학문이 성취되지 않아서다. 구태여 잘못을 들자면 오로지 나 한 사람에게 있다.

우리가 성군으로 치켜세우는 정조는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다변의 정치가였다. 그가 쏟아놓은 수많은 어록에는 세상과 나라와 백성을 다스리는 그의 고민과 방법이 실려 있어 현재의 시점에서 보아도 치세의 큰 원칙과 방법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첫 번째로 읽는 글이니만큼 정치를 바라보는 정조의 큰 원칙을 밝힌 어록을 먼저 본다. 이 글은 1778년 즉위한 지 3년이 되는 해 음력 6월4일에 반포한 중대한 선언이다. 이날 정조가 곤룡포를 입고 만조백관이 도열한 인정전으로 천천히 나가자 승지가 이 반포문을 큰 소리로 대독하였다. 모든 잘못의 근원을 국왕 자신에게 돌리는 끝대목이 인상적이다. 이 어록에서 정조는 나라의 근본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한 길을 추진할 것을 제시하고, 그 길은 민생에 있다고 선언하였다. 이어 민생의 안정과 교육을 통한 인재의 양성에 정책의 주안점을 두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조의 반포문을 보면, 마치 2009년 현재의 위기상황에 대한 반성과 대처를 보는 착각에 빠질 만큼 문제의식이 당면한 현실과 비슷하다. 정조가 천명한 원칙은 지금도 정치의 대원칙으로서 의의를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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