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오스타]선곡도 원고도 직접..명반 빛내는 '클래식 감별사'

2009. 8. 2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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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잡지 기자때 게스트 인연 '11년차 DJ'

탁월한 선곡표 조회수도 1위

20분 넘는 곡 全曲 방송 콘셉트로 유명

명반에도 거짓정보 있으면 '쓴소리'

공중파 3사 중 유일한 클래식 라디오 채널 KBS 1FM(93.1MHz)의 존재감은 특별하다. 차분하고 우아하고 품격 있는 진행자의 음성, 웅장한 클래식 선율이 떠오른다.

여타 음악ㆍ오락 프로그램처럼 톡톡 튀는 스타급 DJ는 없다. 그래서 클래식계 '라디오 스타'를 찾는 것은 숨은 보석을 찾는 작업이다. 하지만 분명 진주는 있다. 클래식 채널을 오랫동안 들어온 이들은 입을 모아 한 사람을 추천한다. 바로 '명연주 명음반'(오후 2시~3시54분)의 정만섭 DJ다.

▶클래식 FM의 숨은 라디오 스타…'소리 없이 강하다'

정만섭 씨는 17년 전 '어쩌다 보니' 라디오와 인연이 닿았다. 클래식 음악 잡지의 기자와 편집장을 역임했던 그는 명음반을 소개해주는 코너의 게스트로 방송을 시작한 후 2000년에 KBS 1FM '실황음악회'의 DJ석을 차지했다. 이후 정통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으로 정평이 난 '명연주 명음반'을 진행해온 11년차 베테랑 DJ가 됐다.

'명연주 명음반'은 가장 '클래식다운' 방송이다. 클래식 채널의 존재 당위성을 설명해주는 '간판 프로'다.

"전문 MC 프로그램이라, 원맨쇼나 마찬가지죠. 선곡도 제가 하고 원고도 직접 씁니다." 매일 녹음방송도 아닌 생방송인데, 원고 없이 멘트를 하는 경우도 많다. "곡을 듣고 곡에 대한 배경설명이나 정보를 전하는 방식이라, 떨리거나 말실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책 읽듯 하는 것보다 말하듯 이야기 들려주는 거라 더 자연스럽고요."

▶명선곡으로 입소문, 클래식 마니아들 사이에선 1등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이 클래식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이유는 말 그대로 '명연주 명음반'을 정씨의 탁월한 안목으로 골라서 들려주기 때문. 이 프로그램의 선곡표 조회 수는 클래식 FM 프로그램 중 1위다.

"언젠가 남산을 끼고 내려오는 좌석버스를 탔는데, 제 방송이 나오더라고요. 가을이고 단풍이 들어 경치가 아름다운 때였는데, 장난기가 발동해서 기사분께 '뭐 이런 걸 다 틀어놓으시나요?' 하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아니 이 프로그램이 (남산) 경치, 이 코스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인 줄 아냐'고 하시더라고요. 여기 왔던 사람들의 얼굴 표정과도 참 잘 어울리고, 좋은 영화 배경음악 같아 즐겨 듣는다 하셨을 때 상당히 보람을 느꼈죠."

선곡은 철저히 그의 몫이지만 최대한 객관화하려 노력한다. "좋은 곡을 명반의 연주로 들려주는 것이 핵심이죠. 좋은 곡도 중요하지만 좋은 연주가 담긴 음반을 선별하는 데 공을 들여요."

그가 명반을 고르는 기준 또한 명확하다. 일단 연주가 좋아야 하는 것은 기본, 음질이며 역사적 가치 또한 감안해야 한다.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1위를 했을 때, 유례없는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았어요. 그때 실황 리코딩은 음질도 열악하고 연주도 실황이라 약간의 실수가 있지만 그렇더라도 그건 역사적으로 한 획을 그은 사건이기에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명반으로 분류되죠."

하지만 때론 명반에 대한 거짓된 정보가 있는 경우, '그건 말이 안 된다'며 목소리 높여 비판한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중에 명반으로 인정되는 유명 앨범이 있거든요. 근데 실제로 들어보면 그렇지 않아요. 일본으로부터 명반 가이드를 들여와 번역하면서, 그들의 시각을 고스란히 받아들였기 때문이죠. 객관화가 안 된 자료를 바로잡아 주는 것도 진행자가 할 일입니다."

