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캘리포니아 드림

유병선 논설위원 2009. 7. 23.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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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미국 뉴욕의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다. 일찍 눈을 뜬 무명가수 존 필립스는 아내 미첼을 흔들어 깨워 꿈에서 본 로스앤젤레스(LA) 이야기를 들려주며 노랫말을 쓰고 곡을 만들었다. "나뭇잎은 단풍들고 하늘은 잿빛이네/ 겨울 거리를 거닐었지/ LA라면 따뜻하고 안락했을 텐데/ 이런 겨울날엔 캘리포니아를 꿈꾸네." 존과 미첼이 1965년 LA로 건너가 만든 4인조 그룹 '마마스 앤드 파파스'의 데뷔곡이자 대표작인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g)은 이렇게 세상에 나왔고, 세상 사람들의 꿈을 그렇게 흔들어왔다.

인기와 LA생활이 아내 미첼과 갈라서게 했지만 존은 캘리포니아에 더 취해갔다. 1967년 존은 캘리포니아 꿈의 완결판이라고 할 노래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를 만들어 스콧 매킨지에게 준다. "샌프란시스코에 가면/잊지 말고 머리에 꽃을 꽂아요.(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 이 노래는 새로운 문화와 삶을 찾던 젊은 베이비부머들을 달뜨게 만들었고, 샌프란시스코는 히피의 성지이자 베트남전쟁 반대운동의 중심이 됐다.

40여년이 흐른 지금 노래만 남고 캘리포니아 드림은 깨지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큰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파산 일보직전이다. 돈이 나갈 구멍은 큰데 들어올 구멍은 쪼그라든 탓이다. 고작 내놓은 해법이 돈 나갈 구멍 줄이기다. 교육비에서 90억달러, 빈곤층 의료지원비에서 13억달러씩 뭉텅 잘릴 판이다. 늘려도 시원치 않은데 교육·복지 예산을 줄이겠다니 캘리포니아 주민들에겐 현실이 악몽이나 다름없어졌다. 요즘 같아선 샌프란시스코를 찾더라도 머리에 꽃을 얹을 기분은 나지 않을 듯싶다.

'캘리포니아 드리밍'이 쓰여지던 미국에선 냉전의 좌우를 모두 비판하는 신좌파 운동이 달아올랐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선 히피의 노래였지만 유럽에선 꽃을 든 혁명의 노래이자 자유의 찬가였다. 1968년 봄 체코의 프라하 봉기 때 시위대가 소련 진압군을 향해 불렀던 노래가 '샌프란시스코'다. 20세기 한때 캘리포니아는 자유와 평화의 이상향이었다. 그런 캘리포니아의 꿈길이 닫히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곤경이 아메리칸 드림의 만가(輓歌)이자 21세기의 실낙원(失樂園)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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