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대한민국 新가족 보고서

2009. 9. 1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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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해지고 있는 대한민국

가족 구성의 변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 부모 가족과 싱글족, 딩크족 등 날마다 신조어가 등장한다. 기존의 일반적인 가족 형태는 그중 하나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통적인 가족이 해체되고 글로벌화, 개인주의 성향 증가 등 여러 이유로 대한민국의 가족이 분해되어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

# 가족이 해체되고 재탄생된다요즘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는 "아빠 얼굴 그려보세요"라거나 "엄마 얼굴 그려보세요"라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이유는 아빠나 엄마와 같이 살지 않는 아이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 2명 혹은 부모와 자녀 1명을 평균적이고 정상적인 가정의 형태로 여기면서 사회 모든 분야의 기본 척도처럼 여겼던 때가 있지만, 이미 우리 사회는 너무나도 세분화된 가족 형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피부로 느끼게 된다. 사회에 불어 닥친 가족 형태 파괴 바람, 즉 해체와 재탄생의 커다란 흐름 속에 우리는 서 있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이혼율 증가로 한 부모 가족이 급격히 많아진 것.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1백15만 가구였던 한 부모 가족이 2007년 1백42만 가구로 늘어났다. 싱글맘과 싱글대디는 드라마 속 단골 소재가 되었다. 42세인 J씨는 남편과의 불화로 헤어진 뒤 초등학교 6학년인 딸과 둘이 산다. 회사원인 그녀는 이혼녀라는 타이틀이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체면이 아닌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말한다. 아이가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를 입을까 걱정했지만 되레 아이는 학교 친구들 중 똑같은 애들이 많으니까 괜찮다는 반응이었다고.

# 불붙은 나홀로족 가구 수 증가아예 결혼을 하지 않고 사는 나홀로족, 즉 싱글 가구의 증가 속도엔 가속이 붙었다. 경제력을 가진 여성들이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자신의 삶만 충실하게 살아가려는 욕구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 사회는 결혼이 여성에게 불리한 면이 많다는 계산 때문이다. 38세 학원 강사인 H씨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서른 살에 부모로부터 독립했어요. 그간 모은 돈으로 손바닥만한 전셋집에서 시작해 이젠 내 명의의 널찍한 아파트도 한 채 마련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선을 봤지만 이내 시들해졌어요. 결혼이 지금의 내 인생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계산이 서니까 손해보는 짓은 하기 싫더라고요. 누가 뻔히 보이는 불 속으로 뛰어들고 싶겠어요. 그런 게 인생이고 누구나 그렇게 산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 행복하게 살 방법이 있는데 누구의 아내, 며느리가 되어 친구들처럼 속병 앓으며 살기 싫어요. 그들이 누리는 행복도 물론 있겠지만 그것을 위한 희생이 더 커 보입니다."

남성들은 집안의 가장으로서 떠안는 책임에 대한 회피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또는 여성들이 선호하는 결혼 대상이 아니라서 지레 포기하거나 노력해도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유명 종합 병원 관리직으로 근무하는 36세 남성은 결혼하고 싶지만 직업도 그렇고, 집안에 돈도 없어서 매번 여성들에게 퇴짜를 맞는다. 그는 어느 정도 결혼을 포기한 상태다. 어쩌면 강요된 싱글의 삶을 살아야 할지 모른다.

# 자의든 타의든 핏줄이 다가 아닌 시대올해 35세인 동갑내기 부부는 결혼한 지 6년이 되었는데 아이 계획은 없다. 결혼 초에 아이 문제로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자신들에게 다양한 투자를 하며 살기로 했다. 나중에 유료 양로원에 가기 위해 노후자금도 따로 챙기고 있다. 아이는 무한 책임 대상이라 부담스럽다는 게 부부의 솔직한 심정. 그런가 하면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사는 딩크펫 가구도 있다. 다문화 가정이 가져온 가치관의 변화도 크다. 필리핀에서 우리나라로 시집온 A씨는 벌써 넷째 아이를 낳았다. 한국은 외국인과의 결혼을 남다른 시선으로 보는 것 같아 처음에는 적응이 힘들었지만 이젠 다문화 가정도 당당히 인정받는다고 확신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들이 하나씩 허물어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사는 모습의 다양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적당한 나이에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사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왜일까?

