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패신화' 다시 꿈틀

2009. 6. 2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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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주택대출 매달 3조원씩 급증

집값 상승 강북권까지 번져

"또 매수기회 놓칠라" 불안감

서울 강남권에서 시작된 부동산값 상승세가 일부 강북권으로 번지는 등 부동산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평균 3조원씩 늘어나며 사상 최고 수준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DTI) 확대 등 과열을 막기 위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제 막 살아나는 부동산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반발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 "역시 부동산"…불패 신화 부활?

시중에 '부동산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퍼지고,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뭉칫돈들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려들면서, 가격 상승세가 강남권을 넘어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이미 전 고점 대비 90~100% 수준을 회복한 상태다. 서울 양천구 목5동의 ㅅ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4일 "목동아파트의 경우 한때 4억원까지 떨어졌던 89.25㎡형(27평)은 6억5000만원까지, 7억원까지 급매물이 나왔던 115.7㎡형(35평)은 9억~12억원까지 다시 올랐다"고 말했다. 버블세븐뿐 아니라 노원구(동북권 르네상스), 강서구(지하철 9호선 개통), 송파구(제2롯데월드)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은 모두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김진기 국민은행 대치피비(PB)센터 팀장은 "고객들의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며 "금융위기 직후 강남 집값이 30%까지 하락하면서 '부동산 불패 신화'가 시들해졌는데, 올해 들어 전 고점을 회복하자 '역시 부동산'이라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도 부동산 투자 유인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큰손'들뿐 아니라 일반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도 '이러다 또 매수시점을 놓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 부동산 가격이 브이(V)자형으로 반등한 것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에, 자칫 일반 사람들의 심리에도 불이 붙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주택담보대출 사상 최고 수준

과열 조짐은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 20일까지 2조원가량 늘어났다. 월말까지는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금융당국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올해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18조1000억원에 이르는데, 이는 주택경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2006년 하반기 수준(16조8000억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006년에는 대부분 주택구입용이었지만 올해는 생활자금이 많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면서도 "4월부터는 주택구입 용도가 늘어나기 시작해 점점 부동산시장과 연관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1분기까지는 대출을 받아 생활비·사업자금 등으로 쓰거나 다른 빚을 갚는 데 쓴 사람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은행 쪽에서도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회사채로 자금조달을 하고 있고, 중소기업에는 이미 대출이 많이 나간 터라 딱히 돈 굴릴 곳도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요 쪽(고객)과 공급 쪽(은행)이 맞아떨어져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 가격이 같이 움직인다는 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부동산시장의 실탄"이라고 말했다.

■ 정부 "규제하긴 해야 하는데…"

정부는 이런 움직임들을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자칫 부동산이 2006년처럼 폭등할 경우 민심이반 등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 총부채상환비율 확대 등 대출 규제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런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 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 내에서도 부동산 경기에 대한 판단이 다르다"며 "과열 국면으로 가고 있다는 의견과 국지적인 상승일 뿐 전체 시장은 아직 냉랭하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을 내버려뒀다가 과열됐을 경우에도 문제지만, 섣불리 규제를 강화했다가 시장이 완전히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그 또한 낭패"라고 말했다.

정부는 25일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에서 부동산시장 과열에 대한 대책도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장에 '경고' 시그널을 줄 것"이라며 "하지만 강도가 낮은 원론적인 입장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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