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사람] 착한 드라마 신드롬 일으킨'솔약국집 아들들' 작가 조정선씨

2009. 10. 1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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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공동우물 관리자…시청률 위해 毒 탈 수 없어"

"착한 드라마라고요? 우리 드라마에도 불륜, 시한부 인생, 출생의 비밀은 다 있었어요. 다만 어떤 의도를 갖고 풀어 가느냐에 따라 (막장이냐 착한 드라마냐가) 갈리는 것 같아요."

11일 종영한 KBS 2TV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의 조정선(39) 작가는 발랄한 가족극으로 착한 드라마 신드롬을 일으킨 소감에 대해 묻자 이렇게 말했다.

지난 상반기에 막장 드라마가 트렌드처럼 강세를 보인 가운데 3대가 한 집에 모여 사는 대가족 이야기를 그린 '솔약국집 아들들'은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더니 11일 마지막 회에서는 48.6%(TNS미디어코리아 기준)로 올해 드라마 가운데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려한 막을 내렸다.

'솔약국집의 아들들'은 약사·의사·기자 등 번듯한 직업을 갖고 있지만 어딘가 부족해 장가를 못 가거나 재수생인 데다 여성스런 성격 때문에 뜨게질에나 관심이 있는 4형제가 진정한 남자가 돼 가는 과정과 이들을 키워낸 엄마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진솔하게 그려 호평을 받았다.

12일 서울 여의도 집필실에서 조 작가를 만났다. 그는 마치 '솔약국집 아들들'의 한 캐릭터처럼 인터뷰 내내 호탕하고 쾌활했다.

# '솔약국집 아들들'은 엄마의 이기심서 출발한 공동체 이야기

◇조정선 작가는 "드라마 종영 후 배우들이 아쉽다고 울며 전화했는데 저는 에너지를 모두 쏟고 나니 의외로 후련하다"며 환하게 웃었다.이제원 기자

그의 말대로 '솔약국집 아들들'에는 첫째 진풍(손현주)의 첫사랑이 시한부 인생을 살다 죽고, 셋째 선풍(한상진)의 아내인 은지의 친엄마가 따로 있다는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며, 진풍 대풍(이필모) 형제가 한 여자를 두고 싸우기도 했다. 또 엄마(윤미라)는 노총각 아들이 결혼하려는 이웃집 처녀를 극심하게 반대한다.

작가는 이처럼 이미 기존 드라마에 있던 원형도 어떤 의도로,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성격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결혼을 반대하는 엄마를 그린 드라마는 많았지만 반대하는 이유를 제대로 다뤄 주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엄마의 결혼 반대가 아니라 첫 아들에 대한 엄마의 곡진한 사랑이야기를 하려 했어요. 형제간의 삼각관계도 사랑싸움이 아닌 '카인과 아벨' 같은 장남과 차남의 이야기입니다. 갖고 싶은 것을 형제에게 뺏겼을 때의 갈등과 화해를 그리고자 한 거죠."

이 드라마에서 눈에 띈 것 중 하나는 어머니상에 대한 묘사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가족을 그린 드라마에서 어머니는 시부모와 남편에게는 순종적이고 자식을 위해서는 항상 참고 희생했다면 '솔약국집 아들들'의 어머니 '옥희'는 다 큰 4형제에게 욕을 하고, 시아버지에게 대들기도 하며 이웃을 보듬기보다는 언제나 내 가족, 내 새끼가 먼저였다.

"어머니를 미화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불쌍한 어머니는 모성 신화예요. 내 새끼만 품으려는 어머니들의 이기심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런 이기심이 함께 사는 공동체를 허물 수도 있기 때문이죠. 어머니들도 미완성된 인격체이기 때문에 자식을 키우며 인생을 배우는 과정을 인간적으로 그리고 싶었어요."

그는 이 드라마의 성공 요인에 대해 배우와 작가, 연출자의 트라이앵글이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전작인 '며느리 전성시대' 때는 첫 작품이어서 8㎏이 빠졌는데 이번 드라마를 찍으면서 7㎏이나 쪘어요. 팀워크가 너무 좋아 대본연습이 끝나고 매주 회식을 했죠. 배우, 감독이 모두 좋아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었어요."

#"착한 드라마는 나의 영원한 숙제"

조 작가는 드라마 시장에 혜성처럼 나타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작품 '며느리 전성시대'가 지난해 1월 시청률 36.5%로 막을 내린 후 후속작 '솔약국집 아들들'까지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KBS 2TV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은 지난 11일 마지막회에서 대풍과 복실 커플이 결혼에 골인해 솔의원을 개원하고, 선풍 부부와 진풍 부부가 아들을 낳는 등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었다.KBS 제공

중앙대에서 연극영화과를 전공한 그는 리포트를 읽은 교수의 권유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저는 원래 쩌렁쩌렁한 성격인데 작가는 고독한 직업이라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졸업하고 나서 뭐를 해도 안 되는 것 같았는데 우연찮게 방송작가협회에 들어가 1999년 KBS 극본 공모에 낸 작품이 우수상을 받게 됐죠. 그때가 임신 4개월이었는데 이런 게 운명인가 봐요."

평범한 회사원이 되고 싶었다는 그는 작가가 돼서 결국 회사원처럼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대부분 작품에 들어가면 밤낮이 바뀌고 잠적하기 일쑤라는데, 그는 오전 8시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오후 6시면 집필실에서 퇴근하고 아이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드라마를 찍는 내내 회사원들이 회식하듯 배우, 스태프와 단합대회도 자주 갖는다.

하지만 작가는 여전히 끝없는 자기와의 싸움을 요하는 고독한 직업이다. "고독하게 살다 보면 심성이 삐뚤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저도 명상센터에 가서 정신상담도 많이 받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죠."

드라마 작가는 공공의 자산인 전파를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만큼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작가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쓰는 공동우물의 관리자라고 생각해요. 그 우물에 독을 타서도, 손을 씻어서도 안 되죠. 즉 드라마에 자기 감정을 털어내거나 시청률을 위해 독을 몇 방울 타선 안 된다는 겁니다. 줄곧 자극적으로 몰고 가다가 막판에 화해시킨다고 좋은 드라마가 아니라 착한 주체를 향해 가는 과정도 착하고 사람들을 따듯하고 행복하게 해야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그런 드라마를 만드는 게 저의 영원한 숙제이기도 하고요."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Segye.com 인기뉴스] ◆ 박정숙 "김민종과의 스캔들, 사실은…"◆ 유통기한 초과 등 배달 음식점 위생불량 무더기 적발◆ KBS "김제동 교체는 프로그램 개편 일환일 뿐"◆ 대학병원 '신종플루 사망' 3일뒤 늑장보고◆ 안성기 "30살 연하와 연애 다들…"◆ 2NE1, 첫 예능 출연…'강심장'서 숨은 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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