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신규 사업자 허가, 무엇이 문제인가

김유림 기자 2009. 11. 2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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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유림기자][24일 국회서 찬반 토론회 열려...쟁점별 분석]중소기업 판로 지원을 위해 홈쇼핑 채널을 추가로 허가해야 할까, 아니면 기존 채널의 문제점을 보완해 효율을 높여야 할까.

국내 5개 홈쇼핑 채널 외에 새로 홈쇼핑 채널을 허가하는 문제가 유통업계와 중소기업계,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찬반 양측이 나름의 근거를 내세우며 접점 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24일 국회에서 민주당 전병헌 의원 주최로 양측이 처음 한 자리에 모여 뜨거운 공방전을 펼쳤다.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찬성 측은 중소기업 판로 지원을 위해서는 새 홈쇼핑 채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홈쇼핑 업계는 TV 홈쇼핑 시장의 성장성이 정점에 달한 만큼 새 채널을 허가하는 것이 양쪽 모두에 이득이 아니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이 문제는 이해 당사자인 중소기업계와 유통업계 간 대립 구도를 떠나 최근 미디어법 개정을 밀어붙인 한나라당과 야권 및 시민단체가 대립하는 정치적 양상으로도 번지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는 홈쇼핑 신규 채널을 허가하는 것이 홈쇼핑 연번제 도입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연번제란 현재 지상파 채널 사이 사이에 편성된 홈쇼핑들을 연속 번호로 묶는 제도로, 종합편성채널을 현재 홈쇼핑 자리에 배치하기 위한 사전 절차라는 주장이다.

홈쇼핑 신규 도입을 둘러싼 주요 대척점을 논점별로 살펴봤다. ◇ 중기 판로 지원, 홈쇼핑이 현실적 대안인가

신규 채널 도입의 가장 큰 명분은 중소기업 판로 지원의 절실함에서 출발한다. 양찬회 중소기업중앙회 홈쇼핑추진 팀장은 "5개 홈쇼핑은 국내 제조 기업에 대한 판로 보다는 수익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데 보험 판매 비중이 높은 것을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도 GS홈쇼핑 등 상위 3개사가 각각 800억원대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린 것은 과도한 초과 이윤을 챙긴 결과라는 지적이다.

홈쇼핑이 중소 제조업체들의 판로가 돼 주기 보다는 과도한 수수료를 챙겨 과점 이윤을 보장받는 대기업 중심의 유통 채널로 변질됐다는 것이 중소기업 측 입장이다.

홈쇼핑 업계는 수수료율이 백화점이나 마트에 비해 높지 않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양쪽 주장을 종합해 보면 판매 수수료 외에 제작비, 카드 사용 수수료 등을 합산할 경우 수수료율이 40% 대에 달해 백화점에 비해 낮다 하더라도 높은 수준인 것만은 부인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문제는 새 채널이 현실적인 대안인지 여부다. 현재 GS홈쇼핑과 CJ오쇼핑에는 중소기업 제품을 일정 수준 이상 판매할 것을 방통위가 권고하고 있고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 농수산홈쇼핑은 의무 준수 사항으로 강제되고 있다. 방통위는 3년마다 홈쇼핑 채널 재허가 여부를 결정하는데 준수 사항 이행 여부가 중요한 심사 기준이 되고 있다.

홈쇼핑사들은 하나 같이 "준수 사항을 잘 이행하고 있고 재허가 심사만큼 홈쇼핑업체들에 대한 강력한 통제 권한이 어디 있겠냐"며 "새 채널을 허가할 경우 중소기업 판매 비율을 지키라고 강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현재 기준으로도 충분히 중소기업 보호 의무를 잘 지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새 채널을 허용하자고 주장하기에 앞서 기존 사업자들의 판매 비율 상향 조정이라든지 프라임 타임대 의무 배정 이라든지 여러 보호 장치를 법제화하려는 시도는 왜 하지 않냐"면서 "미디어법 개정 이후 홈쇼핑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 문제가 정치적 맥락 속에서 논의되고 있는 증거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중소기업 판로 지원을 위해 지금까지 추진됐던 정책들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전례도 회의론에 무게를 더한다. 중기청이 중소기업 제품만 판매하기 위해 목동에 조성한 '행복한 세상'이나 롯데홈쇼핑에 인수된 '우리홈쇼핑' 실패 등이 실제 사례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채널이 허가된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운영 노하우를 갖추지 못할 경우 인포머셜 방송을 단순 짜깁기 하는 수준에 머물고 말 것"이라며 "이 경우 전체 홈쇼핑 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 홈쇼핑 5개 체제는 독과점인가

중소기업계는 정부 허가로 운영되는 홈쇼핑 사업이 '독과점'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이와 관련 "홈쇼핑 권고 사항 강제 등 방통위의 지금까지 정책이 충분히 중소기업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온 면이 많다"면서 "과연 5개사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시장을 독과점으로만 볼 수 있는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홈쇼핑 업계는 케이블TV 가입자가 늘면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다가 2006년 이후 정점에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업계 1위인 GS홈쇼핑의 경우 2006년 TV홈쇼핑 부문 총 거래액이 1조184억원이었지만 이듬해인 2007년 9986억원에서 2008년 974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CJ오쇼핑 역시 2006년 1조14억원이던 총 거래액이 2007년과 2008년 각각 8820억원, 8737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5개사 모두 전년 대비 거래액이 늘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소비 심리 침체와 신종 플루 영향 등 특수 상황 덕이 컸다.

CJ오쇼핑의 경우 TV홈쇼핑 시장의 축소를 의식해 사명을 기존 CJ홈쇼핑에서 CJ오쇼핑으로 변경했고 GS홈쇼핑 역시 GS샵으로 이미지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미 중국과 일본 시장에 진출한 양사 뿐 아니라 롯데홈쇼핑이 내년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등 홈쇼핑 업체들이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 것도 국내 시장 정체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단순히 찬반 논리와 이해관계로 맞서기 보다 홈쇼핑 신규 채널이 정말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차분히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정치적 목적으로 접근되는가

이날 토론회에는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단체가 참석해 주로 반대 의견에 표를 던졌다. 중소기업 홈쇼핑 채널 문제가 단순히 중소기업 판로 지원 차원에서만 접근되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가 주된 근거였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측은 홈쇼핑 신규 채널을 허가해 주는 대신 연번제를 도입해 종편 채널에 특혜를 부여하려는 사전 포석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영묵 교수도 "홈쇼핑이 연번제랑 연관될 경우 홈쇼핑이 주변부로 가야 한다"면서 "치열하게 경쟁해 온 홈쇼핑사들이 변방으로 쫓겨날 수 있고 이 경우 홈쇼핑이라는 영역 자체가 무의미 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병권 중기청 과장은 이와 관련 "중기 전용 홈쇼핑 문제는 중소기업계의 오랜 숙원 사업인데 정치적인 문제와 결부되는 것이 심히 부담스럽고 걱정된다"며 선을 그었다.

방통위 대표로 참석한 김영관 과장은 "방통위는 현재 아무 것도 결정해 놓은 사항이 없으며 신규 채널이 기정 사실화되고 있는데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며 입장 표명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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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기자 ky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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