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능력을 나눈다] <7> 삼성증권 청소년 경제증권교실

2009. 10. 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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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고 잘 모으는 법' 가르쳤더니 아이들이 달라졌어요"가난 대물림 끊자" 저소득층 학생 대상평생 알아야할 경제 개념 눈높이 교육4년간 7만명 혜택… 전문교사 양성도

지난 8월26일 오후 4시, 서울 은평구의 A보육원. 30평 남짓한 강당에 이 곳에서 지내는 30여명 초등학교 아이들이 4개조로 나눠 둘러 앉았다. 코흘리개 1학년부터 제법 어른 티가 나는 6학년 언니가 모두 모인 이유는 '경제 과외'를 받기 위해서다.

선생님은 파란 조끼를 입은 삼성증권 은평지점 김수영 주임(28). 일일 교사로 나선 김 주임의 말쑥한 차림이 생소한지 초반에는 수업 진행이 더뎠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김 주임이 박수 치기로 집중을 유도했다. '짝짝짝, 짝짝짝.' 우렁찬 박수 뒤 순간의 고요를 놓치지 않고 김 주임이 빔 프로젝트로 생수통을 보여주며, 외친다.

"여러분, 이 물통이 얼마일 것 같아요?" 앞줄에서 한 아이가 "백원"이라고 대답하자, 뒷줄에서 "생수통이 저렇게 큰데, 천원"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김 주임이 "이 물통을 사막에 가지고 가면 어떻게 될까요. 여기보다 쌀까요, 비쌀까요"라며 난이도를 한 단계 높인다. '물이 귀하니 훨씬 비싸겠죠'라고 대답하는 순간 아이들은 경제학의 중요 원칙 가운데 하나인 '희소성(稀少性)' 개념을 배웠다.

희소성 다음은 기회비용. 기회비용을 설명하는 핵심 열쇠는 안데르센 동화의 인어공주다. "인어공주가 다리를 받는 대신 마녀에게 목소리를 내준 것을 경제용어로 따지면, 기회비용이 된다"고 설명하자 뭔가 깨달은 게 있는 듯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수업의 절정은 용돈기록장 작성법. '얼마 안되는 용돈에 신경이라도 쓸까'하는 우려도 잠시, 아이들은 귀를 쫑긋 세운다. 태경(가명ㆍ초등5)이는 "2,500원을 어디다 썼는지 적고 보니,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했고, 상철(가명ㆍ초등6)이도 "남은 용돈은 저축하면 되겠다"고 했다. 자신의 이름과 용돈 내역을 꼼꼼히 기록하는 아이들을 보며 김 주임은 "아이들이 체계적인 삶의 중요성과 돈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 것 같다"며 뿌듯해 했다.

이 보육원 윤모 교사도 "용돈이 경제의 시작인데,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이곳 아이들은 그동안 제대로 된 관리요령을 배우지 못했다"며 "국내 최고의 금융전문가 집단인 삼성증권에서 교육을 실시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 금융지식을 소외계층과 나누자는 의미로 시작된 삼성증권의 '청소년 경제증권교육' 사업이 뜨거운 호응 속에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삼성증권은 2005년 '우리의 금융지식으로 소외계층에 도움을 주자'는 사명감으로 경제교육을 시작했을 때만해도, 이렇게 뜨거운 호응을 받으리라고 예상하지 않았다고 한다. 교육 프로그램 역시 지금과 비교하면 양과 질 모두 크게 뒤졌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미국의 경제교육 재단인 '비즈월드'사의 교재를 우리말로 번역해 만든 자료를 갖고 하는 단발성 강의가 전부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증권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뒤 아이들의 태도가 변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전국 각 지역 공부방과 보육시설은 물론이고 '다시 한번 해달라'는 재교육 요청이 쇄도했다. 심지어 아이들 부모를 대상으로 합리적인 소비와 저축 방법을 가르쳐 달라는 복지관의 부탁도 있었다.

수요는 공급을 창출하는 법. 최근 4년간 이 교육의 혜택을 본 저소득층 청소년이 7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호응을 얻으면서 삼성증권은 교육 프로그램 '버전 업'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함께 경제교육 콘텐츠 개발에 착수하는 한편, 교육 프로그램도 4개로 늘렸다. 기존 비즈월드 프로그램에 ▦화폐발달 ▦용돈관리 ▦경제놀이터 등의 프로그램을 추가한 것이다.

새로 추가된 것 가운데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저학년에게 인기가 높은 것은 화폐발달 프로그램. 오리기와 붙이기, 색칠하기 등의 활동을 통해 어린이 스스로 돈의 중요성을 자연스레 익히는 게 핵심이다. 또 용돈 관리 프로그램은 가상쇼핑과 게임을 통해 현명한 소비습관을 기르는 데 일조하고 있다.

단발성 교육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16주 동안 진행하는 '경제놀이터' 프로그램은 초등학생이 평생 알아야 할 기초적인 경제개념을 한 학기 동안 익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삼성증권은 경제놀이터 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으로 전국의 34개 공부방을 지정하는 한편, 이곳에서 저소득층 어린이를 가르칠 교사도 54명이나 양성한 상태다.

삼성증권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교육뿐만 아니라 재미있고 유익한 행사도 끊임없이 기획하고 있다. 퀴즈대회인 '도전, 경제퀴즈! 골든벨을 울려라'(2007ㆍ2008년 2회 개최), 도서와 산골 등 격오지의 학생들을 방문해 교육하는 '찾아가는 경제교실'(2007년 시작), 삼성증권 지점을 방문해 증권과 주식에 대해 알아보는 '웰컴데이'(2008년 시작) 행사 등은 재미와 지식을 동시에 遲?수 있는 만큼 어린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제교육은 사이버 공간에서도 계속된다. 매달 1회 업데이트되는 '청소년 경제증권교실 홈페이지'(http://edufn.net)를 개설했는데, 경제현상을 아이들의 눈 높이에서 설명해 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인터넷 프로그램 가운데서는 삼성증권 PB연구소 고규현 연구위원의 '삼성증권 아저씨의 경제칼럼'이 특히 인기가 높다. 이 밖에 삼성증권 선생님들이 오프라인에서 가르친 내용을 퀴즈로 확인하고, 'e-용돈 기입장'도 이용할 수 있다.

단순 경제교육에서 출발한 삼성증권의 봉사활동은 어느덧 우리 사회의 계층간 갈등을 해소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동주 삼성증권 신문화파트 차장은 "소외계층 청소년이 제대로 된 경제교육을 받으면 '가난의 대물림'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리의 믿음이 실제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돈만 버는 조직이 아니라 '계층간 갈등 해소'라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차예지기자 nextw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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