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be a woman

2009. 6. 2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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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녀 훔치기 > 와 <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 는 이국적인 배경, 세계적인 감독, 외설스러운 제목 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클래식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도발적인 입술을 가진 전형적인 아메리칸 뷰티가 등장한다는 것.

< 미녀 훔치기 > 의 루시, 리브 타일러

이 매력적인 영화가 국내에서 실패한 이유는 절대적으로 제목 때문이라 생각한다. 10여 년 전, 배급사에서는

'미녀 훔치기'라는 원제목 앞에 '데미지2'라는 의미심장한 타이틀을 붙였다. 제레미 아이언스의 등장을 의식한, 다분히 흥행을 노린 마케팅 전략이다. 줄리엣 비노쉬의 데미지가 크게 성공했음에도 결과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이력에 누가 될 정도의 스코어로 끝나버렸다. 당연하다. 농염하고 센슈얼한 무드를 기대한 관객들은 제대로 낚인 기분일 수밖에! 시놉시스는 열아홉 살의 미국 소녀가 이탈리아 시골 마을을 방문해 마을의 모든 청년을 애태운다는 다소 깜찍한 내용으로, <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 나 < 마지막 황제 > 를 만든 정치적인 성향의 베르톨루치를 떠올리기는 힘들다. 하지만 최고의 촬영 감독 다리우스 콘지가 만들어낸 시에나(Siena)의

아름다운 풍광과 그 어떤 영화에서보다 눈부신 리브 타일러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하다. 자신을 왜 예쁘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무심한 표정의 그녀가 화면을 가득 채울 때면 마치 감독이 '그래, 이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가치 있어!'라고 말하는 듯하다. 소녀에서 여인으로 넘어가는 듯한 리브 타일러는 방금 세수한 것처럼 물기가 배어 있는 피부와 도톰한 장밋빛 입술로 남자들을 미치게 만든다. 체리나 오렌지 톤의 크리미한 립 컬러를 가볍게 두드려 시어하게 연출하며, 섀도 대신 마스카라만 꼼꼼히 발라 또렷한 눈매를 만든다. 베이스는 잡티가 보일 정도로 최대한 얇게 바른 후 워터 미스트로 촉촉함을 더한 것. 드라이 기운 없는 내추럴한 헤어도 그녀를 아름다운 전원 풍경에 어울리게 하는 데 한몫한다. 쓰다보니 패턴은 단순한데 왠지 따라 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너무 괴로워 말자. 다 한때 아니겠는가. 우리도 그때 그 시절엔 예뻤을 것이다.

<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 의 크리스티나, 스칼렛 요한슨

또 제목으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요즘 '막장'이라는 단어가 종종 눈에 띄는데, 이 제목은 정말 막장스럽다는 말 이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 라는 예쁜 어감의 산뜻한 제목을 밀어내고, 3류 에로 비디오에서나 발견될 법한 타이틀을 달아주셨으니 말이다. 아, 어쩌면 요즘 유행하는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이려나. 어쨌거나 유감스러운 제목 따위는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영화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우디 앨런의 수다와 유머는 최고조에 달한 듯하며, 그는 자기 손바닥 안에 있는 뉴욕을 다루듯 바르셀로나를 능수능란하게 요리한다. 마치 홍상수 감독이 파리를 종로처럼, 도빌을 신두리처럼 대하듯 말이다. 또, 이국적인 휴양지의 연애 스토리에 걸맞게 스칼렛 요한슨, 페넬로페 크루즈, 하비에르 바르뎀 같은 이름만 들어도 은밀한 기운이 넘치는 배우들이 등장한다. 특히, 스칼렛 요한슨은 이제 우디 앨런의 뮤즈로 완전히 굳히기에 들어갔는데, 이전의 < 매치포인트 > 나 < 스쿠프 > 의 그녀가 성숙하지만 한편으로 소녀 같은 느낌을 간직하고 있었다면, 이 영화 속 그녀는 온전히 여자처럼 보인다. 눈에 띄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메이크업 스타일도 미묘하게 변했다. 유난히 집착하던 레드 립스틱 대신 예쁜 하트형 입술을 강조할 수 있는 핑크나 로즈 계열 컬러를 바르고, 눈에도 카키나 그레이 같은 톤 다운된 컬러의 크림 섀도로 터치를 넣어 음영을 살려주는 것. 베이스도 예전처럼 무작정 투명보다는 매트 피니시 파운데이션을 살짝 발라 입체적이고 보송보송해 보이는 피부 톤을 연출한다. 아무리 예쁜 스타라도 나이 들수록 그 아름다움이 퇴색하게 마련인데, 어째 스칼렛 요한슨은 예외인 듯하다.

EDITOR JUNG SOO HYUN사진 hong jae 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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