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pan]가전·자동차에 '신바람'..수요 '빵빵' - 정부 보조금 덕에 한숨돌린 내수

2009. 8. 1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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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최대 가전회사인 파나소닉은 국내 가전제품부문의 매출이 당초 예상치인 6400억 엔(약 8조30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최근 발표했다. 파나소닉의 가전제품부문은 지난해에도 4개 사업부문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분야다.

파나소닉의 국내 마케팅부문 준 이시 대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7월부터 9월까지 석 달 동안이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날씨가 더워지면 냉장고와 에어컨에서 매출 증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파나소닉의 가전부문이 잘나가고 있는 것은 일본 정부가 친환경 가전제품 구입 때 인센티브를 주는 '에코 포인트' 제도를 도입한 게 큰 힘이 됐다.

일본 경제가 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에코 포인트 제도, 자동차 기업들은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으로 매출이 늘고 있다. 그동안 수출 부진과 함께 극심한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가전업체들과 자동차 기업들이 정부의 직접적 부양에 힘입어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에코 포인트로 가전 매출 쑥쑥= 친환경 전자제품을 사면 구입 가격의 일정액을 되돌려주는 '에코 포인트 제도'로 인해 일본 가전업체들이 오랜만에 밝은 표정이다. 지난 5월 일본 정부가 에코 포인트 제도를 도입한 후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일본 최대 가전 체인점인 야마다전기는 에코 포인트 제도 시행 직후 절전형 냉장고와 TV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50%, 에어컨은 35%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중 일본 내 영상기기 판매액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2.7% 늘어난 1790억 엔으로 5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영상기기 중에서도 초박형 평면 TV는 지난 6월 판매 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8.5% 늘어나는 등 올 4월부터 3개월 연속 20%대의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에코 포인트 적립이 가장 많은 501리터 이상 대형 냉장고의 6월 판매 대수도 전년 같은 달보다 1.8배 늘어난 7만 대를 기록했다.

국제무역연구원 박기임 수석연구원은 "에코 포인트 제도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에너지 절약 기술을 개발하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일반 소비자들이 거부감 없이 에너지 효율화 운동에 동참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에코 포인트 제도는 정부가 공인한 에너지 고효율 가전제품을 산 소비자에게 구입액의 5~10%를 포인트로 적립해 주고 나중에 현금처럼 쓸 수 있도록 한 일종의 캐시백 서비스다.

예컨대 에너지 절약형 에어컨과 냉장고를 사면 판매가격의 최대 5%에 해당하는 에코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냉방 용량 3.6kW급 에어컨의 에코 포인트는 9000엔, 용량 501리터 이상 냉장고는 1만 엔이다. TV는 판매가격의 10%까지 에코 포인트가 주어진다. 46인치 이상 TV의 포인트는 3만6000엔이나 된다. 신제품 구입과 함께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을 반납하면 재활용 포인트 3000~5000엔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총 3000억 엔을 투입해 이 제도를 시행 중이다.

적용 대상은 에어컨과 냉장고 TV 등 3개 품목이다. 현재 시판되는 제품 중 에너지 절약 성능이 4등급(별표 4개) 이상인 2000여 개 제품이 에코 포인트 대상으로 인정받았다. 일본의 에너지 절약 4등급은 한국에선 에너지 소비효율 2등급 이상의 고효율 제품이다. 적립된 에코 포인트는 2012년 3월까지 열차 승차권과 에너지 절약형 제품 등을 구입할 때 현금처럼 쓸 수 있다.

반면 에코 포인트가 적용되지 않는 음향기기 등 일부 가전은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에코 포인트가 적용되는 품목이 적은 CD 플레이어 등 음향기기는 여전히 판매가 부진하다. 또 신차 판매가 저조해 자동차에 들어가는 DVD 플레이어 등 전자기기는 오히려 판매가 줄고 있다.

◇신차 시장은 하이브리드카 '견인'= 일본 정부의 정책 혜택은 자동차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본 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경차를 제외한 일본 내 신차 판매량은 24만3342대로 전년 동월 대비 13.5% 감소했다. 이는 4월 28%, 5월 19%에 달했던 감소 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일반 승용차 판매량은 10만809대로 전년 동월 대비 19% 줄어든데 비해 소형차 판매는 11만9027대로 9.8%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는 최근 판매를 시작한 혼다의 인사이트와 도요타자동차의 신형 프리우스 등 하이브리드카가 정부의 감세 조치 등으로 판매 호조를 보인데 따른 것이다. 지난 4월부터 실시된 일본 정부의 자동차 세제 인하와 5월 19일부터 시작된 친환경차 보조금 등이 약효를 발휘한 것이다. 일본 정부의 세제 지원과 보조금을 모두 받으면 새 차를 사는 소비자들은 최대 40만 엔(약 520만 원) 정도 싸게 차를 살 수 있다.

업체별로는 도요타의 경우 지난 4월과 5월 각각 32%와 23%의 판매 감소를 보였으나 신형 프리우스의 인기로 6월에는 감소 폭이 9%에 그쳤다. 혼다는 인사이트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6월 중 9%의 증가세를 보였다. 마쓰다도 최근 신형 모델 판매 호조로 판매가 2% 이상 늘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지난 5월 신차 판매가 14%나 감소한 뒤 4%까지 감소세가 둔화됐다. 반면 하이브리드카를 판매하지 않은 닛산은 5월 9%에서 6월 19%로 판매 감소 폭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판매와 수출 급감으로 대규모 감산에 돌입했던 도요타자동차가 하이브리드카 등의 증산을 위해 국내 3개 공장에서 7월부터 휴일 출근을 재개했다. 도요타가 일본 내 공장의 휴일 생산을 재개하기는 감산이 본격화된 지난해 말 이후 처음이다.

휴일 생산을 재개하는 곳은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를 생산하는 아이치현 도요타시와 가리야시의 공장 및 고급 미니밴의 차체를 생산하는 미에현 이나베시 공장 등 3개 공장이다. 지난 5월의 신형 프리우스 판매는 가격 인하와 친환경차에 대한 감세 등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주문이 20만 대에 달하고 있어 납품까지 8개월 정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에코 포인트 제도나 친환경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침체된 일본의 개인 소비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발표한 7월의 월례 경제보고에서 경기 기조 판단을 상향 조정했다. 일본 정부는 6월에 경기 기조 판단을 "일부에서 회복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표현했지만 7월에는 "최근 들어 회복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로 한 단계 격상했다.

일본 정부가 경기 기조 판단을 상향 조정한 것은 지난 5월 이후 3개월 연속이다. 기업의 생산과 수출이 회복되고 있는 데다 정부의 경기 대책에 힘입어 개인 소비에서도 회복 조짐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그 주요한 이유 중 하나로 에코 포인트제에 따른 가전 판매 증가와 보조금 지급과 감세로 인한 신차 판매 회복 효과를 제시했다.

그러나 고용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어 앞으로 일본의 경기 전망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란 지적도 있다. 5월의 고용 통계에서는 완전 실업률이 5.2%로 전달에 비해 0.2%포인트나 악화됐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현재의 경기 상황이 최악의 침체기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아직은 경기 회복이라고 부를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보조금 약효'가 일본 소비 경기를 앞으로 얼마나 더 견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차병석·한국경제 도쿄 특파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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