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캐나다 온타리오주 - 자연과 문화의 '이중주'에 취하다

2009. 11. 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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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천둥소리에 잠을 깬다. 창 밖 전경은 어슴푸레한데 심장을 두드리는 소리가 이어진다. 나이아가라 폭포. 캐나다 오대호의 거대한 폭포는 눈보다 귀를 먼저 자극한다. 역동적인 나이아가라의 감동은 온타리오주 오타와, 킹스턴의 문화적 향취로 연결된다.

소리에 이끌려 마음은 벌써 폭포에 와 닿는다. 폭포를 알리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이 모두 요식 행위처럼 번거롭다. 나이아가라에 대한 최대의 경이로움은 눈앞에서 폭포를 마주하는 것. 천둥 같은 소리와 쏟아지는 물방울에 뒤섞여 있을 때 폭포의 진가를 확인하게 된다. 요란한 나이아가라는 캐나다 원주민의 말로 '천둥소리를 내는 물'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예전 인디언들은 폭포의 굉음을 두려워 해 부족의 처녀를 제물로 바치기도 했다.

긴장된 마음으로 폭포 앞에 선다. 현기증이 난다. 폭포 높이만큼 치솟는 물보라에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모두들 우비를 뒤집어쓰고도 쉴새 없이 환호성을 질러댄다. 나이아가라 지역의 날씨는 맑더라도 폭포 앞은 항상 비. 어느새 무지개가 피어올라 동화 같은 풍경이 연출된다.

폭포를 구경하기 위해 배를 타고 폭포수 아래로 향하는 여행자들의 행렬은 아슬아슬하다. 높이 54m, 폭 670m의 폭포에 대한 도전은 예전부터 끊임없이 이어졌다. 나무 드럼통을 타고 폭포에서 뛰어내린 여인의 사연은 영웅담처럼 전해 내려온다. 무모함으로 폭포를 뛰어 내린 사람들은 장례식장이나 경찰서로 향해야 했다. 죽거나, 살아남더라도 큰 벌금을 물어야 했다.

나이아가라에 숨겨진 뒷모습나이가가라는 남미 이구아수, 아프리카 빅토리아 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로 알려져 있다. 나이아가라가 쏟아내는 1시간 동안의 물의 양은 서울 시민이 사용하는 하루치보다 많다고 한다. 이처럼 거대한 나이아가라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고 흥미롭다. 그 하나는 '안개속의 숙녀호'라는 배를 타고 폭포 바로 아래까지 다가서는 것. 말발굽처럼 생긴 캐나다쪽 폭포의 품안에 안기려면 물세례를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폭포 뒤로 나 있는 승강기를 타고 폭포 안을 들여다보거나 헬기를 타고 나이아가라의 웅대함을 하늘에서 내려다 볼 수도 있다. 또 세계에서 가장 거친 '6급'의 급류코스에서 격류를 타는 체험도 짜릿하다.

나이아가라의 체험은 낮의 경이로움에 머무르지 않는다. 밤에 보는 나이아가라는 황홀하다. 이곳 대부분의 호텔들은 폭포 쪽으로 창을 낸 방을 마련하고 있다. 밤이 이슥해지면 폭포 위로 조명쇼가 펼쳐진다. 천둥소리와 함께 폭포의 색깔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방안에서 즐길 수 있다. 스카이론 타워 같은 360도 회전 레스토랑에서 그윽하게 식사를 즐기며 나이아가라를 음미해도 좋다. 나이아가라를 찾는 관람객만 연간 1500만 명. 카지노와 쇼핑타운 등은 밤이 되면 불야성을 이룬다.

폭포만 보고 훌쩍 떠나버리는 여행은 아쉽다. 나이아가라는 폭포 외에도 숨은 뒷모습을 지녔다. 폭포에서 나이아가라 파크웨이를 따라 북쪽으로 달리면 포도밭과 단풍길이 이어진다. 나이아가라 일대는 가을이면 캐나다 동부 메이플 가도의 출발점이 되는 곳. 나이아가라 파크웨이는 이 일대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도 알려져 있다.

