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대박입니다" 기획부동산 규제완화 틈타 다시 활개

2009. 4. 2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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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J씨는 지난 20일 광화문 인근에서 자칭 '토지 전문 중개인'을 만났다. "건폐율 40%, 용적률 100%인 계획관리지역 땅만 취급한다"는 그는 "정확한 '팩트(사실)'만을 가지고 대박 수익을 보장하는 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J씨에게 투자를 권유했다. J씨가 '기획 부동산'을 언급하며 망설이자 그는 "토지만 10년째 중개하고 있다. 강남, 삼성동 일대에서 투자자를 속여 폭리를 취하는 '날나리 부동산'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손사레를 쳤다. 그리고 "오는 7월 서울~춘천 고속도로 개통하고 수안보 온천 주변 지역이 개발되는 좋은 땅이 있다. 양심껏 홀딩비를 내면 땅을 일단 잡아놓고 현장을 보게 해주겠다"고 미끼를 던졌다. 그는 "지금 땅이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니까 지금 당장 약속을 잡자"며 가계약금을 낼 계좌번호를 내밀었다.

# 최근 한 부동산 중개업자의 소개로 가계약을 한 강원도 홍천의 토지를 확인하러 간 H(52. 회사원)씨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중개업자가 내민 지도에 표시된 도로는 온데간데 없고, 고작해야 사람 하나 다닐 수 있는 흙길이 나 있었다. 주변 지역도 지도에 표시된 전답과는 전혀 다른 반(半) 임야. 동서고속도로 개통 등 각종 호재를 기대하고 간 그로서는 크게 실망을 했다. 무엇보다 "홍천 쪽에 새로운 도로가 뚫리는 곳 주변으로 좋은 땅이 있다"며 지도까지 확인시킨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속았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H씨는 "번듯한 투자 컨설팅 회사 명함과 지도도 다 거짓말 아니었냐"며 "사탕발림에 속아 현장 확인을 하지 않았다면 큰 손해가 날 뻔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어오자 '기획부동산'이 활개를 치고 있다. 투자처를 찾아 떠도는 유동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박 상품'을 미끼로 던지는 사람들. 특히 이들은 부동산 활성화 차원에서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완화하고, 비사업용 토지의 양도소득세 중과(60%)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을 전후로 '토지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강남 역삼동과 삼성동 등 10층 안팎의 빌딩에는 이미 '○○ 컨설팅, ○○ 기획' 등 번듯한(?) 이름을 내 걸고 무차별적인 '문자메시지 보내기' 혹은 '신문 광고나 유인물 살포' 등의 영업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들 지역에서만 활기를 치고 있는 기획부동산의 수는 100여개 이상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복사된 지도, 언론에 소개된 개발 관련 기사, 각 자치구에서 발표한 공고문들을 내걸고 이들이 내세우는 영업 방법은 공통적으로 하나다. '안정적인 수익 보장', '소액 투자, 대박 수익', '신뢰와 신용, 그리고 고수익' 등 하나같이 100% 수익을 약속한다는 일종의 '프리미엄 수익'을 보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일 찾아간 역삼동의 한 투자 컨설팅 회사. 이 곳에서 만난 10년차 토지 중개 전문인 L씨는 "부동산 투자는 원래 느낌으로 하는 것이다"라며 "전문가인 나만 믿으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가 소개한 곳은 새만금 사업이 한창인 전북 일대, 특히 김제를 콕 집어 투자를 권유했다. 그는 "군산과 부안도 수혜지 중에 하나지만 그곳보다는 새만금의 배후도시로서, 전주의 혁신도시의 전진기지로서 신도시가 생기는 김제"라며 "3.3㎡당 70만원 정도만 투자하면 일반 임야나 토지가 아닌 2종일반주거지역의 땅을 분양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그는 "난생 처음 도심지 주거 지역을 소개하는데 가계약금 조금만 내면 함께 현장에 가서 확인을 시켜주겠다"며 "사장님이 사시는 땅 주변으로 여기 저기서 빌딩, 아파트가 올라가는 걸 보면 계약을 안 하고는 못 배길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들이 모두 '투자자의 눈물로 폭리를 취하는' 기획부동산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컨설팅 업무의 주 목적인 수수료 명목의 수익을 기준으로 '허위 사실을 가지고 폭리를 취하는 사람들'과 '정확한 사실을 기반으로 관행상 인정할 수 있는 수익'을 취하는 일종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옥석 가리기'의 모든 책임은 결국 투자자에게 있다는 셈. 강공석 투모컨설팅 대표는 "투자 지역 소개나 지분 분할 분양 등은 정상적인 컨설팅 회사에서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이들이 취하는 폭리를 알아채는 방법은 공부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토지이용계획서와 지적도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울 것 ▷현장 방문 등 발로 뛰는 것을 귀찮아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남상욱ㆍ정태일 기자(kaka@heraldm.com)*속지 말아야 할 기획 부동산 거짓말 베스트(Best) 5#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망설이다 남아 있는 땅 하나도 없다. 대박은 곧 타이밍이다.(남양주 수동면 투자 기획부동산)" - 토지 투자의 첫번째 지침은 '신중함'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충분한 사전 준비 없는 섣부른 투자는 곧 돈 낭비라고 지적한다.

# "곧 신도시가 생긴다. 나만 믿고 투자하면 대박이다. 나보다 이곳에 대한 전문가는 없다.(새만금 주변 지역 투자 부동산)"- 신중함에는 다양한 투자 자문도 포함된다. 여러 부동산 전문가들과의 상담 이후 투자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 "이 해변가로 주거 단지가 곧 생긴다. 관광 도시가 생긴다는 공고문 보여주겠다.(경남 지역 토지 투자 부동산)"-전문가들은 공고와 고시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공고 내용은 언제든지 사업이 바뀔 수도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가계약금 조금만 걸면 현장을 보여주겠다. 가서 안 하겠다고 하면 전액 돌려주겠다.(충북 제천 투자 부동산)"-업자들 사이에서 한 번 내면 돌려 받기 힘든 돈으로 통한다. 미리 낸 돈이 아까워서라도 투자를 하거나 투자의사를 철회해도 돌려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 "우리가 기획 부동산이지만 10년의 경력이 있고 소위 투자자 등쳐 먹는 강남, 삼성동 일대 '날라리 부동산'과는 차원이 다르다.(남양주 수동면 투자 부동산)"-이들의 명함을 살펴보면 특이한 이름이 눈에 띈다. 국세청에서 세금조사를 나와 편리상 몇 년에 한 번씩 이름을 바꾼다고 변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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