한때 일본에서는 단신 부임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직장 문제로 가족과 떨어져 다른 지역에서 지내는 남성을 의미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역시 남편을 따라 온 가족이 옮겨가는 추세는 줄고 있다. 아내와 아이는 교육 여건이 좋은 대도시에 남는 경우가 많다. 또는 아이가 유학을 가 부모와 떨어져 지내기도 한다. 삶의 영역이 넓어지고 글로벌화되면서 생긴 새로운 이산가족이 2백70만 가구에 이른다. 할리우드의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는 따로 집을 마련해 살면서 자주 만나는 형태로 새 삶을 꾸리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각자의 사생활을 지키면서 한 지붕 아래 살지 않을 뿐 정상적인 부부라고 말하는데, 영국에서는 이런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사회 구조가 단순할 때는 사람들의 삶도 그에 따른다. 하지만 사회가 세분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수만 개의 라이프스타일이 만들어졌다. 예전에 보지 못했던 형식의 삶을 사는 사람은 낯설고 희한한, 또는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결혼 안 한 싱글들이나 딩크족, 돌싱 등이 큰 결함을 가진 대상으로 치부된 적도 있다. 그러나 이젠 세상을 살아내는 방법에는 수많은 길이 있고 그중 어느 길을 걸을지는 개개인 선택의 문제라고 보는 추세다. 새로운 가치관이 형성되면서 사람들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유연성을 갖게 되었다. 사람들은 가족 구성원의 형태나 핏줄을 따져 가족이란 정의를 내리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임을 스스로 깨닫거나 각종 매스미디어를 통해 주입당하며 인정하고 있다.

# 새롭게 짜이는 가족의 패러다임가족의 변화는 역사 속에서 늘 일어난 현상이다. 불과 30, 4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대가족으로 살았지만 점차 핵가족화 되었고 이젠 딩크족, 싱글족이 등장했다. 해체되고 재구성된 가족들은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냈고 그에 발맞춰 공급이 이뤄진다. 한두 명 사는 가구의 증가는 작은 크기의 아파트나 원룸, 오피스텔 등의 인기를 높여 주거 형태에 변화를 가져왔다. 작아진 공간에 맞게 기능적이고 크기가 작은 가구나 가전제품도 많아졌다. 식문화에 부는 바람은 과히 놀라울 정도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음식과 소포장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구매층을 만들고 이는 경제 불황 속 틈새시장을 형성해 간다. 그 외 홈대디나 딩크펫 가족이 늘면서 남성 주부를 위한 제품도 출시 중이고,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1조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결국 사회의 변화가 가족을 재구성하고 그 가족은 다시 사회의 변화를 주도해가는 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작아지고 있는 대한민국

가족 수가 적어지니 전반적으로 생활도 슬림해지고 있다. 공간과 생활용품, 식품 등 가족들에게 필요한 소비재들의 볼륨이 줄어든다. '작아지고, 적어지고, 얇아지는'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기능적이고 영리한 제품들이 출시된다. 삶이 달라지니 니즈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 게다가 불황이란 현 상황을 타개하려는 기업들의 발 빠른 틈새시장 공략까지 더해지면서 대한민국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

# 소형 주택이 등장하다서울시는 향후 10년간 소형 주택 30만 가구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족 형태가 작아지면서 소형 주거 공간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는 현실에 대한 대안이다. 이에 맞춰 중대형 주거 건설에만 힘쓰던 국내 유수 건설사들도 소형 아파트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1, 2인 가구를 위한 미니 아파트가 새로운 황금알을 낳는 틈새시장으로 부상한 것.

KCC는 김포 한강 신도시에서 전용면적 59㎡의 단일형 1천90세대를 분양했다. 총 5가지의 평면 모델을 제시해 좁은 공간을 얼마든지 실용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발코니 확장, 거실과 식당, 주방 벽을 트는 LDK 방식의 설계로 좁지만 개방감을 느끼게 하는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삼성 래미안의 경우 올 하반기를 목표로 미니 아파트를 상품화해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전담 직원을 배치하고 해외 사례를 모으는 등 '미니 래미안(가칭)'을 준비하고 있다.

