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이라는 단어가 거슬리는 이유

신동립 2009. 10. 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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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주희 교수 = 가짜 명품을 지칭하는 '짝퉁'이라는 단어는 일부 사전에 이미 속어로 등재되어 있기도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표준어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에는 언론과 TV 매체에서 아나운서와 기자까지도 짝퉁이라는 단어를 뉴스에서 그대로 사용한다. 9시 뉴스를 듣다가 이 단어에 신경이 거슬렸었는데, 간판 뉴스앵커가 짝퉁이라는 단어를 버젓이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물론 뉴스 스크립트에 기자가 쓴 기사를 읽었겠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 한국어의 어휘에는 '짝퉁'이라는 속어를 굳이 쓰지 않아도 가짜 물건, 모조품, 유사품, 복제품, 이미테이션(외래어) 등등 '짝퉁'이라는 속어를 대신할 많은 표현이 있다. 굳이 속어를 뉴스에서까지 쓸 필요가 없는 이유다.

'짝퉁'이라는 단어는 2001년 국립국어원의 신어 목록에 처음 등재되었고 이를 계기로 일부 사전에 속어로 오르기 시작했지만 사전에 나오는 단어가 모두 표준어는 아니다. 언어란 무릇 사람의 인생처럼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있고, 그 쓰임이 많아지면 언중(言衆)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그러나 필자는 짝퉁이라는 단어가 여전히 자연스럽게 들리지 않는다. 그 단어를 쓰는 우리들도 마치 가짜 물건을 쓰면서 허상(虛像)을 추구하는 삼류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대체 짝퉁이란 말의 어원은 무엇인가? 언어학적으로 분석해 보자면 '가짜'라는 어휘가 거울영상(mirror image)처럼 '짜가'로 뒤집어진 후에 다시 축약현상에 의해 '짝'으로 변화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필자도 청소년기에 진짜 상품의 반대말로 '짜가'라는 단어를 사용했던 친구들을 기억한다.

나머지 문제는 '퉁'이다. 여기에는 각종 주장이 난립한다. 사전을 찾아보면 '퉁'은 품질이 낮은 놋쇠를 일컫는 말로 주로 합성어에 쓰인다고 명시되어 있다. 재미있는 주장으로는 가짜 물건을 취급하는 리어카 노점상에서 '퉁겨지다'는 의미로 '짜가'의 '짝'에 붙여서 부르기 시작했다는 설이다.

그러나 근간의 인터넷 신조어에서 보듯이 이런 말의 어원에는 대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온갖 종류의 의미가 뒤섞인 양상이기 때문이다. 킹왕짱(King王짱)과 같은 단어는 일종의 혼성어(hybrid word)가 아닌가! 다시 말해 사전에 오른 단어라도 어원이 확실한 예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짝퉁'이라는 단어를 처음 쓴 사람을 알 수는 없지만, 그 대신 천박한 어휘를 근절할 수는 있다는 점일 것이다.

경희대 국문과(언어학 박사) juhee@khu.ac.kr<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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