파크웨이 끝, 온타리오호에 접해 있는 작은 도시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는 19세기 빅토리아풍의 작고 아늑한 풍경을 자아낸다. 이 작은 도시는 19세기 온타리오주의 첫 주도(州都)였을 정도로 유래가 깊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묵었던 프린스 오브 웨일즈 호텔에서 그윽하게 '에프터눈 티'를 즐기거나 퀸즈 스트리트 주변의 부티크숍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하루 해는 짧다. 도시 외곽, 기네스북에도 올라있는 높이 3m, 길이 2.5m의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는 웨딩마치를 올린 신혼부부들이 단골로 들러가는 코스가 됐다.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 인근은 와이너리의 보고이기도 하다. 캐나다 전역 400여 개의 와이너리 중 130여 개가 이 일대에 흩어져 있다. 특히 이곳 아이스와인은 캐나다 전체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와인 루트를 순례하며 시큼한 와인들을 시음하는 노곤하고 향취 가득한 여행이 가능하다. '이니스킬린'이나 '샤또 데 샴' 등은 이 지역의 대표적인 와이너리. 와인 시음 후 구입 때는 진짜 아이스와인임을 증명하는 'VQA'마크가 새겨져 있는 것을 확인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중간지대의 도시 오타와나이아가라에서 자연의 웅대함에 취했다면 오타와에서는 문화적인 다양함에 매료된다. 캐나다의 수도인 오타와는 중간지대의 성격이 짙다. 영국계와 프랑스계의 교차점이고 고풍스런 건물과 현대적인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는 아늑한 도시다. 19세기 초까지 벌목꾼과 모피상인만 오가던 척박한 땅은 1800년대 초반 리도 운하의 건설과 함께 바이타운이라는 마을이 생기면서 주목 받게 된다.

영국계인 토론토와 프랑스계인 퀘벡의 중간지대에 위치한 오타와는 통합과 소통이라는 명분아래 수도로 결정된다. 실제로 거리에서는 영어와 프랑스어가 혼재돼 사용된다. 오타와 강 건너편은 퀘벡주로 퀘벡에서 오타와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어느 곳에서나 눈에 들어오는, 오타와의 상징은 국회의사당이다. 오타와 강가 팔러먼트 힐에 위치한 네오 고딕 양식의 건물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명에 따라 건설된 캐나다의 첫 번째 의사당이기도 하다. 중앙에 솟아 있는 평화의 탑이나 국회의사당 내부는 일반인들의 관람이 가능하다. 의원들이 도서관에 상주하고, 딱딱하고 좁은 의자에 앉아 연설하는 풍경이나 영어와 프랑스어로 동시통역되는 의사당의 모습은 부럽고도 독특한 광경이다.

박물관, 대사관이 밀집된 도시에서 살가운 정경은 바이워드 마켓에서 만난다. 오타와를 바이타운으로 부르던 시절부터 서민들의 사랑을 받은 바이워드 마켓은 채소, 치즈 등 농산물부터 각국의 레스토랑까지 다양하게 모여 있다. 주변에는 펍, 바 등이 밀집돼 있어 오타와의 청춘들이 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공간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오래된 고성을 닮은 페어먼트 샤또 로리에 호텔 옆으로는 리도 운하가 흐른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리도 운하는 총길이 202km로 군사적인 목적으로 건설됐지만 겨울이면 출퇴근족이 스케이트를 타고 이동하는 사랑스런 이정표가 됐다.

오타와에서 시작한 리도 운하가 끝나는 곳에는 온타리오주의 고풍스런 도시 킹스턴이 있다. 킹스턴은 캐나다의 역사를 음미할 수 있는 작고 오래된 도시로 1840년대 캐나다 연방의 수도이기도 했다. 회백색 톤의 거리나 오래된 숍 등은 도시의 세월을 말해준다. 시청 뒤편에는 요즘도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 시장이 들어서며 군사적 요충지였던 헨리 요새는 세계 문화유산으로도 지정돼 있다.

킹스턴 투어의 포인트는 '사우전드 아일랜드' 관람이다. 유람선을 타고 미국과 접한 세인트 로렌스강을 따라 1800여개의 섬과 별장들을 둘러보는 투어는 감미롭다. 백만장자 호텔 경영자인 볼트가 세운 '볼트성'은 외관뿐 아니라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이 유래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온타리오주를 둘러보는 투어는 자연과 문화의 '이중주'를 체험하는 묘미가 있어 더욱 설렌다. 나이아가라에서 느꼈던 전율은 오타와, 킹스턴의 문화적 자취로 연결되며 차분한 감동으로 전이된다.

글·사진 서영진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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