소형 아파트로만 단지를 구성하는 '캐슬 루미니'를 개발해 올 하반기 공급을 준비 중인 롯데건설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캐슬 루미니는 30㎡의 미니 공간을 2배 이상 활용하는 설계 아이디어를 제시할 계획이다. 일종의 트랜스포머형 주택이 그것. 살고 있는 사람이, 예를 들면 신혼부부냐, 재택근무자냐, 미혼 여성이냐 등의 상황에 맞게 내부를 바꾸는 일보 진화된 형태다.

그 밖에 대우건설은 소형 주거 상품 디자인과 브랜드 개발을 위해 공모전을 열고, 주택 상품 설계 팀을 통해 주 고객층에 대한 분석과 평면 개발에 착수했다. 동부건설의 소형 센트레빌 주택 단지나 금호건설의 '쁘띠 메종' 도 같은 예다. 물론 소형 주택 사업의 수익성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는 건설사도 있지만 이미 중대형은 울고 소형은 웃는다는 시장 논리가 적용되는 분위기다.

이런 움직임은 실제 시장에서 증명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청약이 소형 아파트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7월에 청약을 마친 은평 뉴타운 2지구의 경우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경쟁률 13:1에 비해 59㎡의 경우 23 :1이란 높은 결과를 낳았다. 167㎡의 대형 평형은 3순위에 가서 청약이 마감되었다. 입주 프리미엄도 소형이 높게 형성되고 있는데 이는 1인 가구 수 증가에 비해 아직 소형 주거 공간이 현저하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지방이라고 다르지 않다. 대전 서구 괴정동의 '리베라 아이누리 주상 복합 아파트'는 올 9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독립생활을 보장하고 주변 여건이 편리해 혼자 살기에 안성맞춤인 싱글하우스의 대표적인 예다. 평형을 19.6~59.9㎡까지 다양화해 선택의 폭도 넓다. 이런 주상 복합과 오피스텔 등은 싱글하우스 중 단연 인기가 높다. 그 이유는 내부 구조가 실용적이고 가전이나 가구가 빌트인되어 있어 별도의 지출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단독주택의 부활도 눈여겨볼 만하다. 단지형 다세대 주택과 원룸, 기숙사형 3가지로 나눈 도시형 생활 주택은 규제가 까다롭지 않아 수익을 노리는 개인들의 관심이 크다. 이러한 소형 주택을 건설하는 소규모 업체들에 하루에도 수십 통씩 문의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

# 소량 소포장 식품이 많아진다한 신문 기사에 따르면 대형 마트에서 쌀이 팔리지 않아 고민이라고 한다. 대신 포장 음식이나 반 조리식품 등을 파는 매장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곳을 찾는 이들은 주부는 물론이고 양복을 입은 젊은 남자도, 나이 지긋한 할머니도 있다. 가족 수가 적고 집에서 식사하는 기회도 적다 보니 최대한 간편하고 경제적인 상품을 찾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마트에 가면 예전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상품들이 고정 코너를 마련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식품 코너. 상품들이 소량화되고 있다. 특히 대용량 식품을 샀다가 다 먹지도 못하고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싱글족들은 1인용 식품에 열광한다. CJ가 선보인 '스팸 싱글'은 캔에 담겼던 햄을 한 사람이 한 번에 먹기 좋도록 슬림하게 잘랐다. 포장만 뜯으면 곧바로 식빵에 얹어도 되는 크기라 편리하고 맛이 4가지라 선택의 폭도 넓다.

양념류의 포장도 소형화된다. 샘표간장의 '샘표 양조간장'은 6㎖ 간장 1백98개로 구성했다. 봉지에 개별 포장한 간장은 대용량을 사서 오픈한 뒤 쓰지 않아서 아예 사지도 않는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끈다. 풀무원은 혼자 사는 노인이나 여성들도 쉽게 정수기의 생수를 교환할 수 있도록 기존의 18.9㎖짜리 제품 외에 13㎖짜리 제품을 출시했다. 6개들이 달걀, 미니 캔맥주, 미니 두부, 1인용 김치 등 모든 식품은 미니 마케팅의 대상이 되고 있고 그만큼 가격도 저렴해졌다.

