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시니어클럽 '이천손국시' 대박

은퇴자 여가·일자리 창출 일석이조… 분점개설도 추진
"병원에 칼국수 스무 그릇 배달 주문이요!"
5일 낮12시 대구 남구 이천동 이천주민센터 옆 2층 양옥집을 음식점으로 개조한 '이천손국시'. '손으로 면발을 직접 뽑아 만든 국수'라는 이 손국시 집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신사가 초등학생 손녀와 겸상을 하고 있다. 동네 아줌마들 계모임까지 벌어져 24개 테이블은 꽉 찼다.
현관 맞은편 20㎡ 남짓한 주방에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이곳. 대구 남구시니어클럽이 3일 문을 연 식당이다. 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식당답게 주방에도, 거실에도 일하는 사람은 모두 할머니들이다. 칼국수를 그릇에 담던 이태옥(62ㆍ남구 대명2동) 할머니는 "30년 가까이 국수집을 운영하다 가게가 재개발 구역에 포함되는 바람에 식당 문을 닫았다"며 "다시 식당을 열 엄두는 나지 않고, 일은 하고 싶어 고민하던 차에 이곳에 오게 돼 너무 좋다"고 말했다.
남구시니어클럽이 이 식당을 연 것은 노인일자리 만들기의 연장선이다. 남구 지역 노인 600여명 가운데 음식솜씨가 뛰어난 12명을 선발했다. 근무는 4명씩 3조로 나뉘어 월ㆍ화, 수ㆍ목, 금ㆍ토요일 등 이틀씩 오전 9시∼오후 9시 일하는 방식이다. 음식점 경험이 있는 3명은 음식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나르고, 가정주부 출신인 1명은 반찬을 미리 담고 설거지를 하는 등 역할 분담도 하면서 손발이 척척 맞는다.
이들 할머니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가게 입구에서 국수 면발을 뽑던 박순자(65ㆍ남구 봉덕동) 할머니는 "젊은 시절에는 1,000석이 넘는 식당에서 일을 하기도 했는데 나이 육십을 넘기고는 채용하겠다는 식당이 별로 없었다"며 "3년 6개월 만에 새로운 일자리를 얻으니 살맛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파는 음식은 잔치국수와 칼국수, 콩국수, 파전, 수육 등 왠만한 칼국수 집에 있는 것은 다 있다. 잔치국수가 3,000원, 칼국수 3,500원으로 가격도 시쳇말로 착한 편이다.
그러다보니 개업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손님들이 미어 터진다. 이날도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150여 그릇이나 팔렸다. 평일에는 200그릇, 주말에는 100그릇이 평균인데 이날은 인근 병원 개업식 때문에 80그릇이 불어났다. 인근 백화점에 구두를 사러 왔다 우연히 이천손국시를 찾은 박혜진(23ㆍ여 ㆍ달서구 이곡동)씨는 "손님이 북적대서 들어와 봤는데 맛이 소문난 맛집 못지않다"며 "친구들과 또 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구시니어클럽은 2006년 이 건물을 임대, 재활용 나눔가게와 세차장, 전파상 등 행복한 노인일터로 운영하다 이달부터 리모델링을 거쳐 이천손국시로 문을 열었다. 대구남구시니어클럽이 펼치고 있는 노인일자리 사업은 '햇빛촌 떡방'과 '행복한 나눔가게', '해피데이 꽃집', '실버택배', '스팀세차' 등 다양하다.
권재근(31) 대구남구시니어클럽 팀장은 "할머니들이 의욕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덕에 손님이 붐비고 있다"며 "음식점이 잘 되면 분점도 개설해 노인들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김광원 M+한국기자
'스타화보 VM' 무료다운받기 [**8253+NATE 또는 통화]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