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규제 한달..집값 상승세 꺾였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1단지 49.5㎡를 사려던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갈아타기 계획을 미뤘다. 서울 중계동의 132~164㎡(40평대) 아파트를 팔고 강남 입성을 하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7일 정부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확대로 기존 집을 사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치솟는 주택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꺼내든 DTI 확대 조치가 시행된 지 한 달. 규제 '약발'이 받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전반적으로 약세로 돌아섰다. 서울 강남 외 지역의 집값만 떨어뜨릴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강남권 재건축 가격도 급등세가 주춤하고 있다. 일부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호가가 1000만~3000만원 정도 떨어진 곳도 있다.
올여름까지 큰 폭으로 가격이 오르던 강남권과 기존 버블세븐 지역 아파트들도 DTI 규제 확대 한 달간 거래량이 줄고 매수세도 실종됐다.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 투자심리 위축 등이 이유다. 강남권으로 갈아타기를 하려던 수요도 기존 집 매매가 힘들어지면서 한풀 꺾였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자료에 따르면 DTI 규제 확대 발표 직전 한 달간(8월 8일~9월 5일) 서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전월 대비)은 0.55%였지만 9월 5일부터 10월 3일까지는 0.22%로 상승세가 눈에 띄게 꺾였다. 같은 기간 수도권 5대 신도시 역시 0.52%에서 0.22%로, 경기지역은 0.31%에서 0.26%로 상승폭이 줄었다.
서울에서는 강동구와 송파구 재건축 하락세가 눈에 띄었다. 강동구 재건축아파트는 같은 기간 2.97%에서 -0.63%로, 송파구는 1.19%에서 -0.66%로 변동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강남구도 2.04%에서 0.05%로, 서초구도 1.58%에서 0.40%로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가파른 상승폭을 기록했던 강동구 재건축아파트 가격은 DTI 규제 확대 뒤 평형별로 2000만원가량 하락했다. 이미 DTI 규제를 받고 있던 강남 3구와 달리 새롭게 대출 규제 적용을 받으면서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둔촌동 주공1단지 59㎡는 9월 초까지만 해도 7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요즘 나온 매물은 6억9000만원 정도에 구할 수 있다.
상일동 고덕주공 3단지 역시 8월 말 6억3000만원가량 하던 52㎡가 최근 6억1000만~6억2000만원 정도에 나온다.
송파구 아파트도 가격이 하락했다. 9억6000만~11억원에서 매매가 이뤄지던 잠실 엘스 아파트 111㎡는 한 달 새 9억~10억5000만원으로 내렸다. 가락동 금호아파트 105㎡도 같은 기간 3000만원 정도 떨어진 6억1000만원까지 가격이 내려갔지만 매수 문의가 뜸하다.
잠실동 J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대출 규제의 직접 영향은 받지 않지만 투자 심리가 많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라며 "2000만~3000만원 하락한 급매물이 종종 등장하지만 매수자들도 로열층 급매물이 아니면 관심을 안 보인다"고 전했다.
대표적 재건축아파트인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도 지난 한 달간 2000만원가량 하락했다.
42㎡가 8억7000만원에서 8억4500만원으로, 49.5㎡가 10억5000만원에서 10억2000만원으로 각각 떨어졌다.
역시 새롭게 DTI 규제를 적용받은 목동도 가격이 하락세다. 신시가지 9단지 181㎡는 8월 말 16억~20억원에서 거래가 됐지만 현재 가격은 16억~19억원으로 상한가가 1억원 정도 조정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DTI 규제 영향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권과 목동, 분당 등 주요 지역의 주택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주변지역도 함께 연말까지는 보합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는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고 보금자리주택 분양과 유망지역 분양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분양시장 쏠림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급락도 없겠지만 급등도 일어나지 않는 보합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호승 기자 /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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