간편 제품의 숫자도 증가 추세다. 외식은 줄이고 집에서 먹되 시간과 수고를 덜 수 있는 즉석 조리식품들이 가정식을 대신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RTE(Ready To Eat, 요리가 필요 없다), RTH(Ready To Heat, 데워서 바로 먹을 수 있다), RTC(Ready To Cook, 요리해서 바로 먹는다) 1백43종을 판매 중인데 올 3월에 비해 2개월 만에 매출이 12.3% 증가했다. 홈플러스는 보존 처리를 하지 않아 유통기간이 30일 미만인 가정 편의식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새우 야채볶음밥이나 전복죽, 돼지고기 김치찌개 등을 2천~3천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구할 수 있다. 아이가 없고 거의 요리를 하지 않는 젊은 부부나 자기 계발이나 일에 시간을 쓰고 싶은 싱글들에게 간편한 가정 대체식은 필수품이나 마찬가지다.

# 생활용품이 진화한다집이 소형화되고 집에서 머물거나 꼬박꼬박 식사를 챙겨 먹는 가구가 줄어들다 보니 자연스레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 모습을 바꿔간다. 재구성된 가족들이 산업 전반에 변화를 불러오는 것. 우리나라에서는 가전제품의 경우 가족 수가 적아도 대용량을 선호하는 소비 경향이 뚜렷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작은 공간에 콤팩트하게 맞는, 예를 들어 6㎏짜리 드럼세탁기나 3㎏대의 중국산 초미니 세탁기가 등장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13.2m²(4평)형·19.8m²(6평)형 에어컨을 판매 중인데 원룸과 오피스텔, 소형 주택이 증가하면서 매년 매출이 50%씩 신장되고 있다.

가구는 취향에 따라 선택 범위가 넓지만 대체적으로 기능성을 강조한 미니멀 스타일이 강세다. 길이 조절이 가능하거나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는 다기능, 좁은 공간을 돋보이게 하는 포인트 가구 등을 찾는 사람이 많다. 오피스 가구로 유명한 일룸은 얼마 전 싱글족을 위한 솔로스 라인을 내놓았다. 책상이 식탁이나 서랍장이 되고 전신 거울이 옷걸이가 되는 아이디어 담긴 가구들인데, 이동이 쉬워 혼자서 가구 배치를 바꿀 수 있다. 침대 겸 소파는 좁은 공간에서 활용도가 크다. 토털 인테리 브랜드 까사미아에서는 스터디 룸(책상, 책장)과 베드룸(침대, 서랍장) 등 총 4종의 준 시리즈를 1백67만원의 파격적인 가격대로 선보였다. 친환경 소재에 내구성까지 갖추었다. 이외에 혼자 살거나 살림을 맡는 남자가 늘면서 그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블루 슈머가 형성되기도 한다. 남성의 몸에 맞는 청소기, 일명 아빠 청소기, 기저귀 가방, 초보 아빠를 위한 아기 울음 분석기 등이 그 예다.

똑똑해지고 있는 대한민국

새롭게 구축되는 사회의 흐름에 적응하기 위한 각 개인은 인식 변화를 경험하고 자신의 삶에 적정한 라이프스타일을 구사하고자 한다. 그에 맞는 시장이 형성되고 예전에 보지 못했던 혹은 필요하지 않았던 물건이나 서비스를 요구하게 되었다. 눈치 빠른 기업들은 한발 앞서서 소위 트렌드란 이름으로 수익을 끌어낼 시장을 만들어 반대로 사람들에게 어필하기도 한다. 이젠 개인들의 삶의 변화가 사회를, 사회가 개인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받는다.

# 진화 1 집이 영리해진다사람들은 집이라는 공간에 기대하는 바가 크고 점차 까다로워진다. 가족 수가 적으니 적당한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현상은 대표적인 니즈다. 주 5일 근무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재택근무가 늘면서 외부에서 누리던 즐거움을 집에서 찾길 원하기도 한다. 서재나 취미 공간의 대두는 그 때문이다. 프라이버시는 여전히 중요한 요소. 2015년쯤 되면 욕실을 사이에 두고 안방이 2개인 주택이 등장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부부가 각자의 개인 공간을 원한다는 것.

