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650i로 서울~이천을 질주했더니..

김정환 2009. 6. 3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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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환의 드라이빙 다이어리지난 20년간 거의 매일 운전을 하고, 수년 간 자동차를 담당하면서 국내외 명차들을 두루 섭렵했다. 그럼에도 한 눈에 사로 잡힌 차가 BMW의 4인승 럭셔리 컨버터블 '650i'다.

상어를 빼닮은 카리스마 넘치는 앞 얼굴, 금방이라도 달려나갈 듯한 역동적인 옆 모습, 그리고 화룡점정 격인 뒤태는 큼직한 체구가 주는 당당함과 어우러지며 대가의 조각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차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나지막하면서도 강렬하게 들려오는 '부르릉' 엔진 소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 야수의 질주본능을 자극하는 듯하다.

톱을 오픈하려고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스위치를 눌렀다. 원터치가 아니기 때문에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하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수동 조작이 필수였던 과거의 컨버터블과 비교해보자. 격세지감이다.

설레며 25초를 기다리자 하늘과 운전자 사이에 장애물은 아무 것도 없었다.대로로 나갔다. 쏟아지는 뭇 시선들. 몇 년 전보다 서울 시내에 굴러 다니는 컨버터블이 확실히 늘어났지만 쏟아지는 시선들의 무게는 10년 전이나, 1년 전이나, 오늘이나 매한가지다. 서울에서 오픈카를 탈 때 가장 큰 장애물은 대기오염도, 날씨도 아닌 사람들의 시선이라는 얘기가 실감난다.

650i를 몰고 강일 인터체인지를 통해 중부고속도로로 나갔다. 평일 오후의 고속도로는 한적했다. 가속페달에 힘을 줬다. 곧장 반응이온다. 그대로 힘을 더했다. 바로 치고 나갔다. 5.0ℓ V8 엔진이 뿜어내는 최고출력 367마력(@6300rpm), 최대토크50.0Nm(@3400rpm)의 초강력 파워가 여실히 느껴졌다.

속도는 순식간에 100㎞에 도달했다. 제로백(정지에서 시속 100㎞ 도달 시간)이 5.6초에 불과하다는 것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속도계를 보기 위해 시선을 애써 계기판으로 옮길 필요가 없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운전석 바로 앞 창문에 오렌지 컬러 글씨와 그림으로 현재 속도, 내비게이션 방향 등을 죄다 표시해주는 덕이다. 운전자는 전방만 계속 주시하면서 살짝살짝 봐주면 돼 아주 편리하고 안전하다.

질주하는 차량들 사이에서 연속으로 차로를 변경해가며 앞으로 나가는 '칼질 운전'을 시도해봤다. 칼질을 할 때는 신속한 변속과 가속 그리고 핸들링이 생명이다. 이때 650i의 스티어링 휠에 부착된 패들 시프트는 스티어링 휠에서 오른손을 뗄 필요 없이 수동겸용 6단 자동변속기를 효율적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칼질을 멋지게 마친 뒤 그대로 밟아줬다. 180㎞에 육박한다. 아직도 힘이 많이 남았음이 느껴졌다. 좀 더 힘을 가했다. 순식간에 200㎞를 넘어선다. 가공할 질주에 그 어떤 차도 감히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오픈 상태로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아무리 베테랑 운전자라 해도 안전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차에서는 왠지 마음이 놓였다. 속도를 높일수록 땅에 착 달라붙어 달리는 것이 차량의 안정감은 물론, 운전자의 심리적 안정감까지 유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차에 장착된 에어백 시스템, 차선 이탈 경고장치, 액티브 헤드레스트, 바이제논 헤드라이트, 다이내믹 드라이브, DSC(주행안정조절장치), 액티브 스티어링 시스템 등 각종 안전장비에 대한 믿음 또한 오픈 에어링의 짜릿함을 배가시켜주기에 충분하다.

편의 장비도 다채롭다. 한글 K 내비게이션, 크루즈 컨트롤, 버튼 8개가 추가된 i드라이브 컨트롤러, 차 문을 닫을 때 살짝 닫기만 해도 저절로 꼭 닫히는 소프트 클로즈 오토매틱 도어, 햇볕 속 적외선을 반사시켜 시트 표면 온도 상승을 20도 이하로 유지하는 태양광 반사기술, 전·후방 주차 감지센서 등을 기본 장착했다.

다만, 출시된 지 꽤 지난 모델이다 보니 출시 때만 해도 '최첨단'이던 장비들이 이제는 너무 일반적인 것이 돼버려 아쉽다.

목적지인 경기 이천에 도착해 버튼을 눌러 톱을 닫고 내린 뒤 차를 찬찬히 둘러봤다. 650i는 소프트톱(천 지붕) 모델이다. 블랙 컬러 소프트 톱은 어떠한 보디 컬러와도 잘 매치된다.

이 차에 설비된 소프트 톱은 3겹으로 이뤄져 외부 소음을 최소화하며, 톱을 열면 수직 일렬 방향으로 접혀 트렁크 안으로 들어가므로 적재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 아울러 루프 표면이 전자동으로 데워져 겨울철 눈이나 얼음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소프트 톱 컨버터블은 BMW에서는 이 차가 마지막일는지도 모른다. 하드 톱(금속 지붕)을 일찌감치 얹은 경쟁사 메르세데스 벤츠와 달리 소프트 톱을 고수해오던 BMW도 근래 선보인 3시리즈 컨버터블, 뉴Z4 등에서는 하트 톱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훗날 새로 나올 6시리즈 컨버터블 역시 분명히 하드 톱을 장착하고 찾아올 것이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현 650i는 굳이 하드 톱이 아니더라도 1억6880만원(개별소비세 인하적용)이란 가격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사실이다. a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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