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갈등 벗어나 관용사회로 가자

2009. 8. 1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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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획일적 사고 버리고 다문화ㆍ다국적ㆍ다민족 존중하는 사회분위기로 재도약 기틀 다져야"

정치권의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광복 64주년을 맞았다. 여당과 야당은 첨예한 정치적 이해의 대립으로 극한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의 기본기인 타협과 협상 능력도 갖추지 못한 아마추어 정치인들만 넘쳐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를 대신해서 사회 문제를 풀어달라고 뽑아 놓은 정치인들이 사사건건 대립하고 반목하기 때문에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너무 크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우리나라 경쟁력 평가에서 정치에 가장 낮은 점수를 주는지도 모른다.

이제 21세기에 진입한 지도 10년이 다 되어간다.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 갈등사회를 관용사회로 바꾸는 방법을 체득하는 게 아닐까 한다. 더 이상 단일 민족, 운명 공동체, 집단 이익, 총화 단결, 결사 항쟁 등과 같은 획일적이고 극단적인 구호를 남발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다양성과 유연성을 전제로 해서 사회문제를 풀어야 하고, 선명성보다는 포용성이 더 나은 가치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예일대 법대 교수인 에이미 추아 교수는 '제국의 미래'라는 최근 저서에서 역사상 세계를 제패한 나라들의 공통점을 분석했다. 추아 교수가 본 몽골, 중국, 로마, 스페인, 영국, 네덜란드, 그리고 미국에 이르기까지 제국을 이루었던 나라들의 공통점은 바로 관용이었다. 칭기즈칸은 점령한 도시 안에 한 번도 머물지 않고 성 밖에 몽골식 천막인 겔을 세우고 그곳에서 생활했으며 점령지 백성들의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당나라도 다양한 이민족의 문화를 받아들여 문화를 꽃피웠고, 당시 관직에 등용된 신라인만도 수천 명에 달했다. 로마도 이방인들에게 로마시민권을 부여하고, 기독교를 받아들였으며, 스페인도 이슬람 문명이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는 관용을 보였다.

유럽에서 유대인 박해가 시작될 때 이들을 받아들인 네덜란드는 20배나 국력이 컸던 프랑스를 쉽게 추격하고 더 빨리 제국의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계 미국인 2세로서 성공한 추아 교수가 볼 때 미국의 성공은 이민자들을 포용하고 이들에게 자유와 기회의 땅을 제공한 관용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모든 제국의 쇠퇴는 제국의 번영과 함께 찾아오는 제국의 자존심과 배타성에 기인한다. 제국의 우월성에 도취되어 순수성과 동질성을 찾으려 할 때 사회적 균열과 갈등이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양성을 무시하고 획일적인 기준으로 사회를 강압적으로 통치하게 될 때 제국의 몰락은 시작된다는 것이 역사적 진실이다.

추아 교수나 미국 지성인들이 부시 대통령 시절 미국의 우월주의적 세계 전략에 우려를 표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제는 우리도 다양성과 관용의 지혜를 습득해야 할 때다. 정치권이나 노사관계뿐 아니라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관용의 덕이 필요한 때다. 세계 12위 경제대국으로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이민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문호도 활짝 개방되어야 한다.

외국인 등록 수가 100만명을 넘었다는 통계가 발표되었고, 독일인에서 귀화한 이참 씨가 관광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제 저출산으로 인구의 감소를 걱정하기보다 다국적을 인정하는 관용의 사회가 되어 시장규모를 키워야 한다.

저임금 노동자를 받아들여 불법체류자를 양산하기보다는 고학력자를 받아들여 우리의 인적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를 기회의 땅으로 알고 찾아오는 전 세계 이민자들에게 그들의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한국 국적을 부여할 수 있는 관용의 국가가 되어야 한다. 다국적을 인정하는 나라들의 포용성과 관용에서 나오는 국제경쟁력에 주목해야 한다. 외향적인 국제화뿐 아니라 다문화와 다민족과 다국적의 다양성이 받아들여지는 우리나라가 되어야 21세기 또 한번 도약하는 기적의 한국이 될 것이다.

[염재호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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