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만 평가하는 우리 방식 싫어""한국 대학에선 학문 아닌 인맥 공부""불공정 입시제도 탈피하고 싶어"

2009. 5. 2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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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결과만 평가하는 우리 방식 싫어"

■ 캐나다 유학 원하는 이수경양

"내가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알아주는 그런 교육을 받고 싶어요." 이수경(17·서울)양은 캐나다로 유학을 가고 싶다. 중학교 때 1년 정도 유학을 한 경험이 계기가 됐다. "캐나다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방식이 저랑 되게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이양이 보기에 캐나다에서는 단지 결과만을 놓고 학생을 평가하진 않았다. 캐나다의 선생님들은 그 결과를 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세심하게 물어줬다. "사실 열심히 하는데 결과가 안 나오면 속상하잖아요. 그런데 캐나다에서는 결과가 안 좋아도 내가 열심히 했으면 칭찬을 들을 수 있었거든요. 우리나라는 그게 아니니까. 그게 참 적응이 안 돼요."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싶은 전공도 정해 놨지만 아직 부모님을 설득하지는 못했다. "집안 형편이 좀 어려워졌거든요. 저 혼자 캐나다에 가 있는 것도 부모님은 걱정스러우신 것 같고요. 고등학교 때 못 가더라도 언젠가는 꼭 갈 거예요."

[유학길라집이-영미권] 토론토대 수능성적 인정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등은 언어만 같을 뿐 교육제도가 달라 유학을 준비하는 방법에도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공통점을 꼽는다면 고교를 졸업한 학부 유학생이 장학금을 받는 일이 어렵다는 것이다.

한미교육위원단 유학정보센터(www.fulbright.or.kr) 관계자는 "미국의 주립대는 학부생들한테는 거의 장학금이 없다고 보면 된다"며 "명문대로 꼽히는 학교들은 외국 학생들한테 입학 허가를 줄 때 장학금 지급까지 고려하기 때문에 좀더 수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교육위원단은 유학에 대한 기초적인 상담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누리집에서 예약을 하고 사무실을 방문할 수 있다.

영국은 초·중등교육이 우리와는 달리 13년제라서 고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대학 예비과정인 '파운데이션 코스'(foundation course)를 이수해야 한다. 파운데이션 코스는 대개 외국 학생들이 입학을 하므로 장학금을 따로 주지 않는다. 김태훈 스쿨가이드 런던사무소 실장은 "학부 유학생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대학에 입학한 뒤 영국 학생들과 똑같이 경쟁해서 성적 장학금을 받는 정도"라고 말했다. 영국 대학에 입학할 때는 고교 내신 성적과 영어 성적, 그리고 파운데이션 코스 성적이 반영된다. 국제고나 외국어고 등 특목고 졸업생은 바로 대학 학부 과정에 입학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있다. 일반계고를 졸업한 뒤 대학에 다닌 경우에도 파운데이션 코스가 면제된다. 영국 대학입학 공동관리위원회(www.ucas.com)를 통해 학교와 학과, 유학 비용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원서 접수 역시 이쪽을 통해야 한다.

미국에 견줬을 때 캐나다 학부 유학은 비교적 입학이 수월하다. 대학에 따라 다르지만 토론토대학교 등은 수능 성적을 인정한다. '캐나다 유학·어학연수 스스로 준비하는 모임'(cafe.daum.net/skc67)을 운영하는 강원희씨는 "고교 내신 성적만 확실하면 캐나다 대학 입학은 다른 나라보다는 수월한 편"이라며 "대신 졸업이 아주 어렵기 때문에 한국 유학생들은 졸업이 상대적으로 쉬운 중위권 대학을 골라 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대학에선 학문 아닌 인맥 공부"

■ 일본 유학 가는 박성수씨

박성수(20·인천)씨는 아주 어릴 때부터 유학을 꿈꿨다.

"어릴 때 과학책을 주로 읽었는데 유명한 과학자는 외국에 많이 있더라고요. 어렴풋이 나는 외국에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박씨는 결국 올해 일본 교토대 응용물리학과로 유학을 간다.

우리나라와 일본 정부가 각각 50%씩 지원하는 학부 장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용돈을 받으면서 일본에서 공부하게 된 것이다.

"크면서 진짜 학문을 배우려면 우리나라에서는 부족하고 외국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대학 간 친구들 봐도 공부보다는 인맥을 넓힌다면서 소일하는 것 같고요."

어머니 임은주(50)씨는 "성수 동생은 과학고를 나와서 대학에 다니는데 영어로 강의가 안 되는 교수한테 영어 강의를 강요하니 책만 읊다 나간다고 하더라"며 "대학 교육의 질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유학길라집이-일본·중국] 한·일 정부지원 교류 활발

지금 유학을 원하는 고교생들이 가장 수월하게, 그리고 가장 좋은 조건으로 유학을 갈 수 있는 길은 일본에 있다.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공동으로 지원하는 '한·일 공동 이공계 학부 유학생' 프로그램은 학비와 생활비까지 지원한다. 뭣보다 우리말로 시험을 치기 때문에 일본어를 못해도 지원할 수 있다. 유학생으로 선발된 뒤 1년 동안 일본어 연수를 따로 받는다. 해마다 100명 정도를 선발하며 선발 인원의 7.5배수 안에서 시·도 교육청별로 추천할 수 있는 학생 인원이 정해져 있다. 유명근 안산 동산고 해외입학지도담당 교사는 "이공계 장학생이라고 해서 수학·과학 쪽으로 수상 실적이 많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내신 성적 관리를 잘해 온 학생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68명을 추천한 경기도 교육청은 내신 성적 우수자(73명), 전국 연합 학력평가 우수자(73명), 과학고 출신자(10명),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입상자(10명), 검정고시 출신자(2명) 등을 고루 추천했다.

