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매수 심리 제동걸기

2009. 9. 4.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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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결국 금융규제 카드를 꺼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지역을 확대해 직접 돈줄을 조이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투자심리를 한풀 꺾는 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돈이 줄어들기 때문에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집값 급등세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DTI 적용을 받고 있는 강남 3구 부동산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기 어렵고, 의도와는 달리 자금력이 부족한 서민층의 내집 마련을 어렵게 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LTV 규제 보다 훨씬 직접적"

= 소득이 5000만원인 직장인이 서울 비투기지역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살 경우 이자율을 5.29%로 가정하면 지금까지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50%만 적용받아 집값의 50%를 대출받을 수 있지만 DTI가 적용되면 대출 가능 금액이 크게 줄어든다. 6억원짜리 집을 살 경우 지금까지는 3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2억9155만원밖에 빌릴 수 없다. 9억원짜리 집을 살 경우에는 종전(4억5000만원)에 비해 2억610만원이나 줄어든 2억4390만원밖에 빌릴 수 없다.

박원갑 부동산일번지 대표는 "DTI 규제는 LTV 규제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강력한 규제책"이라며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기능 활성화라는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기조가 본격적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도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갖고 있던 수요자들의 매수심리에 제동을 걸어주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급격한 집값 상승세를 둔화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최근 집값이 급등한 서울 강동구, 목동, 경기도 과천 등 강남 3구를 제외한 부동산 시장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강남보다는 싸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서울의 옐로칩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강동지역이 타격이 크고, 상품별로는 재건축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급 불균형 단기간에 해결 어려워

= 전문가들은 그러나 DTI 규제 강화가 곧바로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단기적인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공급이 늘지 않는 한 수요를 진정시키는 것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희선 전무는 "공급 문제를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정부로서는 주택 수요자들이 추격매수에 올인하지 않도록 금융규제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강동구나 목동 등 비투기지역 가운데 집값이 급등한 지역은 타격이 있겠지만 강남 3구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 팀장도 "수급 불균형을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고 전세금 상승이 확산되고 있어 3~4개월 후 집값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강남권의 경우 매물이 많지 않아 가격 급락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신규분양 시장은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박원갑 대표는 "강남 3구나 버블세븐 지역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특히 집단대출은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보금자리주택, 청라, 송도, 광교, 별내, 삼송 등 유망 분양 지역의 청약 경쟁률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소득 근로자ㆍ자영업자 타격 우려

=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시장이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집값을 크게 떨어뜨리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오히려 일률적인 규제 영향으로 버블세븐 지역보다는 비핵심ㆍ외곽지역 집값만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대표는 "강동 목동 등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에서는 투자가 주춤해질 수 있겠지만 거꾸로 강남이 수혜를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규제가 강남 3구에만 집중됐지만 다른 서울ㆍ수도권과 조건이 비슷해지면 아예 강남으로 가겠다는 수요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갑 대표도 "소득증빙이 쉽지 않은 자영업자, 자금력이 달리는 서민들이나 수도권 외곽지역 주민들이 내집을 마련하기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서울 강북지역이나 경기 북부지역 등 시장은 지금보다 더 움츠러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이번 조치가 투자심리를 어느 정도는 위축시킬 수 있지만 버블세븐 지역에서는 집값 하락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의도와 달리 자금력이 달리는 서민들, 수도권 외곽 지역 주민들의 내집 마련만 더 어려워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도 지역에 따라 선별적인 규제를 가해야 하는데 일률적인 접근을 한 점이 아쉽다"며 "집값을 안정시켜야 하는 지역에선 효과를 못 보고 이제 막 부동산 거래가 살아나려는 지역은 다시 죽이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은아 기자 / 김선걸 기자 / 이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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