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사람들 "10년을 이어온 '100원의 힘'
『※ 연합뉴스가 우리 사회의 그늘지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나눔과 베풂을 묵묵히 실천하는 현장을 찾아갑니다. 티끌의 나눔도, 아주 작은 베풂도 무방합니다. 개인이든 단체든 우리 사회를 사랑과 화합의 정신으로 밝고 따뜻하게 이끄는 귀한 현장이라면 전국 어디서든 사진ㆍ영상 기자와 함께 달려가겠습니다. < 나누는 사람들 > 제보전화 02-398-3350 이메일 nanum@yna.co.kr』
(서울=연합뉴스) 왕지웅 기자 = 빨래를 너는 희만 씨의 담담한 표정 뒤로 재경 씨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윽고 이어지는 산책. 등에 땀이 밸 정도로 더운 날씨지만 잡은 손을 놓지 않습니다.
이들이 처음 인연을 맺은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습니다.
교통사고로 목소리를 잃고 거동마저 불편한 재경 씨에게 희만 씨가 손을 내민 것입니다.
목소리를 잃은 재경 씨가 말하는 것을 싫어할까봐, 그렇게 세상과 멀어질까 염려돼 몸짓과 공책을 이용해 대화를 나눠왔습니다.
(인터뷰) 양재경 (광주시 서구 마륵동)
"김희만 선생님이 내가 사는 방이랑 가전제품들을 다 고쳐주셨다. 또 담석증과 탈장 수술을 두 번이나 도와주셨다. 저 말고도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수입명입니다.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말을 못이어 공책에 적은 내용)"
목소리를 잃은 재경 씨에게 희망을 선물했던 희만씨. 인연의 시작은 100원 짜리 동전이었습니다.
구청 공무원으로 일하던 희만 씨가 생활정보지에 '1일 100원으로 불우이웃 도우실 분' 이라는 이색적인 광고를 냈고 이후 결성된 '100원회' 회원들이 재경 씨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인터뷰) 이명기 (광주시 북구 두암1동)
"이 모임은 100원회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하루에 100원씩을 모은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미처 못 넣는 날도 있어 한 번에 많이 넣을 때도 있지만 좋은 일을 한다는 점이 좋았고 큰 부담이 없어서 우리 가족 6식구 모두가 동참해서 모으고 있다. 이러한 우리 가족의 마음이 불우청소년들이 건전하고 열심히 사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터뷰) 변세민 (광주시 북구 두암1동)
"넣을 때마다 100원 짜리 동전 하나하나에 고운 마음이 들고 뿌듯한 마음도 생겨 자꾸만 넣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 정신옥 (광주시 북구 용봉동)
"100원짜리 동전이 굴러다니면 애들도 안 줍고 받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돈이 많이 모여서 매년 어려운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장학금을 줄 수 있다는 데에 뿌듯함을 느낀다."
(인터뷰) 김희만 회장(100원회 회장)
"전국적으로 약 650명의 회원이 있는데 대부분이 서민층, 본인들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던 분들이 참여를 하고 있다. 유형을 보면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시거나 공공근로 사업장에서 일하시는 분, 날품 파는 공사장에서 일하시는 분처럼 실질적으로 밑바닥부터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이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자는 순수한 취지에서 이루어진 봉사 단체다"
100원짜리 동전을 모아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100원회가 그동안 이루어낸 결실은 기적에 가깝습니다.
재경 씨처럼 장애가 있거나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아준 사례가 수십여 명에 이르며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준 장학금은 총 742명에게 1억155만원이나 됩니다.
또 노인 585명에게 영정사진을 마련해주었으며 외로운 노인들을 수시로 찾아 말벗이 되어주었습니다.
(인터뷰) 장길수 (100원회 총무)
"금액은 적은 숫자지만 100원의 힘으로 영광스런 전달식을 갖게 되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100원회에 참여해서 적극적인 지원과 활동을 해준 회원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정년퇴직 이후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재활용품을 모으고 이를 팔아 기부금에 보태는 희만씨.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이웃을 위해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하다 말합니다.
(인터뷰) 김희만 회장(100원회 회장)
"100원회는 내가 죽을 때까지, 아니 내가 죽더라도 장학회처럼 운영을 해달라고 자식들에게 유언을 해놓았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재활용품을 수집해서 100원회의 기부금에 보태고 있다"
자신들이 전한 사랑이 또 다른 사랑으로 이어질 때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는 100원회 회원들.
적은 돈에 초라하다며 겸손해하는 회원들이지만 이들이 이어온 '100원의 힘'은 이미 많은 가정에 기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왕지웅입니다.
jwwang@yna.co.kr
< 취재 : 신재우 기자.공홍상 VJ 편집 : 왕지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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