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품이 아니다, 스파이 카메라

2009. 4. 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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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저널 버즈] 007 시리즈 같은 첩보 영화를 보면 연회장에서 단추나 화장품으로 은밀하게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스파이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시계를 보는 척하면서 목표를 사진에 담아내기도 한다. 과연 이런 건 영화만을 위해 연출된 장면일까?

정답은 한국카메라박물관( www.kcpm.or.kr)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선 독특한 모양을 한 스파이 카메라, 그러니까 그냥 모양만 그렇게 만든 컨셉트 모델이 아니라 과거 실제 스파이가 쓰던 카메라를 볼 수 있다.

한국카메라박물관에서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스파이 카메라를 직접 볼 수 있다.

■ 이것도 카메라?스파이 카메라는 덩치가 작아 쉽게 숨길 수 있거나 시계, 단추, 담뱃갑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 모양이어서 언뜻 보면 카메라인지 모르게 생겼다. 하지만 쓰는 사람의 직업도 그렇고 용도를 봐도 알 수 있듯 정밀하게 만들어 내구성이나 기능은 당연히 뛰어나다.

한국카메라박물관은 1886년 만들어진 단춧구멍 카메라에서 영화 < 로마의 휴일 > 덕에 유명해진 라이터 카메라까지 말 그대로 신기한 스파이 카메라를 80여 종 가량 소장하고 있다.

영국 로빈슨(Robinson)이 1886년경 생산한 단춧구멍 카메라. 원형으로 생긴 이 카메라는 신사복 속에 넣고 단춧구멍으로 렌즈만 나오도록 착용한 후 촬영한다. 지름 125mm 유리 필름을 사용하며 40mm 원형 사진을 6장 찍을 수 있다.

단춧구멍 카메라를 착용한 모습과 사진 결과물.

지포라이터 모양 카메라는 일본 도쿄 스즈키옵티컬(Suzuki Optical)이 1956년에 생산했다. 금장인 몸체 왼쪽은 라이터 기능을 하고 나머지 부분에 카메라 관련 부품이 들어 있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여주인공을 찍던 카메라와 같은 모델.

이탈리아에서 페로(Ferro)가 1981년 생산한 금반지 카메라는 중앙 손잡이를 우측으로 돌려 셔터를 감고 작은 핀을 이용해 셔터를 누르면 25mm 원형 필름에 4.5×6mm 사진 6장을 찍을 수 있다. 조리개, 셔터속도, 거리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약 20개 생산된 희소품.

만년필 모양으로 생긴 스파이 카메라. 붉은 색 원형 부분을 위로 올리면 뷰파인더가 보이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독일 스타이넥 카메라베르크(Steineck Kamerawerk)가 1949년 생산한 손목시계 카메라는 왼손에 시계를 차고 반사판을 보면서 촬영한다. 지름 24mm 원형 필름에 6mm 원형 화면 8개를 찍을 수 있다.

스위스에서 콘카바(Concava)가 1969년 생산한 손목시계 카메라로 35mm 필름을 쓰는 카메라 중 가장 작다. 손목에 착용한 후 뷰파인더를 보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검은색 제품은 몇 대 생산되지 않았다.

회중시계 모양 카메라는 영국 런던에서 호턴(Houghton)이 1912년에 생산했다. 니켈로 만들어진 이 카메라는 미국 엑스포(Expo)의 라이선스를 이용해 생산됐고 16×22mm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희소품이다. 단 시계는 작동되지 않는다.

시계 모양 스파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

■ 구소련 KGB가 사용하던 카메라KGB는 첩보조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인 곳 가운데 하나다. KGB는 소련이 자국민과 외국인의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활용하던 첩보 조직으로 1991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사실상 해체된다. KGB는 국가정보기관으로 활동하면서 온갖 스파이 카메라를 활용했다.

우크라이나 키에프 아스날(Kiev Arsenal)이 1981년 생산한 담뱃갑 카메라. 금속으로 검게 만든 담뱃갑 속에 키에프 베가(Vega) 카메라를 넣었다. 담배 필터 중 제일 긴 것을 당기면 셔터가 장전된다.

구소련에서 KMZ가 1951년경 생산한 단추 카메라도 KGB가 사용했다. 신사복 단춧구멍에 단추 부분을 끼우고 주머니에 리모컨을 넣고 있다가 원하는 장면을 찍는다.

러시아 페드(Fed)가 1935년에 만든 소형 레인지파인더 카메라를 구소련 KGB가 여성용 핸드백에 달아 사용했다. 가방 측면을 누르면 필름이 감기고 액세서리가 달린 부분을 들고 우측 부분을 누르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현재 남아있는 것이 몇 개 없다고 한다.

구소련에서 1960년 생산한 카메라로 서류가방 안에 스프링 모터가 달린 F21 카메라를 부착했다. 가방 손잡이 버튼을 누르면 측면의 문이 열리면서 촬영된다.

■ 작고 정밀한 스파이 카메라전시장 곳곳에선 독특한 외형을 갖춘 카메라 외에도 첩보 영화에서나 한번쯤 봤을법한 카메라도 눈길을 끈다. 독특한 외형은 아니지만 작고 정밀하게 만들어 스파이 카메라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프랑스에서 크라우스(Krauss)가 1920년에 생산한 권총모양 카메라. 4단계 셔터 속도와 조리개 기능이 들어 있다. 18×35mm 롤필름이 사용되며 소량 생산됐다.

라투비아 미녹스(Minox)가 1937년에 생산한 레인지파인더 방식 카메라는 스테인리스 몸체로 무거우며 소량 생산된 최초 모델이다.

첩오 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카메라. 독일 미녹스(Minox)가 1958~71년까지 생산한 레인지파인더 방식 카메라로 검은색은 소량 생산됐다.

일본 리코(Richo)가 1970년에 생산한 쌍안경 카메라 텔레카240은 7×50 배율의 쌍안경 왼쪽 렌즈에 스프링 모터를 단 카메라 기능을 넣어 18×24mm 크기 사진을 찍는다.

일본 니치료트레이딩(Nichiryo Trading)이 1968년에 생산한 쌍안경 카메라는 7배 쌍안경을 보면서 움직이는 표적을 촬영할 수 있다.

한국카메라박물관 김종세 관장은 지난 1993년부터 카메라 박물관 건립 계획을 세우고 카메라를 모으기 시작했다. 스파이 카메라의 경우 보안상의 이유로 공개할 수 없거나 희소성이 높은 게 많아 수집하기 더 어려웠다고. 하지만 직접 다니거나 해외 유명 경매를 통해 모아 제품 상태는 상당히 좋다고 한다.

김 관장은 이들 특별한 카메라를 수집한 이유로 "카메라를 아직도 어렵게 생각하는 일반인이 다양한 카메라를 접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카메라와 더욱 친숙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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