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세 "바닥 찍었다" vs "불안한 상승"

김성환 2009. 4. 2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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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버블세븐 지역까지 빠르게 확산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대세상승론'과 '신 버블론'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세 상승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지난 2007년 하반기 이후 집값이 너무 많이 떨어졌으며 이미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주요 근거로는 '유동성 장세 지속' '바닥통과 인식 확산' '저금리 기조 지속' 등을 꼽고 있다.

'신 버블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최근의 부동산 시장을 실물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빚어지고 있는 '불안한 상승장세'로 규정한다. 이들은 신 버블론의 근거로 '글로벌 금융위기 심화 가능성' '정부의 과잉유동성 규제 가능성'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재검토' 등 세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대세상승론대세상승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 강남권 등 버블세븐 지역의 최근 집값 상승은 '버블'이 아니라 정상적인 '시장기능의 작동'에 따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이 부동산 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넘쳐나는 유동성 때문이다. 실제 시중 유동성은 지난 2월 784조7000억원에서 이달 현재 8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중 일부가 이미 부동산에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신도시 등의 토지보상금도 유동성 장세를 부추기고 있다. 올해 들어 이달 현재까지 수도권 신도시에서만 풀린 보상금이 10조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지난달 강남권 재건축단지에서는 토지보상을 받은 사람들이 몰리며 한 사람이 2∼3채씩을 매입한 경우도 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저금리로 인해 은행권에서 이탈한 자금이 부동산으로 조금씩 유입되고 있다"며 "당분간 강남권이나 집값이 많이 하락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들 자금이 지속적으로 흘러들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이 이미 지난해 말 저점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도 대세상승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기에 다른 나라보다 국내 경기가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큰손들은 부동산에 다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눈치 빠른 일부 실수요자도 투자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는 것. 실제 경기 분당과 용인 등 버블세븐 지역에서는 저가매수세가 나타나면서 급매물이 소진되거나 회수돼 호가가 올해 들어 1억∼2억원이나 올랐다.

이와 함께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도 실수요자들을 부동산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견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자 불과 넉달 만에 기준금리를 5%에서 2%대로 떨어뜨렸다. 이로 인해 주택대출금리의 기본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절반 수준인 2%대 중반까지 하락, 실수요자들의 대출부담이 크게 줄고 있다.

하나은행 서울 이촌중앙점의 이기우 PB팀장은 "국내경기가 정상화되려면 아직 멀었기 때문에 최소한 연말까지는 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며 "이로 인해 유동자금의 부동산 유입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 버블론신 버블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지금도 집값이 너무 높아 앞으로 다시 떨어질 일만 남았다고 말한다.

아직 실물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데다 실수요자들은 여전히 현금 동원능력이 떨어져 주택시장으로 진입하는 데 많은 한계가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이들은 현재 일부 아파트가 거래되면서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반짝 상승'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세계적인 경제기관 간에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엇갈리는 것도 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아직도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금융권이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대출을 옥죄고 있어 실수요자들이 주택시장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것도 주택시장 전망을 어둡게 보는 한 이유다.

더구나 부분적으로 과열현상이 빚어질 경우 정부는 금융권에 대해 대출을 더욱 제한할 가능성도 높아 대세상승으로 이어지는 데는 상당한 한계가 있다는 게 신 버블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견해다.

유앤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실업자가 늘고 은행권도 대출심사를 여전히 까다롭게 하고 있어 서민들의 내집마련 또는 부동산 투자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집값이 들썩이면서 정부가 추진해 온 서울 강남3구의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 다주택자 및 1주택자 양도세 완화 등 부동산시장 핵심규제 완화가 불투명해지면서 다시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박사는 "정부가 이들 핵심규제 완화 정책은 내부에서 미리 조율한 후 발표했어야 하는데 지금은 발표만 해놓고 시행시기가 확정되지 않거나 시행 가능성이 불투명해지면서 시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일부 지역은 호가만 오르고 겨우 버티고 있는 시기에 규제 완화대책이 틀어진다면 시장에 다시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김성환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First-Class경제신문 파이낸셜뉴스 구독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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