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린 돈 몰리는 증시·부동산] 모델하우스 줄이 길어졌다
부동산 시장 르포, "집값 바닥 찍어"…강남 등 '버블세븐' 들썩… 한달새 억대 상승수도권 분양권에도 프리미엄 다시 붙기 시작"과잉 유동성·저금리 부양책 영향" 경계론도
"모델하우스에 이렇게 사람이 몰린 건 2년 만에 처음 보네요.(분양 대행사 사장)"
어린이날인 5일 오후 인천 청라지구 '한화 꿈에그린' 아파트 분양 현장. 모델하우스 입구와 내부에 입장객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17개의 상담석에는 2~3명씩 줄지어 앉아 설명을 듣고 있고, 상담 전화통은 연신 울려댔다.
7개월 넘게 움츠렸던 주택시장이 조심스레 기지개를 펴고 있다. 올해 초 강남 재건축에 국한됐던 매수세가 최근 신규 분양시장으로 옮겨 붙는 '의미 있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아직 미분양 아파트와 기존 일반 주택까지 본격 확산되진 않았지만 '저점을 찍었다'는 신호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7개월만에 전국 지가가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조사도 예사롭지 않다. 마치 외환위기 직후 주택시장이 탄력을 받기 시작한 때와 흡사하다. '상승 기대감'과 '실물 경제의 불안감'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주택시장을 점검한다.
바닥 친 시장 지표
최근 대부분의 부동산 관련 지표들은 시장이 바닥을 지났음을 보고 주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가격 하락이 가장 컸던 버블세븐 지역의 경우 4월 한달간 시가총액 360조4,944억원에서 365조3,850억원으로 4조8,906억원 늘어났다. 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4월 전국 집값은 미미하나마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서 상승률 0.1%를 기록했다.
저점 확인의 근거는 수도권 일반 아파트에서 두드러진다.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지면서 그간 '제로 프리미엄'이었던 수도권 아파트 분양권에 최근 1,000만~5,000만원씩 웃 돈이 붙기 시작했다. 또 경기 용인시 신봉동의 전용 85㎡의 기존 아파트는 지난해말 3억5,000만원에도 매기가 없었으나 최근 4억원에 팔렸다.
서울 강남권의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4차와 서초구 반포동 구반포주공 등은 한달여 만에 각각 1억5,000만원씩 올랐다. 개포동 개포주공3단지와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등도 면적별로 적게는 1억2,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5,000만원 가량 뛰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7단지와 분당 서현동 시범단지 아파트도 한달 전보다 1억원이나 올랐다.
상승세는 재건축 단지에서 두드러져 서초동 신동아1차 145㎡(43평)형도 1억원 가량 오른 10억~11억5,000만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고 분당 일산등 신도시지역의 거래도 확연히 살아났다.
불안요소 잔존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이 저점을 지나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미분양 감소, 평균 매매가 상승 등의 최근 수치들은 시장이 되살아 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다. 하지만 실물경기 회복과 같은 우리 경제의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본격적인 반등으로 받아들이기엔 여전히 위험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과잉 유동성과 저금리, 이로 인한 기대심리가 빚어낸 일시적인 장세라는 지적이 따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은 경기회복이 가시화하는 시기를 파악해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최근 가격 흐름을 보면 대부분의 지역에서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이나, 이는 추락했던 가격이 어느 정도 회복되는 수준이지 본격 상승으로 보긴 이르다"며 "아직까지 상당수 주택이 내재가치보다 과대평가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구체적인 내 집 마련 시기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 되고 경제성장이나 실업 관련 지표가 개선되기 직전이 적기가 될 것"이라며 "아울러 경기회복과 시장여건에 따라 고금리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기업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과 그에 따른 인력 감축이 속도를 낼 경우 부동산 경기가 일시 회복한 이후 다시 침체하는 더블딥(Double-dip)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국내 기업에 대한 정부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고용불안과 소득감소, 실업률 증가가 불가피해질 것"이라며 "국내 경기가 아직 바닥을 분명하게 확인하지 않았는데 부동산만 회복될 수는 없는 만큼, 구조조정 결과와 국내 경기 회복 여부에 따라 회복도, 더블딥도 가능한 일"이라고 내다봤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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