▶1시간 50분짜리 곡도 트는 전곡 방송 프로그램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이 유명한 것은 바로 전곡 방송 콘셉트 때문. 20분은 기본으로 넘는 곡을 중간에 자르지 않고 전곡을 다 들려주는 것은 클래식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너무도 감사한 일이다.

1시간 54분 방송 내내 보통 5곡 정도가 나간다. 그중 2~3곡 정도는 30분이 넘는 곡들이다. 그렇다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쩔 땐 7~8분가량의 긴 해설을 풀어내고, 다른 곡들도 중간중간 간략한 코멘트 2~3분 정도는 붙여준다. 주로 그의 머릿속에 정돈된 음악 지식, 관련 에피소드 등을 차분하게 전한다.

남들은 음악평론가, 음악 칼럼니스트 등의 직함을 그의 이름 석 자 앞에 붙이지만 그는 "음악평론가라는 타이틀이 너무 싫다"고 말한다. 대신 그가 "진짜 붙이고 싶은 타이틀은 음악애호가"라고 했다. 그는 또 "음악이 좋아서 남들보다 조금 더 들은 것으로,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만약 전해주기 위해 음악을 분석하고 비판하느라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못 듣는 상황이 되고 싶진 않다. 내가 즐겨야 소개도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그것을 대하는 최고의 미덕은 바로 쿨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곡이 끝나고 '아, 여러분 정말 좋지 않습니까?'라는 격앙된 멘트도 가능하지만,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고 '연주 참 좋습니다' 정도로 갈음하죠. 말 한마디로 그 느낌을 대체하지 말고, 음악을 들려주는 일이 낫다는 생각입니다."

그는 무엇보다 방송과 청취자 간 여러 형태의 교감에서 일상의 감동을 느낀다고 전했다. ▶클래식 대중화? 메뚜기들만 양성 말고 정공법으로 뚫어야클래식의 대중화라는 이름으로 크로스오버가 강조되고 있는 분위기 속에 정통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DJ의 소명의식도 남달랐다. 그는 딱 잘라 "클래식 음악과 대중성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 클래식을 접하다 마는 메뚜기들만 양성하지 말고 정공법으로 뚫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클래식을 대중화시킨다면서, 상업적으로 변질돼 음악마저 쉬워지는 경우가 있죠. 이를테면, 클래식의 하향평준화라고 봐요. 고전음악 중에서도 베토벤 운명교향곡 1악장,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같은 곡들, 메탈리카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강렬한 곡이죠. 소품이나 크로스오버 곡 말고, 그야말로 정공법으로 정통 클래식에 대한 관심을 뚫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BS 클래식FM 장옥님 팀장(EP)이 본 DJ 정만섭

클래식 음악 쪽 전문가는 음악 전공자와 비전공자로 나뉘는데, 그는 후자에 속한다. 솔직히 비전공자가 방송을 진행한다면, '클래식 음악을 제대로 알고나 하는 걸까' 하는 의혹의 시선을 갖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선입견을 100% 깨부수는 내공 있는 진행자다. 음악 전공자의 틀에 박힌 시각이 아닌, 음악 애호가들이 가지는 순수함과 클래식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 특히 본인이 직접 일본에 가서 음반을 구해오고, 그것을 트는 정성과 열정은 정말 높게 산다.

▶첫 방송의 기억은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하나 싶었다. 유리로 된 스튜디오에 혼자 앉아 있는데, 모두 밖에서 쳐다보고 있으니 마치 옷을 홀라당 벗고 있는 느낌.

▶온에어 시 버릇

곡 나갈 때 최대한 크게 틀어놓고 감상한다. 잡음 하나 새들어오지 않는 공간에서 쩌렁쩌렁한 볼륨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 라디오 DJ의 가장 큰 매력이다.

▶가장 아찔했던 순간

실컷 곡 설명하고 기대를 부풀린 다음에 "꼭 들으시고 놓치지 마십시오" 했는데, 다른 곡 나갈 때. 웬만한 곡은 한번 틀면 30분이니까 바로 내리고 사과멘트 한다.

▶라디오는 000이다

차가운 생수병. 마시면 시원하고 뒤끝 없고 값도 싸다. 무엇보다 먹고 싶으면 꼭 먹어야 하는 필수품이니까.

조민선 기자/bonjod@heraldm.com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m.com[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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