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훈의 시네마 읽기] 인사동스캔들

2009. 4. 24.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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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본 모든 것이 가짜다.' 400년 전 사라진 전설의 그림, 벽안도. 조선시대 궁중화원 안견이 그린 전설적인 그림이다. 안평대군의 꿈을 사흘 만에 생생하게 담아낸 것이 몽유도원도라면 자신의 꿈을 보고 싶어하던 안평대군에게 화답으로 그린 것이 벽안도다. 60년 전 발견된 오원 장승업의 서책에서 처음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고, 원류가 된 중국의 화풍보다 월등하게 우수하다고 인정받은 안견의 명작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세조에 의해 축출된 안평대군에게 바치려 했던 그림 벽안도는 창덕궁의 연못 부용지를 그린 것으로 안평대군이 왕이 되기를 바란 안견의 꿈을 담고 있다.

 오는 30일 영화계에선 큰 판이 벌어진다. 경쟁의 주인공은 뱀파이어 치정극 '박쥐'와 돌연변이 액션 '엑스맨 탄생:울버린' 그리고 세상을 베끼는 그림복제 사기극 '인사동스캔들'로 상반기 최고 대작 3편이 맞붙는 것이다. 이미 세간의 관심은 1000만 관객을 차지하기 위한 승부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에 쏠려 있다.

 이 중 '인사동 스캔들'은 최초로 기획된, 미술품 복원 및 복제라는 소재와 김래원·엄정화·임하룡 등 호화로운 연기파 출연진의 열연으로 사전에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인사동스캔들은 '세상을 베끼는 복제기술자들의 그림전쟁 사기극'이란 화려하고 버라이어티한 재미로 승부를 건다. 다양한 캐릭터와 인물군의 재미 또한 경쟁작이 가지지 못한 장점이다. 미술계의 마당발이자 인사동의 살아 있는 족보 권 마담(임하룡), 국내 최고 물량을 자랑하는 위작 공장 호진사 사장(고창석), 한때 미술 복제시대를 풍미했던 국보급 복제 기술자 박가(손병호), 미술계의 실권을 잡고 있는 국회의원을 비롯, 일본 거대 미술 컬렉션과 돈냄새를 맡고 찾아온 의문의 패거리 상복(마동석), 근복(오정세), 공수정(최송현)까지. 다양한 군상이 영화에 등장한다. 특히, 그들을 추적하는 서울시경 문화재 전담반 강 형사(김병옥)와 최하경 형사(홍수현)가 엮이면서 캐릭터의 확장성은 무한대가 된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는 새로운 경험이다, 인사동스캔들엔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그림을 복원, 복제하는 전문기술, 특히 고미술 복원과 복제의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관객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볼거리와 흥미에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된다. 특히, 사라졌던 벽안도라는 그림이 세상에 공개되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대한민국 그림 복원전문가, 복제기술자들의 실제와 같은 이야기는 신선한 감동을 주기 충분하다. 당신의 눈을 믿지 말 것. 당신이 본 모든 것은 가짜다.

 배우들의 열연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천재적 복원전문가이자 복제기술자 김래원과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미술계의 큰손 엄정화의 빅뱅.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사기극의 결말을 향해 거부할 수 없는 두 캐릭터가 대결을 시작한다. 신의 손으로 그림을 복원하는 천재 이강준과 귀신처럼 복제하는 사기꾼 이강준. 단순하게 표현할 수 없는 캐릭터기에 김래원은 처음으로 '백만불짜리 살인미소'를 버렸다. 배태진이 단지 팜므파탈이었다면 엄정화가 배역을 거부하진 않았을 것이다. 살인, 사기, 밀수, 복제…. 원하는 것이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거친 인간. 본능적 악녀를 표출해야 하는 배태진의 캐릭터에 그녀는 주저했다. 그러나 결국 두 배우는 감독이 원하는 선수가 되기로 결심한다. 놓치기엔 너무 탐나는 역할이었기에. 김래원은 2개월간 국립현대미술관의 복원전문가에게 사사를 받기 시작한다. 세초(오래된 고서, 궁중 백지를 차고 깨끗한 물에 씻어, 종이의 먹물을 빼는 기술)작업하는 한 장면을 찍기 위해 영하 20도의 추운 겨울 강원도 산골의 계곡물에서 8시간을 버텨내는 상상 초월의 인내력을 보여줬다.

 엄정화는 어떤가. 그녀는 이 영화에서 자신 속에 잠자고 있던 분노를 끄집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과감한 헤어와 메이크업으로 자신을 선보이고 2억원대의 화려한 의상으로 배태진을 세상에 드러냈다. 가지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속이려는 자와 속는 자, 믿는 자와 배신하는 자. 사기를 치고 사기를 당하고, 진실을 좇고 진실을 숨기는 데는 엄정화의 열연이 빛을 발했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No.1 IT 포털 ETNEWS'Copyright ⓒ 전자신문 & 전자신문인터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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