그 밖에도 일본의 와세다대학교는 한국의 고교에서 학교장이 추천한 학생을 따로 뽑는 전형과 우리의 입학사정관 전형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에이오(AO·Admission Officer) 국외입학전형'을 두고 있다.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www.kr.emb-japan.go.jp)에서는 유학과 관련된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 유학을 가는 학생들은 대개 외국인 특별전형을 통해 입학한다. 각 학교가 요구하는 한어수평고시(HSK) 성적을 충족해야 하고 학교나 학과별로 치르는 중국의 역사, 철학, 문학 등에 관한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중국어를 배우는 대외한어과라는 전공을 갈 때는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 '중국 어학연수 유학 스스로 준비모임'(cafe.daum.net/skyblue747)의 김명순씨는 "대외한어과는 입학은 쉬운 반면 졸업하고 난 뒤 중국에서 취업이 어렵고 중간에 편입이나 전과가 안 되는 단점이 있다"며 "대신 중국에서 대학원 진학은 가능하므로 이런 길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중국 유학은 처음 시작될 때부터 중국 대학이 유학원을 끼고 시작했기 때문에 유학 관련 정보는 유학원을 통해 얻는 게 가장 정확하다고 한다.

"불공정 입시제도 탈피하고 싶어"

■ 프랑스 유학 준비하는 김하늬양

김하늬(19·서울)양은 올해 미대 입시에서 낙방했다. "어느 대학 실기시험을 보러 갔는데 이미 문제를 알고 있는 애들이 있었어요. 말도 안 된다고 흥분했는데 미대 다니는 언니가 충고하기를, 대학이랑 미술학원은 원래 그렇대요. 제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는 대학의 예상 문제를 똑같이 복제하는 식으로 입시를 준비했던 지난 1년을 반복하는 게 너무 싫어서 유학을 결심했다. 프랑스는 미대 입학 시험에서 정물 등을 묘사하는 문제를 내기도 하는데 그림 뒤에 자기 의견을 쓰고 발표할 수 있다고 한다. "프랑스는 미술 전공자도 1,2학년 때는 문학, 역사, 철학을 공부하게 한다는 것도 좋아 보여요. 선배들 얘기 들어보면 우리나라 미대는 후배들이 선배들 심부름하느라 바쁘다는데 너무 달라요." 불어가 생각보다 어렵지만 "우리나라 교육제도를 탈출하는 것을 축하한다"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며 프랑스 유학을 준비하는 지금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웃는 일이 많다.

[유학길라집이-유럽권] 학비부담 적지만 물가 비싸

프랑스나 독일 등 유럽권 유학의 매력은 대학 등록금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유럽의 대학에 따로 장학제도가 없는 이유다. 비싼 물가 탓에 생활비가 많이 들지만 나라의 보조가 많다.

실제로 프랑스는 본인 명의의 집 계약서가 있으면 월세의 20% 정도를 나라에서 보조해 준다. 프랑스문화원에서 유학업무를 맡고 있는 한영혜씨는 "프랑스의 기숙사는 우리나라처럼 대학에 딸린 게 아니라 사설기관에서 운영하는 기숙사라 비싸다"며 "집을 직접 얻는 것도 월세라서 부담이 크지만 나라에서 보조를 해 주는 것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프랑스는 학생들한테 주는 혜택이 많다. 교통비, 박물관 또는 미술관 관람료 등을 50% 정도 할인받을 수 있다. 또 '볼로냐 프로세스'라는 유럽 국가들의 대학 교육 통합 프로젝트를 통해 그 협약에 가입된 47개국의 어느 곳으로든 교환학생으로 공부할 수 있다. 프랑스대사관 교육진흥원(campusfrance.france.or.kr)은 해마다 학생들의 프랑스 국립대학 지원을 돕고 있다.

우리나라 고교 졸업생이나 대학 1·2학년 학생들은 고교 내신 성적과 수능 성적 등을 제출하면 된다. 물론 불어 성적은 필수다.

독일은 우리나라 수능 성적을 인정하는데, 상위 62% 안에 들었다면 독일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 독일어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어학 성적을 제출해야 함은 물론이다. 독일 역시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유학생과 자국 학생한테 동등한 복지를 제공한다. 독일학술교류처 나자영씨는 "독일은 학교가 있는 도시와 인근 도시로 가는 교통비가 무료라는 점이 좋다"며 "또한 모든 학교에 외국인 학생처가 따로 있어서 다양한 생활의 편의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학술교류처 서울사무소(www.daad.or.kr)는 독일 유학에 대한 상담과 자료 제공을 한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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