각종 첨단 시스템에 관한 관심도 크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 결혼 못하는 남자 > 를 기억하는가. 결혼을 불편한 인간관계라 여기는

싱글남(지진희 분)은 누가 집에 찾아오면 화상으로 체크한다. 일명 화상 인식 시스템. 자신의 안전을 지키려는 심리가 작용해서다.

내 가족만 산다는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새로운 유형의 주택도 대거 등장할 것이다. 미국 드라마 < 그레이 아나토미 > 를 보면 성인 남녀들이 한 집에서 산다. 그들은 플라토닉 하우스 메이트로 육체관계가 없는 동거자들을 의미한다.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유형인데, 주거비 부담이 큰 우리나라에서도 사교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사는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 진화 2 똑똑한 소비자가 늘어난다소규모 가정이 늘고 불황이 계속되면서 기존의 소유욕이나 허세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실용이란 가치가 대신한다. 계획 소비가 많아지는 건 영민해진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증거. 그들은 대량 소비 대신 꼭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만 가지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몸과 환경을 살리는, 한발 나은 가치에 관심을 기울이는 성숙한 미덕을 발휘한다. 대표적인 예가 HMR(Home Meal Replacement)이다. 조리가 완전히 끝난 인스턴트류나 즉석 요리보다는 간단한 조리를 통해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선택하는 사람이 증가할 것이다. 사람들은 건강을 지키고 자연 친화적인 식품을 찾음으로써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더 낫게 만들고자 한다.

# 진화 3 新 소통 언어가 확산된다학업이나 직장 문제로 떨어져 사는 소위 원거리 가족들에게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마음으로 삭이라고 한다면? 원거리 가족이 가능해지는 건 몸은 떨어져 살지만 여전히 옆에 있는 듯 교류할 수 있는 방법이 무수히 많아졌기 때문은 아닐까. 디지털 세상의 도움을 받으면서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삶을 기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외국으로 아이를 유학 보낸 어느 부부는 매주 일정 시간이 되면 컴퓨터 화상 카메라 앞에 나란히 앉는다고 한다. 아이와 얼굴을 마주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전화 목소리로 안부를 묻곤 시절보다 그리움은 덜하고 친밀감은 더해지는 경험을 한다.

메신저는 또 어떤가. 시공을 초월해 순식간에 통하는 길이 된다. 블로그나 싸이월드 등은 자신이 원한다면 불특정 다수를 향해 스스로를 열어 보이는 언어가 된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져 남의 삶에 무관심한 시대로 향하고 있으나 새로운 소통 언어가 서로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 진화 4 뉴 비즈니스가 등장한다생활이 복잡해지고 세분화되면 그에 따른 비즈니스가 생겨난다. 대표적인 예는 애완 관련 산업으로 우리나라의 규모만 무려 1조원에 육박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사는 딩크펫 가족이나 싱글들이 늘면서 병원과 미용실은 물론 호텔과 카페, 의류나 장난감류, 애완견 시터, 장의업으로까지 그 폭이 확대된다.

아무래도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따라서 감성 마케팅을 앞세워 헛헛한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리는 비즈니스도 호황을 누릴 듯하다. 일본의 디자이너가 만든 '남자 친구의 팔베개'라는 사람 모양 베개 상품이 크게 히트한 적이 있다. 이는 재미도 주면서 쓸쓸해하는 여성 싱글들을 위한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얼마 전엔 조수석에 남자 친구인 양 앉혀놓는 인형이 출시되어 범죄 예방도 되고 심리적인 즐거움도 주고 있다.

남편이나 아내가 없는, 혹은 힘든 일을 대신해줄 사람이 없는 가정의 경우 자신을 대신할 도우미의 역할이 필수다. 우아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려던 미혼 여성, 와인 코르크가 쉽게 빠지지 않거나 형광등이 깜빡거릴 때마다 '이래서 결혼을 해야 하는 건가?'라고 갈등이 생긴다 해도 그 이유만으로 결혼을 결심할 수는 없는 노릇. 남편 노릇을 해주는 대신맨을 부르면 된다. 그들은 여성이 혼자 하기 힘든 집수리를 해주고 간병, 대리운전도 군말 없이 도와준다. 하루 서너 시간에 5만원 선이라니 경제력 있는 싱글들에겐 부담스럽지도 않다.

출처: 리빙센스일러스트|김옥진행|임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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