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에 석면

2009. 4. 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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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학교·사무실의 석고천장재 대부분 석면 함유

보수공사때 훼손되면 '기준치 10배' 먼지 발생

베이비파우더와 화장품, 의약품 등에 석면이 든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천장·벽·칸막이 등 생활 공간 곳곳에 석면을 함유한 제품들이 꽤 있어 '석면 불안'이 커지고 있다. 석면의 수입·제조·사용이 올해부터 전면 금지됐지만, 이미 석면을 함유한 제품이 수명을 다하기까지는 석면 위험은 남아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자주 접촉하는 것은 건축물에 함유된 석면이다. 외부에 드러나 있어 석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국내 석면 수입량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사용량도 많다. 또 석면은 열과 마찰에 강한 특성 때문에 각종 브레이크, 난방설비나 일부 가전제품의 부품에 널리 쓰였다.

10일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2006년 전국 84개 사업장 건물을 임의로 골라 석면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90%인 76개 사업장 건물의 지붕재, 천장재, 벽재, 단열·보온재 등에 석면이 함유된 사실이 확인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07년 말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교 100곳을 뽑아 조사한 결과에서도, 88곳 학교 건물에 사용된 천장재 등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사무실이나 교실 등의 실내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석면 함유 자재는 표면에 벌레 모양의 작은 홈들이 찍혀 있는 석고시멘트판 천장재로, 흔히 '텍스'라고 한다.

환경부 조사를 보면, 국내의 대표적 건축자재업체인 케이씨씨(KCC)가 1989년부터 2003년 12월까지, 벽산이 1985년부터 2005년 3월까지 생산한 '아미텍스' 제품에는 석면이 약 5%가량 들어 있다. 재고 소진 기간을 고려하면 2005년까지 지은 건물이나, 실내를 보수하면서 천장에 텍스를 붙인 사무실이나 교실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머리에 석면을 이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석면이 위험한 것은 먼지가 돼 공기 중에 날아다니다 호흡을 통해 폐 속으로 들어올 때다. 따라서 단지 천장에 텍스가 붙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문제는 이 자재가 훼손될 때다. 사무실 등에서는 천장에 에어컨을 설치하거나 전기·조명시설을 바꾸는 작업 등을 할 때 텍스에 구멍을 뚫기도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석면 먼지가 사무실에서 지내는 사람들에게는 위협이 된다는 것이 석면 전문가의 설명이다.

백남원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는 "작은 사무실에서 천장에 간단한 설비공사를 한 다음 실내공기 중 석면 농도를 측정해 보면 환경부 기준치의 10배를 쉽게 넘는다"며 "이런 작업을 할 때는 반드시 주변을 차단한 뒤 석면 먼지가 되도록 덜 나오도록 주의해 작업하고, 작업 뒤에는 진공청소기 등으로 철저히 청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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