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의도적 귀인 오류 / 김지석

2009. 7. 1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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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피델 카스트로 쿠바 지도자에 대한 글을 사람들에게 읽히고 글쓴이들의 친·반 카스트로 성향을 평가하게 했다. 그랬더니 대부분 글 내용보다 강한 평가를 내렸다. 다음에는 글쓴이들이 추첨으로 정해진 입장에 따라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는 정보를 제공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상황의 제약을 간과하고 글 내용에 맞춰 글쓴이 성향을 판단했다. 미국 심리학자 에드워드 존스와 키스 데이비스의 1967년 실험 결과다.

이렇게 상황보다 개인의 특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근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고 한다. 어떤 일이 생길 때 냉철하게 상황을 따져보기보다는 초점이 되는 특정인의 특성 탓으로 돌리려는 심리다. 이와는 반대로 스스로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자신의 책임보다 불가피한 상황을 거론하는 경우가 흔하다. 행위자-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이다.

근본적 귀인 오류 심리는 여론조작에 활용되기 쉽다. 과거 조지 부시 전 미국 정부가 이라크 침공을 위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악으로 몰아붙인 것이 단적인 보기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제조·확산 여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에 앞서 후세인의 사악한 의도를 부각시켜 국민을 오도한 것이다.

최근의 디도스 사이버 공격과 관련해 국정원이 초반부터 북한배후설을 퍼뜨린 것도 비슷한 사례다. 큰일이 닥친 뒤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정확한 원인을 찾기보다는, 나쁜 의도를 가진 누군가에게 빨리 책임을 묻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악용한 것이다. 속셈이 빤히 들여다보인다는 점에서 '의도적 귀인 오류'라고 할 수 있다. 북한과 관련된 의혹은 반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까지 충분히 고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격의 진원지가 영국에 있는 컴퓨터로 확인됨으로써 국정원의 주장은 더 취약해지고 있다.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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