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재미 있어요" 선생님 홈피 난리났네

2009. 4. 8.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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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신여고 김수 교사 '수학마루' 화제각종 시험문제 가득, 교수법 공유도 가속도학원강사도 클릭클릭, 2년도 안돼 회원 1만명

"어허, 이거 난리 났네 난리 났어. 또 머리 아프게 생겼구만. 후후~"

7일 낮 광주 북구 동문로 광주동신여고 진학실. 이 학교 3학년 수학 담당 김 수(49) 교사가 책상에 앉아 노트북 컴퓨터를 켜더니 이내 웃음 섞인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 '김수's 수학마루'( http://kimsu.kr) 서버가 과도한 트래픽(방문자 수)으로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이날 김 교사의 홈페이지가 중ㆍ고교 수학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는 소식이 인터넷에 퍼져 회원 가입과 회원 등급 상향 요청이 쇄도한 탓이다. 서버용량 증설 비용을 내고 사이트를 복구한 김 교사는 "학생들을 위해 만든 홈페이지가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지 몰랐다"며 "오늘 밤도 홈피 관리하느라 꼬박 밤을 새게 생겼다"며 웃었다.

김 교사가 수학 전문 홈페이지를 만든 것은 2002년. 사교육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일선 교육청이 실시하는 학력평가 기출문제는 물론 각급 학교와 사설학원의 시험문제까지 구해 연도별, 단원별로 정리해 올렸다. 각 단원의 개념을 쉽게 풀어서 설명한 수업식 학습자료와 학원특강 교재 등도 함께 실었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금세 학생들과 학원가에 입소문이 퍼지며 방문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5년간 접속자 수가 무려 20여만 명. 김 교사는 홈페이지가 인기를 끌며 낯뜨거운 성인용 배너광고까지 몰려들자, 2007년 5월 서버 용량을 2.5기가바이트(GB)로 키우고 콘텐츠와 자료를 보강해 회원제로 전환했다.

김 교사는 홈페이지 개편과 동시에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자신의 홈페이지를 공교육과 사교육 현장을 서로 소통시켜 주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제 홈피에 학원 강사들이 많이 찾더라구요. 그런데 내 자료가 가져가기만 하지 자기들 자료는 안 내놓는 거예요. 그래서 강사들은 자료를 가져가려면 먼저 자료를 내놓도록 회원등급제로 돌렸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수학 교수법 노하우는 물론 기출문제 등 방대한 자료를 얻어가려고 애가 탄 학원 강사들이 꽁꽁 숨겨 놓았던 자료를 하나 둘씩 꺼내놓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에는 학원 강사들이 "홈피 업그레이드 비용으로 써달라"며 후원금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정회원 3,000여 명 중 학원 강사만 1,000명이 넘는다.

학원가에서도 인정한 김 교사의 홈페이지는 지난해 한때 교육자 478명의 홈페이지 중 최다 방문자를 기록했고, 현재도 48명의 수학교사가 개설한 홈페이지 중 접속자 수 1위를 달리고 있다. 회원수도 개편 2년도 채 안돼 1만1,100명을 훌쩍 넘었다.

김 교사는 "유명 강사들의 강의 자료는 물론 사교육 시장에서 돌아다니는 고급 교육정보도 심심찮게 올라와 내게도 도움이 된다"며 "지금은 학원 강사들과 수업방식 등에 대해 서로 의견과 자료를 교환하고 학원식 강의를 학교 수업에 반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 반응도 뜨겁다. 이 학교 3학년 김민정(18)양은 "학원 강의를 접목한 재미있는 수업과 다양한 기출문제를 갖춘 홈페이지 덕분에 학생들이 수학시험 볼 때 무작정 찍거나 수업시간에 조는 일이 많이 줄었다"며 "나 같은 경우는 수학 성적이 조금 올랐다"고 웃었다.

김 교사의 교육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초가 약한 학생들을 위해 수학 각 분야의 개념을 정리하고 수업 내용을 쉽게 옮긴 수학책을 내기 위해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입시에 찌들다 보니 학생들이 (수학)문제를 그저 기계적으로 풀려고만 하죠. 개념만 알면 문제 풀이는 저절로 되는데 그걸 몰라요. 참고서나 교재도 개념 정리를 해 놓은 것은 없어요.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책을 하나 쓰려구요. 그게 교사로서 역할이기도 하죠."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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