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틱아트]결박당한 육체.. 쾌락은 절정을 치닿고

2009. 7. 1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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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본디지 예술의 거장 유키무라

"밧줄로 인체구속은 무한자유" 역설

佛 아르테TV서 다큐로 방영

2008년 11월 23일 밤 12시 30분. '본디지 예술'의 거장 중 한 명인 유키무라 센세이(Yukimura Sensei)가 한 누드 여성을 천천히 그러면서도 에로틱하게 결박하는 장면이 프랑스 아르테 방송을 통해 방영됐다.

일본에서는 본디지를 '시바리(縛り)'라 부른다. 묶는 기술이란 뜻이다. 일본에서 밧줄의 전통은 멀리 거슬러 올라간다. 신도(神道) 전통에서는 신성한 공간에 경계를 표시하는 데 밧줄이 사용됐다. 사원이나 교회를 건축하는 대신 일본인들은 신들이 '거주한다'고 생각되는 돌이나 나무 주변을 밧줄로 묶었다.

방송에서는 마치 신성한 존재에 사로잡힌 듯 여성이 낯선 의식(儀式)의 대상으로 자신의 몸을 제공하면서 결박당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내밀한 의식을 직접 목격했던 프랑스 영화감독 자비에르 브리야(Xavier Brillat)는 완벽하게 절제된 수단들을 통해 에로틱한 긴장감으로 충만한 장면을 영상으로 남기는 데 성공했다. 온종일 걸린 유키무라가 나나찬(Nana-chan)이란 여성을 결박하는 모습을 38분짜리 영상물로 제작한 것이다. 다양한 포즈의 나나찬은 영화 분위기를 고도의 성적 긴장감 속으로 서서히 몰아넣는다.

자비에르는 "정신과 의사를 만나러 가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결박당하는 방식을 택하는 사람들도 있지요"라고 설명한다. 젊은 일본여성 나나찬은 결박을 통해 절정의 쾌락을 맛본다. 우선 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은 상태에서 유키무라가 자신의 몸을 건드리는 데 수동적으로 반응한다. 맨발에 유카타를 걸친 유키무라는 꿈 꾸듯 밧줄을 다룬다.

먼저 정원에서 옷을 입은 상태의 나나찬을 묶는다. 그런 다음 처마 밑으로 그녀를 데리고 가 혼란스러운 포즈를 취하게 한 후 다시 결박한다. 젊은 여성의 가면이 벗겨지는 동안 밧줄은 나나찬의 가슴과 둔부 사이를 지나간다. 나나찬은 숨을 토하고, 미세하게 요동치면서 몸을 떤다. 유키무라는 일종의 무거운 열기를 느끼며 콧바람을 내쉰다. 그 다음 휴식의 순간이 도래한다. 허공으로 올라간 나나찬, 문자 그대로 밧줄에 묶인 고치 형태로 황홀경에 빠진 나나찬은 단념한 표정이다. 자비에르 역시 카메라 뒤에서 환희를 맛본다.

자비에르는 "나는 정지된 순간을 느끼기를 원했어요. 다시 말해 땅과 접촉하지 않은 무중력 상태의 나나찬을 말이에요. 내가 처음 유키무라를 만났을 때 하늘의 별 외에 순수한 현재 상태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시간과 공간 속에 위치해 있으나 그 어떤 구속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상태 말이죠. 절대적인 정지라고나 할까요? 유키무라는 10여년 전부터 이런 종류의 퍼포먼스를 더 이상 행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그걸 보여준 겁니다. 마치 선물과도 같았지요"라고 설명했다.

거장이 구현한 본디지 중 일부는 '키코나와(거북이 등껍질)' 혹은 '히시나와(마름모꼴 형태의 결박)'처럼 전통적인 결박 방식이다. 일종의 인체 조각이다.

"유키무라는 자신의 기술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느낌을 따라가며 개인적 재능과 '역사적' 지식을 입증하면서 그는 본디지를 구사했습니다. 어느 날 유키무라는 자신이 2000명 이상의 여성들을 결박했다고 털어놓았어요. 내가 이 다큐멘터리를 촬영했을 때 이미 나나찬은 8년 전부터 본디지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유키무라에게는 두 번째 포박이었지요. 나나찬은 자신이 영화 속 모델로 선택됐다는 사실을 아주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아주 감동을 받았지요. 촬영은 도쿄 서북쪽으로 2시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야마시나의 한 료칸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일본 가옥의 전통 장식 속에서, 그리고 오직 여름 한철을 살다가는 매미 소리와 자신의 숨소리만이 적막을 깨트리는 종교적 침묵 속에서 유키무라는 젊은 여성의 고동치는 몸에 달려들어 밧줄로 그녀의 몸을 주조한다. 그는 나나찬을 접었다 펴고, 사지를 벌리게 하며, 저항할 수 없게 관능적으로 그녀를 조각한다. 자비에르는 이를 인생을 통해 서로를 배워가는 것처럼 본디지를 통한 상호 학습이라고 말한다.

실습이 끝날 때쯤 밤이 찾아온다. 기진맥진 녹초가 된 나나찬은 남자가 자신의 기대치를 넘어 만족시켜준 여성의 모습을 닮아있다. 떨리는 가슴과 무아지경의 시선을 한 벗은 몸의 나나찬은 천사와도 같다. 역설적이게도, 밧줄로 인한 구속이 자유와 다름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듯이. 시바리가 영혼의 문을 강제로 열어버린 것이다. 에로틱한 본디지 행위 속에는 거의 영적인 단념의 형태가 발견된다.

영화 '하루키 유키무라와 나나찬'은 아르테의 '천창(天窓)'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2008년 11월 23일 방영됐다.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자비에르 브리야가 제작한 이 영화는 블락 아웃(Blaq Out) 사가 출시한 영화 '데스트릭티드' DVD에 보너스로 들어가 있다.

▲유키무라 눈으로 바라본 시바리 시범

"날씨가 덥고 축축했다. 미동도 않은 채 나는 땀을 흘려댔다. 정원 나뭇잎들의 짙은 녹색이 태양빛에 반짝거리며 우리의 망막을 자극한다. 모습을 바꾸고 옛날 의상으로 갈아입은 나나찬이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두 팔, 뺨과 목의 창백함에 녹색 그늘이 진다. 정원 쪽으로 난 창문 틈 속에 나는 그녀를 정지시키고 엉덩이를 벌리게 한다. 밧줄이 나나찬 육체 속으로 들어간다. 그녀는 자신의 유두가 흥분한 모습을 몰래 바라보면서 부끄러워하고 불편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오늘 당신이 결박하는 걸 거부하려 했어요." 우리가 이곳까지 타고 온 자동차 안에서 그녀가 내게 속삭였던 말이다. 이 말이 나를 들뜨게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자비에르는 카메라 파인더를 통해 우리가 긴장감을 나누는 모습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추적했다. 내가 그녀를 묶을수록 나는 열기를 느꼈다. 나는 나나찬의 하얀 속옷을 벗긴 후 그녀 엉덩이를 견고하게 묶었다. 오른쪽, 왼쪽으로 흔들리거나 마치 '단말마의 고통'을 치르는 듯이 정지한 그 엉덩이가 얼마나 예뻤는지. 내가 그녀를 해방시키자 그녀는 내 무릎을 베개 삼아 자신의 몸을 기댔다. 쾌락으로 몽롱한 나나찬의 시선은 먼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 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 '대중종합경제지'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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