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 오락가락, 시장 '어질어질'

송복규 기자 2009. 4. 16. 09: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송복규기자][[이슈점검] 양도세 중과세 폐지·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등 불투명]

3주택자인 이갑섭(가명·48)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가 폐지된다기에 이달 초 집 한채를 팔았기 때문이다. 너무 서두른거 아닌가 불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당장 시행에 들어간다는 정부 발표를 믿고 과감히 매도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세법 개정안이 이달 임시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이씨는 높은 세율로 중과된 양도세를 고스란히 물어야 할 판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김종경(가명·39)씨는 속이 상한다. 모처럼 찾아온 내집마련 기회를 놓쳐서다. 집주인이 김씨에게 현재 살고 있는 전셋집을 시세보다 싸게 사라고 제안했지만 자금이 부족해 포기해야 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봤지만 총부채상환비율(DTI)·담보인정비율(LTV) 규제에 걸려 부족한 자금을 메울 수 없었다. 강남3구가 투기지역에서 해제됐다면 문제없이 집을 살 수 있었던 터라 아쉬움이 더 크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등 굵직한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가 잇따라 지연되면서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지금 당장 집을 팔아도 될 지, 언제쯤 강남이 투기지역에서 풀리는 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 방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제대로 시행되는 것은 없다며 정책 불신감도 확산되고 있다.

수요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 폐지 시행 여부다. 정부가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를 지난달 16일 이후 양도분부터 폐지한다고 발표했지만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를 골자로 한 세법 개정안은 임시국회를 통과해야 본격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야당이 '부자들을 위한 감세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는데다 여당인 한나라당마저 당론으로 확정하지 못해 국회 통과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선 거래 현장은 혼선을 빚고 있다. 특히 정부 발표를 믿고 집을 판 집주인들의 불안감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A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자가 나타나도 다주택 매도자들이 거래를 꺼리고 있다"며 "참고 기다리니 징벌적 세금을 면했다며 집을 내놨던 다주택자들이 한발 물러서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 B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미 집을 판 다주택자들은 법 통과 전까지 양도세가 과세되지 않도록 잔금날짜를 뒤로 미뤄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며 "만약 양도세가 중과될 경우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세무 당국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양도세 예정신고 산출 기준이 무엇인지,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 못할 경우 어떻게 되는 지 등을 궁금해하는 매도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양도세는 양도일이 속한 달 말일부터 2개월 이내에 예정신고하면 세액의 10%를 감면해준다. 지난달 16일 이후 양도분은 5월말, 이달 양도분은 6월말까지가 양도세 예정신고 기간인 셈이다.

세무법인 다산 주용철 세무사는 "재정부 회신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이후 주택 양도분은 중과세가 아닌 일반세율을 적용해 양도세 예정신고를 할 수 있다"며 "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당초 중과세 기준에 따라 수정 신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법안의 국회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예정신고를 미룰 것을 권하는 일선 세무서도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의 엇박자로 시장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여부도 시장 혼란 요인으로 꼽힌다. 수개월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정부를 원망하는 목소리도 높다.

강남구 도곡동 C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도·매수자 모두 투기지역 해제를 기다리다 매매 타이밍을 놓쳤다며 불안해하고 있다"며 "강남 재건축 거래는 늘었지만 일반아파트 거래는 투기지역 해제 지연으로 뜸한 상태"라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연구소장은 "정부가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시기를 저울질하는 사이 시장의 기대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며 "최근 강남 재건축 등 집값이 불안조짐을 보이고 있어 정부는 이번에도 결단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바일로 보는 머니투데이 "5200 누르고 NATE/magicⓝ/ez-i"

송복규기자 clio@<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